[투자 단상] 언제까지 보유해야 하는가?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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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보다 파는 게 더 어렵다.’

투자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주제일 것입니다. 좋은 주식을 좋은 타이밍에 잘 사는 것만큼 잘 파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투자 관련 서적들이나 담론들은 주로 ‘잘 사는(How to Buy)’ 부분에 집중하는 반면에, ‘잘 파는(How to Sell)’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조명하지 않습니다.

주식을 잘 매수해서 50%, 100% 수익이 났을 때 투자자 대부분은 고민합니다. 수익을 실현해야 할지, 더 끌고 가야 할지를 말이죠.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이미 밸류에이션상의 저평가 요소는 해소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익이 성장해서 주가가 올랐더라도 과연 이런 이익 성장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한 고민과 갑론을박이 많아지게 됩니다.

버핏의 코카콜라 투자 사례를 잠시 보겠습니다. 버핏은 1988~1989년에 현 주식(분할 후) 기준으로 약 2.45달러에 매수했습니다. 이후 주가는 1998년에 43달러 수준까지 치솟습니다. 매수단가 기준으로 약 17.5배 오른 것입니다.

이후 2008년까지 10년간 주가는 31달러 수준에 머뭅니다. 2003년 18.8달러까지 조정받았다가 반등한 것입니다. 1998년 고점을 찍고 이후 5년간 반토막 이상 빠졌던 것이죠. 이후 5년간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1998년 고점 대비로는 -30%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기간의 주당순이익(EPS)을 살펴보면, 주가가 고점에서 부러지기 시작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역성장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회복해서 2010년에는 5.06달러까지 성장합니다. 후행적으로 보면 1998년 이후 3년간의 EPS 역성장이 주가 급락의 트리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PER(후행)은 46.7배 수준까지 확장되다가 EPS가 역성장하면서 2000년 69배 수준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이후 2010년까지 PER(후행)은 12배 수준으로 내려옵니다.

버핏은 1988년 매수 이후 10년 동안 대체 불가능한 제품의 지역별 확장 및 밸류체인 고도화를 통한 ROE 확장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코카콜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고 주가는 이에 반응했습니다.

코카콜라는 1998년 고점 이후 실적이 꺾였지만, 버핏은 해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곧 회복할 것이라 믿고 지속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버핏의 기대대로 코카콜라는 잠깐의 부진을 씻고 이전 대비 더 큰 실적으로 부활했습니다. 그러나 주가는 10년 전 고점 대비 -30% 수준이었다는 점이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진정한 부는 보유에서 나온다.’

잦은 교체 매매보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 더 큰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말입니다. 교체 매매하는 순간이 사실 투자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회에 대해 충분히 많은 공부가 선행되어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존에 알던 기회보다는 리스크 분석이 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어설픈 교체 매매보다는 기존 아이디어를 계속 고수하면서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것이 부가 극대화될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하지만 기존의 투자 아이디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너무 과도한 가격이라면 ‘보유’는 더 이상 ‘부’를 창출해주지 못합니다. 코카콜라는 이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8년 주가와 함께 고점을 찍었던 실적은 이후 3년간 역성장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시장이 코카콜라를 다시 보게 되면서 멀티플도 크게 내려왔습니다. 펀더멘털 변화와 당시로서는 과도했던 50~60배 수준의 멀티플은 이후 10년간 주주들에게 ‘부’를 창출해주지 못했습니다. 훗날 버핏은 당시 매도하지 못한 것을 두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투자, 진화를 만나다》의 저자 풀락 프라사드는 주가가 과도한 멀티플을 인정받을지라도, 훌륭한 기업의 특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더 오래 보유할 것을 제안합니다. 버핏의 코카콜라 사례와 같은 ‘부의 파괴’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모든 보유 종목이 그렇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포트폴리오 내 소수의 위너들이 나머지 루저들의 손실을 커버하고 남는 성과를 냄으로써 전체 성과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피터 린치도 상승세에 있는 주식을 팔고 저평가라는 이유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기업을 사는 행위를 ‘꽃을 뽑고 잡초에 물을 준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멀티플을 받고 있다면 일정 부분이라도 매도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멍거는 일찍이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너무 높은 가격이라면 결코 좋은 투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버핏의 코카콜라 사례가 정확히 보여줍니다.

보통 주가가 최고점을 찍는 경우, 그 기업의 펀더멘털은 상당히 좋은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곧 경쟁 심화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기업 자체적으로도 기존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가능성은 점점 작아지게 됩니다. 펀더멘털에서 이른바 하워드 막스가 말하는 ‘평균회귀’가 발생하는 것이죠.

버핏과 멍거를 추종하는 투자자라면, 기본적으로 길게 가치를 창출할 자산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잦은 매매를 통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 충분히 오랫동안 ‘보유’함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죠.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보면, 그런 ‘보유’는 ‘가격’적인 측면과 ‘펀더멘털’적인 측면을 모두 지속적으로 충족하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도 과도한 가격을 받고 있거나 펀더멘털이 훼손될 가능성이 나타난다면, 최소한 비중이라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좋은 판단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도한 가격 수준에 대해 숙고해봐야 합니다만, 가격 수준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추가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보통 ‘훌륭한’ 속성을 가진 기업이나 사업을 발굴했다면, 투자자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그 속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생각보다 길게 보유함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투자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해진 가격은 오히려 안 좋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부분까지 판단한다면 한층 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로 연결될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