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인사이트 3] 가장 확실한 수익률 개선법, 투자 디톡싱
투자에 관심 높은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된 지식을 찾아 익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게다가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곧장 성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금융시장 작동 원리를 이해해 '금융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뉴욕 월가에서 수조 원 규모의 채권·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담당했던 필자가 금융시장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 다가올 트렌드는 무엇일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버핏클럽
금융시장을 항해하는 투자자라면 조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변에서는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법정통화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정작 내 포트폴리오의 성장은 SNS 속 누군가의 성공담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잔고를 확인하거나 포트폴리오 성과를 살펴보면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몇 배 수익’이 기본 단위가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내가 너무 소극적이었나’ 하는 자책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이런 조급함은 생각보다 큰 부작용을 낳는다. 물론 ‘조급한 마음이 실수로 이어진다’는 식의 진부한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결정이나 투자 실패는 그저, 필자가 말하려는 부작용의 결과물일 뿐이다. 조급함의 직접적인 부작용은 잘못된 정보의 흡수, 그리고 그로 인해 망가지는 투자 의사결정 체계다.
이는 마치 즉각적인 자극을 찾으려다 SNS 쇼츠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도파민 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과 닮아 있다. ‘실용적’이라는 포장 아래 유통되는 잘못된 투자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투자 판단을 내리는 프로세스 자체가 손상된다.
그리고 한 번 망가진 사고 체계는 내가 보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강화하기 때문에, 다시 정상적인 판단 체계를 회복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려 포트폴리오에 손실은 축적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본질을 공부하는 행위는 ‘뜬구름 잡는 일’도, ‘즉시 쓸모없는 이론 공부’도 아니다. 오히려 돈이 흐르는 구조를 오해 없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투자 성과를 높이는 가장 확실하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커버드콜 옵션' 같은 복잡한 상품은 주의, 또 주의
누군가 옵션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글을 썼다고 하자. 콜·풋 비율, 트리플 위칭 데이, 감마 스퀴즈 같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일일 수익 인증과 함께 ‘당신도 옵션 전략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가르침을 덧붙인다.
하나의 대표적인 예시가 커버드콜 전략을 설파하는 글이다. 커버드콜 판매 전략이란, 보유 중인 주식 수량에 맞춰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으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으면 매도 프리미엄을 수취할 수 있고, 주가가 크게 상승하더라도 보유 주식을 넘기며 명목적인 손실 없이 포지션을 종료할 수 있다. 겉보기엔 매우 매력적이고, 개인 투자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실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본질 중 하나인 균형 가격 형성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옵션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의 관점이 모두 반영된 결과물이다. 누군가 그 옵션이 싸다고 판단하면 매수할 것이고, 비싸다고 보면 매도할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가격은 결국 모든 참여자의 기대와 정보가 응축된 균형점이다. 즉, 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 효율적이라면, 커버드콜 전략으로 만들어지는 초과 수익은 사실 이미 보유한 주식이 행사 가격을 초과할 기댓값을 현금화한 것에 불과하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커버드콜 판매로 얻은 추가 수익 + 주식 보유분’의 기대 수익은 효율적인 시장에선 단순히 주식을 보유했을 때의 기대 수익과 같다. 물론 시장이 비효율적이거나, 세금·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옵션을 활용하는 경우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예외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 적용되기 어렵다.
옵션이 잘못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확신하려면, 옵션 가격결정 모델과 시장 미세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심지어 옵션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트레이더조차 시장이 틀렸다고 단정하고 베팅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시장의 균형 가격에는 참여자들의 정보가 매우 고밀도로 반영되어 있다.
게다가 옵션 거래는 현물보다 더 복잡한 구조적 비용이 숨어 있다. 대표적으로 매수가와 매도가의 차이(스프레드)가 그것이다. 이 비용은 눈에 띄지 않게 가격에 녹아 있으며, 결과적으로 나도 모르는 새 옵션을 거래하며 지불하게 된다. 결국, 단순히 주식을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수익률을, 불필요한 옵션 거래를 통해 리스크만 늘리고 비용만 더 지출한 꼴이 된다.
금융시장의 본질 중 하나인 균형 가격의 형성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런 불필요한 거래와 손실은 애초에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 사례는 단지 한 예시에 불과하다.
수익률 개선을 위한 질문 5가지
시장의 작동 원리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개인 투자자는 수익률 개선에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그 출발점이 될 질문들이다. (각 항목은 추후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1.시장에서 균형 가격은 왜, 그리고 어떻게 형성되는가?
2.내가 증권을 거래할 때 감수하는 리스크는 단지 ‘시장 리스크’뿐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숨은 리스크가 존재하는가?
3.투자를 통해 얻는 보상(수익)은 그 리스크를 감수하기에 충분한 수준인가?
4.특정 종목의 기관 매수세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정말 내가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는가?
5.각국의 금융정책은 내 투자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금융은 자본주의 세상을 아우르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그 언어가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 혹은 가장 기초적인 문법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공부해야 빠르게 실력이 늘고, 결국 고급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것처럼, 시장의 본질을 이해해 '금융 문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이고 수익률 개선을 빠르게 이뤄낼 방법이다.
자극적이고 현학적인 글에 노출되어 투자 사고 체계를 스스로 망가뜨리는 일은 피하자. 금융시장이 현대화되고,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지금에야말로 디톡싱 투자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