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28] 역발상, 그 매혹적인 투자 ‘철학’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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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be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 - Warren Buffett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려라.” - 워런 버핏

세 번째 버핏 탐험입니다. 이번에는 역발상 투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남들과 반대로 행동하여 돈을 버는 건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시장에서는 최근에도 많은 공포, 급락 상황이 있었고, 이를 모두 극복하고 지수는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습니다.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소위 ‘해방의 날’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황에 빠졌습니까? 거기서 용기 있게 매수에 나선 사람들에게는 매우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겠지요.

작년에 한국 반도체는 소위 ‘전 세계가 억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리 따져봐도 나쁠 게 없는데도 마치, 수요는 곧 거품이 터지고 공급은 넘쳐나고 중국과의 경쟁에 당장이라도 잡아먹힐 듯한 분위기로 주가는 연일 급락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고, 과연 얼마나 더더 좋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작년 하반기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모두들 해외 주식으로 몰려갔지만, 올해는 되레 ‘국장 복귀는 지능순’인 상황이 펼쳐져버렸죠. 한국 시장이 원래 전 세계에서 1등 아니면 꼴등을 왔다 갔다 하긴 하는데, 이 정도의 독보적인 강세장은 약 20년 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두가 패대기치는’ 상황에서 반대로 행동한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단순히 ‘남들이 사길래 같이 샀다’보다는 훨씬 인상적이고 재밌죠. 진화적으로도 동물은 주변 동족들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이고, 리스크를 짊어지고 얻은 결과는 기억에 강하게 각인됩니다. (인간이 도박에 중독되는 메커니즘도 동일합니다.)

여기에 훌륭한 투자자들의 격언을 곁들이면 나도 상당히 훌륭한 투자자의 반열에 오른 듯한 느낌을 줍니다. 구루의 격언은 서두에 언급한 버핏의 유명한 발언 외에도 다양합니다.

“최적의 매수 타이밍은 시장에 피가 낭자할 때다. 설령 그것이 당신의 피일지라도 말이다.” - 존 템플턴

“바보보다 주식이 많을 때 주식을 사고, 주식보다 바보가 많으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큰 성공은 때때로 대중과 전문가의 의견을 거슬러야만 얻을 수 있다.” - 데이비드 드레먼

크, 얼마나 멋있습니까? 시장에 피가 낭자할 때 사라! 비록 그것이 너의 피라 하더라도!

생존 편향과 역발상

하지만 시장에는 이런 격언도 있습니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지 마라.”

“손실은 끊고, 이익은 달리게 놔둬라.”

“추세와 싸우지 마라.”

어랏, 역발상과 반대되는 이런 조언들은 뭐죠?

성공한 아이디어는 모두 어느 정도의 역발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주식에 투자하여 돈을 벌었다면 이는 추세 추종일까요, 역발상일까요? 인공지능 주식은 2022년 말 챗GPT 공개 이후 늘상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이미 2년이 훨씬 지난 테마라는 거죠. 많이 오른 주식에 올라탔으니 추세 추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인공지능은 버블이라는 주장 또한 늘상 있었습니다. 그러한 주장 덕에 지금까지의 상승세는 펀더멘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버블 주장이 과도하며 틀렸다, 이제 시작이다, 아직 충분히 싸다, 라는 생각으로 주식을 샀다면 역발상이겠죠.

성공한 아이디어, 실패한 아이디어, 모든 아이디어는 세부적으로 다 다릅니다. 시장의 주류가 되는 아이디어와 겹치는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죠. 인공지능 주식을 팔고 원전 주식을 산 사람이 있다면, 인공지능 주식을 여전히 들고 있는 투자자들과 비교했을 때 전력망 수요가 늘어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공통점이 있겠죠. 혹은 인공지능 주식을 팔고 화장품 주식을 산 사람이라면, 적어도 주식시장 전체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주목하게 마련입니다. 결과를 보고서는 과정을 되짚어서 왜곡하는 일도 흔히 일어납니다. 무언가가 성공했으면 성공한 이유가 마땅히 있으리라 생각하고, 과거의 투자 아이디어(실제로 그 아이디어 때문에 매수했는지도 사실 의심스러운)에서 성공 요인을 찾고, 그 성공 요인은 아무래도 ‘남들이 다 하는 대로 따라 했다’보다는 ‘남들과 이런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었다’라는 대답이 더 어울리겠죠.

성공한 아이디어에 남과 다른 요인, 소위 역발상 요인이 있었다 해서 그 역발상 요인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언급했다시피 모든 아이디어에는 역발상 요인이 있습니다. 역발상 요인은 좋은 투자의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실패한 모든 아이디어에도 역발상 요인이 있습니다. 실패한 아이디어는 눈에 띄지 않고, 성공한 아이디어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만약 인공지능 주식이 상승하던 시기에 ‘이건 거품이야. 나는 대중과 반대로 행동하겠어. 하핫!’ 하면서 공매도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 아무 말이 없겠죠. 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게 바로 생존 편향입니다.

독립적인 사고

워런 버핏의 스승, 필립 피셔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Contrary opinion, however, is not enough. I have seen investment people so imbued with the need to go contrary to the general trend of thought that they completely overlook the corollary of all this which is: when you do go contrary to the general trend of investment thinking, you must be very; very sure that you are right.”

“역발상은 시장과 반대되는 의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중적 사고의 흐름에 반대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 모든 것의 당연한 귀결을 완전히 간과하는 투자자를 많이 보았다. 그 귀결이란 이러하다. 일반적인 투자 사고의 흐름에 반하여 행동할 때에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매우, 매우 확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립적인 사고 없이, 그저 시장이 한쪽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무지성 대응’일 뿐입니다. 독립적인 사고 없이는 추세 추종이든 역발상이든 성공 확률이 낮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존 템플턴이 말한 “가장 비관적인 시점이 매수 기회”는 단순히 ‘빠질 때 사라’가 아닙니다. 템플턴은 실제로 전쟁, 통화위기, 금본위제 붕괴처럼 모두가 절망에 빠진 시기에 기업 가치의 지속성을 계산하고 그 가치와 시장가격 사이의 괴리를 근거로 행동했습니다. 즉 ‘왜 비관이 과도한가?’를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역발상이 됩니다.

피터 린치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Being contrarian for the sake of being contrarian is just as foolish as following the crowd.”

“역발상을 위한 역발상 투자는 군중을 그대로 따라다니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역발상은 사전 관점의 결과, 즉 ‘사전에 내가 높은 확률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원칙들을 적용한 결과로서 다수의 의견과 차별화되는 요소’이지, 단순히 사후 대응으로서 시장과 반대되는 행동이 아닙니다.

각자의 관점에 대한 이해

저는 역발상이라는 표현보다는 ‘각자의 관점’이라는 표현이 더 좋습니다. 역발상은 앞서 언급했듯 사실 어떤 아이디어에나 숨어 있는 차별화되는 요소를 뜻할 수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무게감만큼 실제 투자 성공 가능성을 높이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여러 관점을 깊이 있게 이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 아이디어는 성공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시장 구조나 각 플레이어의 관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보다는 단편적인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더불어 각자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이미 정해진 답안지’를 강화하는 반응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4월 2일 ‘해방의 날’을 이해하는 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소위 ‘관세 공식’이 틀렸다고 비난하는 것보다, 트럼프가 저술한 《거래의 기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트럼프 1기 행정부 무역대표부 대표)가 쓴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중국의 관점을 대변하는 책들도 도움이 되었고요.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스티븐 울프럼이나 레이 커즈와일의 책이 도움이 되었고, 연준의 의사결정에 관해서는 과거 연준 의장들과 재무부 장관들이 쓴 책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물론 과거 사회도 그랬겠지만)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내는 목소리가 집합적으로 반영되어 움직입니다. 특정 한 인물 혹은 한 사건으로 인해 역사의 큰 경로가 바뀐다는 관점은 상당히 낙후된 관점입니다. 나폴레옹의 등장은 산업혁명 - 신흥 부유층의 계급 갈등 - 미국 독립전쟁 - 계몽주의 등이 모두 엮인 결과였고, 히틀러의 등장은 짧게는 베르사유 조약의 폐해부터 길게는 대륙 중심부의 위태로운 입지 조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장정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좋은 역발상은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근거 있는 반대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이때가 기회다’라는 유혹이 들지만,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하되 그 길 위의 풍경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하고 사유해야 합니다.

군중의 파도는 늘 매혹적입니다. 그 흐름을 거슬러 오르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가끔은 외롭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소음이 잠잠해졌을 때,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이 세운 판단의 궤적뿐입니다. 역발상은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같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진짜 역발상은 용기가 아니라, 이해에서 비롯된 평온함일지도 모릅니다.

역발상에 대한 버핏의 더 풍부한 견해는 《워런 버핏 바이블 완결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