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2025년 3분기 13F 분석] 구글, 단번에 버크셔 10대 종목 진입
2025년 3분기 13F 공시는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로서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보고서다. 올해 말 CEO에서 물러나고 내년부터는 그레그 에이블이 버크셔를 주관하기 때문이다. 버핏은 그레그 에이블이 자신 못지않게 주주들의 신뢰를 얻고, 자신의 퇴임 후에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계속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버핏은 자신의 마지막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조정했을까? 그동안 쌓아온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까? 이번 13F 공시를 통해 오마하의 현인이 후계자에게 물려줄 마지막 포트폴리오와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 버핏클럽
버핏, '실수로 놓쳤던 구글' 드디어 매수
2025년 3분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 공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알파벳(GOOGL, 이하 구글)을 새로 매수했다는 점이다. 오늘 공개된 13F에 따르면 버크셔는 이번 분기에 구글(GOOGL) A주 1,785만 주, 약 43억 달러어치를 새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구글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이며 시가 기준 10대 보유 종목에 한 번에 진입했다. 구글은 버크셔가 이번 분기에 새로 매수한 유일한 종목이다.
버핏은 2017년 주주총회에서, 구글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수 가운데 하나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찰리 멍거도 2019년 주총에서, 우리는 돈을 내면서 구글을 사용하고 있지만 구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아보지 못했다며, 구글을 사지 못한 것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뼈아픈 실수라고 인정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런 실수와 후회를 만회하려는 의도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버핏은 퇴임 직전 자신의 마지막 포트폴리오에 구글을 담았다. 특히 이번 구글 매수는 소액 투자가 아니라 한 번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10대 보유 종목에 오를 정도의 큰 규모라는 점에서, 단수한 기술주 투자가 아니라 AI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아우르는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버크셔의 시각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은 비중을 계속 줄여가며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버크셔는 이번 분기에도 애플 지분을 15% 정도 더 줄여 607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보유했다. 애플은 2024년 이후 4분기 연속으로 지분이 축소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위 10대 종목 가운데 지분을 축소한 또 다른 종목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이며 2025년 2분기보다 비중이 6% 정도 줄어들었다.
이 밖에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고판 상위 5개 종목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꾸준한 주식 매도, 하락을 기다리나?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 들어 3분기 연속으로 보유 주식을 꾸준히 매도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46억 7,7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했고, 2분기에는 매도 규모가 69억 1,500만 달러로 더 커졌다. 3분기의 매도 규모는 무려 124억 5,400만 달러로,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주식을 팔았다. 지난 9개월 동안 처분한 보유 지분의 금액을 모두 합치면 무려 240억 4,600만 달러에 달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2년 4분기부터 지금까지 무려 12분기 연속으로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지속적인 보유 지분 매도는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버핏의 신중한 접근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버핏 자신이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삼는 버핏지표(Buffet Indicator)에서도 잘 나타난다. 버핏지표는 한 나라의 전체 시가총액을 그 나라의 명목 GDP로 나눈 값으로서 시장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 정도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버핏지표가 100% 이하이면 저평가, 120% 이상이면 과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버핏지표는 이미 200%를 넘어섰다. 2001년 버핏은 버핏지표가 200%를 넘으면 이는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의 버핏지표는 과거 2000년의 닷컴버블과 2020년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성이 넘쳐난 장세보다 높다. 지표로만 보면 시장의 거품이 언제 터져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탓에 이번 분기에도 자사주 매입은 없었다. 버핏은 배당금 지급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조차 고평가됐다고 판단해 올 들어 지금까지 자사주를 단 한 차례도 매수하지 않았다. 2024년 3분기에 3억 4,500만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지금까지 5분기 연속으로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최근 버크셔의 주가는 S&P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순자산배수(PBR)가 1.54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버크셔 해서웨이는 PBR 1.2 이하 구간에서 주로 자사주 매입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장은 PBR이 적어도 1.2 수준까지는 하락해야 자사주 매입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적인 현금 보유, 어디에 투자했을까?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속적인 주식 매도, 국채 투자, 그리고 보험과 철도 사업 부문의 이익 개선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왔다. 2025년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3,820억 달러(억 단위 반올림)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 기록한 3,480억 달러의 현금 보유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버핏은 이런 현금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막대한 현금 보유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버핏은 100억 달러의 잠재적 인수나 투자를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실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적절한 기회가 오면 100억 달러가 아니라 1,000억 달러 투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버핏은 10월에 기다렸던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지 시각으로 10월 1일 옥시덴털 페트롤리엄(Occidental Petroleum Corporation)의 화학사업부 옥시켐(Oxy Chem)을 현금 97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2022년에 손해보험사 앨러게이니(Alleghany)를 116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투자다.
옥시켐은 수산화나트륨, 염소 알칼리, PVC 등 기초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석유화학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약세로 실적이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옥시켐 인수는 “경기 저점에서 우량 자산을 싸게 사들이는” 버핏의 전형적인 매수 전략을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월가도 옥시켐 인수 가격은 내년 예상 현금 창출력의 약 8배 수준으로 저렴하다면서, 업황이 회복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건강 양호·주 5일 출근, “그레그 100% 지지”
버핏은 11월 10일 공개한 추수감사절 서한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와 후계 구도, 버크셔의 전망을 언급했다. 올해 95세인 버핏은 자신이 집안의 장수 기록을 다시 세웠다면서 생각보다 건강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다만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책 읽는 것이 점점 힘들지만 여전히 주 5일 사무실에 출근해 동료들과 일한다며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후계자인 차기 CEO 그레그 에이블에 관해서는, 자신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고 버크셔를 이끌기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또 자신과 자녀들은 그레그를 100% 지지한다면서, 버크셔 주주들이 그레그에게 신뢰와 안도감을 느낄 때까지 상당량의 클래스 A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이른바 “버핏 프리미엄”이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버핏이 은퇴를 선언한 지난 5월 주총 이후 지금까지 버크셔 주가는 부진함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S&P500은 17% 정도 상승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BRK.B)는 2% 넘게 하락하면서 버핏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버핏은 버크셔의 미래에 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주가는 오르내리게 마련이고 현재의 주가 부진은 회복될 것이다. 자신이 버크셔를 경영해온 지난 60여 년 동안에도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적이 세 차례나 있었지만 미국 경제는 다시 회복했다면서 장기적인 낙관론을 유지했다.
특히 상관관계가 적게 잘 분산한 사업 포트폴리오, 주주에게 책임을 다하는 좋은 경영자, 그리고 막대한 현금을 고려할 때 버크셔는 자신이 아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기업을 휘청이게 할 정도의 충격적인 재난을 겪을 가능성이 적다며 버크셔의 미래에 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장은 버핏의 뒤를 이을 그레그 에이블이 버핏의 이런 바람을 얼마나 이루어낼지 내년 1분기 실적을 예의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