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캠프 2] ‘나만의 GPTs’로 찰리 멍거 따라 하기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만 보는 것은 증기기관을 물 끓이는 주전자 정도로 여긴 것과 같다. AI는 함께 생각하는 동료이자 나를 ‘학습 기계’로 만들어줄 스승이다. [AI 주식캠프]는 좀처럼 변치 않는 주식 투자의 올드패션과 가장 빠르게 진보하는 AI 혁신을 조합한다. 투자에 도움 되고, AI를 쉽게 쓰는 것이 목적이다. AI 시뮬레이션 연구자이자 직장인 투자자인 필자가 에이전트 AI를 활용해 체계적인 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 버핏클럽
엔지니어에게 배우는 겸손
스마트폰부터 자동차, 항공기까지 우리가 쓰고 타는 거의 모든 제품은 공학의 영역이다. 제품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어 있을수록, 돈과 밀접할수록 공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서울 한강에 다리를 하나 세우려면 세 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먼저 설계 엔지니어다. 설계 엔지니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다리 도면을 그린다.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는 도면을 가상 환경으로 가져와서 실제로 다리에 자동차가 지나가게 하고 거센 바람도 불어보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이것까지 통과하면 테스트 엔지니어는 다리의 축소 모형을 제작해서 안전성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세 명의 엔지니어는 모두 안전계수(factor of safety)를 사용한다. 안전계수는 다리가 제구실을 하는 것 이상으로 철근을 넣고 두께를 늘려서 더 단단하게 만드는 정도를 나타내는 ‘곱하기 숫자’다. 다리에 한꺼번에 지나갈 수 있는 자동차가 100대라면, 안전계수 2를 써서 200대가 지나가도 문제없게 만든다.
엔지니어는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정교한 도구를 써서 강도와 안전성을 살피지만, 엔지니어의 건강한 편집증 탓에 안전계수는 도구의 정교함과는 별개로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단순히 2를 곱하는 방법이 조금은 엉성해 보여도, 언제나 틀릴 수 있고 알 수 없는 불확실성(unknown uncertainty)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엔지니어의 겸손한 태도가 안전계수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다리를 짓는다면?
주식투자에도 공학의 안전계수와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그것이다. 안전마진은 공학의 안전계수에서 왔다. 투자의 안전마진은 벤저민 그레이엄이 처음 체계적으로 정립했고, 그와 같은 궤를 그리는 워런 버핏은 1997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다리 건설을 비유로 들어 안전마진을 설명했다.
“만약 10,000파운드를 지탱하는 다리에 9,800파운드짜리 트럭으로 건너고 있다고 해봅시다.
만약 그 다리가 얕아서 겨우 10cm 위를 건너는 다리라면,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 다리가 거대한 그랜드 캐니언 위에 놓여 있다면,
트럭 무게를 4,000파운드로 줄이는 식으로 훨씬 더 큰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싶을 겁니다.”
안전계수가 물리적인 상황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처럼, 안전마진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투자자를 경제적 파산으로부터 구한다. 주식의 가격과 가치라는 관점으로 보면 안전마진은 기업의 적정 가치보다 충분히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적정 가치가 10만 원이라고 판단했다면 7만 원까지 기다리는 것이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다리를 짓기 위한 안전계수와 같은 논리다. 100대가 지나갈 수 있는 다리를 200대가 지나가도 견디게 만드는 것처럼, 10만 원 가치의 주식을 7만 원에 사면 30%의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셈이니까. 이렇게만 된다면 주식투자가 얼마나 쉽겠는가.
안전마진은 근본적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겸손의 자세다. 안전계수와 안전마진이 닮았듯이, 주식투자자는 엔지니어의 겸손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나는 공학을 배우고 후에 투자를 배웠기에, 안전마진에 해당하는 안전계수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어떤 사달이 나는지 현장에서 보고 배웠다. 높은 컴퓨팅 파워와 훌륭한 솔루션, 숫자로 정교하게 계산해도 틀리지 않을 수 없었다. 주식투자에서도 마찬가지로 언제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안전마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제1 원칙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만 고수해도 다리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듯 주식투자 의사결정 과정 또한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찰리 멍거가 남긴 체크리스트
아무리 좋은 개념이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안전마진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체크리스트다. 그러나 체크리스트만큼 평가절하된 것도 없다. 공장이나 자동차 정비소 혹은 회사 사무실 구석진 벽에 붙어 있는 체크리스트는 대부분 먼지가 쌓여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찰리 멍거 바이블》과 《가난한 찰리의 연감》 두 책에서 찰리 멍거의 체크리스트 TOP 10을 정리했다.
1. 리스크: “모든 투자 평가는 리스크 측정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 적절한 안전마진을 확보하라.
· 큰 실수, 영구적인 자본 손실을 피하라.
2. 독립적 사고: “군중을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객관성과 합리성은 사고의 독립성을 요구한다.
· 다른 사람의 동의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분석과 판단의 정확성이다.
3. 준비: “성공을 위해서는 평생 독서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여 매일 조금씩 더 현명해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탐독을 통해 평생에 걸친 독학자로 거듭나라.
· 성공하려는 의지보다 준비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4. 지적 겸손: “자신의 능력범위를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증거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 명확하게 정의된 능력범위 안에 머물러라.
· 반증(反證)을 파악하고 수용하라.
5. 분석적 엄격성: “가격과 가치를 구분하고, 사업 자체를 분석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 난해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보다 명백한 사실을 명심하라.
· 거시경제 예측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림자인 주식이 아니라 몸통인 기업을 분석하라.
6. 자본 배분: “기회비용을 측정하고, 확률이 크게 유리할 때는 과감하게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 투자자의 최우선 과제는 자본의 적절한 배분이다.
· 좋은 투자 아이디어는 드물다. 성공 가능성이 클 때는 크게 베팅하라.
7. 인내: “불필요한 거래 비용을 피하고, 복리 효과를 방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 복리는 세계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다(from 아인슈타인).
· 수익과 더불어 과정을 즐겨라.
8. 결단력: “적절한 상황이 왔을 때 결단력과 확신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 다른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 공포를 느껴라.
· 다른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 때 탐욕을 부려라.
9. 변화: “세상의 진정한 본질을 인식하고,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아이디어라도 기꺼이 수정해야 합니다.”
· 세상이 당신에게 맞출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
· 가장 아끼는 아이디어는 계속 시험하고 기꺼이 수정하라.
10. 집중: “일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오만과 권태의 여파를 막아내라.
· 사소한 문제에 매몰되어 명백한 사실을 간과하지 말라.
나만의 GPT인 GPTs 만들기
체크리스트를 따른다고 해서 멍거가 될 수는 없지만 그를 흉내 낼 수는 있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AI가 나설 차례다. 오픈AI의 챗GPT(ChatGPT, 이하 GPT)는 GPTs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GPTs는 자신만을 위한,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목적을 구체화할 수 있는 AI 서비스다. GPT가 범용(general)이라면 GPTs는 맞춤형(customized)인 격이다.
GPTs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대신, 내가 만든 GPTs를 먼저 소개하겠다. 사실 만드는 방법은 GPT를 쓰는 방법만큼이나 쉽다. GPT를 일상 언어로 쓰듯이 GPTs도 그냥 말로 만든다. 마법의 프롬프트인 ‘~해줘’로 만들 수 있다. 찰리 멍거를 존경하고 그를 흉내 내고 싶은 마음에 “찰리 멍거의 주식투자 체크리스트” GPTs를 만들었다. 그 모습은 이렇다.
- GPTs 사용 링크: https://chatgpt.com/g/g-68cb825e214c81918f7a8ff633573087-calri-meonggeoyi-jusigtuja-cekeuriseuteu
GPTs는 GPT 메인 화면의 ‘탐색하기(영어 버전은 GPTs) 〉+ 만들기’에서 프롬프트로 만들 수 있다.
GPTs 생성의 메인은 ‘지침’과 ‘지식’이다. 지침은 GPTs에 대해 설명하는 곳이며 3,000자로 제한된다. 처음에는 GPT에 지시하면 GPT가 자동으로 지침을 채운다. 이렇게 뼈대가 잡히면 사용자가 텍스트를 수정해 지침을 구체적으로 편집할 수 있다. 만들어진 GPTs는 오른쪽에 있는 ‘미리 보기’에서 바로 사용하면서 본연의 의도가 잘 반영되었는지, 작동은 원활한지 살피며 차츰 개선해나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식이다. 지식 부분은 AI가 참조할 자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위 GPTs를 만든 ‘지식’에는 6개 문서가 포함되어 있다. 위에서 나열한 ‘찰리 멍거의 체크리스트 TOP 10’은 ‘찰리멍거바이블_체크리스트.pdf’에 있다. 추가로 《체크! 체크리스트》는 체크리스트의 바이블이다. 외과 의사인 저자 아툴 가완디는 의료계에서 체크리스트를 어떻게 만들고 왜 만들어야 하는지 이 책에서 상세히 소개했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 분야, 그리고 투자 분야에 관한 체크리스트가 자주 나와서 투자자라면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찰리 멍거가 체크리스트를 논할 때 정형외과 분야와 항공 분야를 자주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GPTs 지식에 포함된 자료들
- 찰리멍거바이블_체크리스트.pdf
- [퍼플렉시티] The Checklist Manifesto.pdf
- Charlie Munger’s Value Investing Principles Checklist.html
- 찰리 멍거와 ‘Poor Charlie’s Almanack(가난한 찰리의 연감)’.pdf
- The Checklist Manifesto_ 효과적인 체크리스트 작성법과 핵심 내용.pdf
- 신한투자증권_250819_버블6.pdf
주식투자 체크리스트 GPTs 실전
‘시작하기(Get Started)’를 클릭해서 주식투자 체크리스트 GPTs를 시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GPT는 내가 묻고 GPT가 답하지만 체크리스트 GPTs는 반대다. GPT가 묻고 내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나는 두 가지 체크리스트, 즉 ‘1번 주식매수 체크리스트’와 ‘2번 비상사태 체크리스트’로 구분해서 설계했다. 이 중에서 1번 주식매수 체크리스트를 선택하면 정량 평가, 정성 평가, 종합 평가의 순서로 진행한다.
두산로보틱스 종목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진행했다. 분량상의 이유로 전체 과정을 담지 못했고 처음 시작하기와 체크리스트를 거친 최종 결론을 참고해주길 바란다.
- 주식투자 체크리스트 GPTs: 시작
2. 주식투자 체크리스트 GPTs: 끝(종합 평가)
① 정량 평가(※ 신호등 의미: 🟢 양호 / 🟡 주의 / 🔴 경고)
② 정성 평가(요지)
정량 평가 4개 항목과 정성 평가 4개 항목에 대해 GPTs와 2인 1조로 체크리스트를 완성했다. 정량 평가도 중요하지만 정성 평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성 평가는 메타인지를 돕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GPT와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과정에서 투자자는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GPT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종목의 투자를 검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기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이와 같은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GPT가 던지는 질문에 막힘없이 투자 근거와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 체크리스트 GPTs와 대화할수록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느낄 것이다. 투자에 관한 메타인지다.
③ 종합 평가: 리스크 & 기회 요약
지금까지의 입력과 상태(부분적 리서치, 흥분 모드, 기본 이해 수준, 확증편향 신호)를 반영해 규칙 기반 결론을 냉정하게 정리한다.
🧮 손절·포지션 규칙(확정)
· 권장 손절 기준: -25%
- 이유: 자산 대비 손실률을 4.17%(500만 원 × 25% ÷ 3,000만 원)로 묶어 5% 이하 원칙 준수
- 동시에 변동성·적자 상태를 감안한 완충
· 손실 한도(금액): -125만 원
📊 업사이드 & 다운사이드
종합 평가를 보면 녹색 신호등보다 주황 신호등과 적색 신호등이 많다. 체크리스트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10분이면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투자 대상을 체크해볼 수 있다. 나의 소중한 돈을 투자하는 데 단 10분도 투자하지 못할 투자자는 없으리라 믿는다.
노아의 방주를 만듭시다
체크리스트는 한 번 만들어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쓰면서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개선해야 진정한 체크리스트가 된다. 투자 경험이 쌓이면서 노련해지듯이 체크리스트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를 이어가면서 실수한 점과 잘못한 점에 대해 수정과 개선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의 실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유명인의 실수를 교훈 삼아 체크리스트를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나 마지막은 언제나 기록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같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에 현금 비중이 일정 규모를 유지했다면, 모두가 패닉일 때 투자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이것은 ‘2번 비상사태 체크리스트’에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비상사태 체크리스트는 시장이 패닉일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 부동산시장까지 모두 잘나갈 때야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급격한 상승만큼 급격한 하락이다. 잘못된 시나리오로 흘러갈 때, 자신만의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공포를 느끼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투자로 치면 공포에 휩싸여 매도 버튼을 누르는 행위─대신, 미리 지어둔 노아의 방주가 있어야 견딜 수 있다. 내게는 찰리 멍거의 비상사태 체크리스트가 노아의 방주다. 최근 심심치 않게 AI 버블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대응 전략이 있으면 버틸 힘이 생긴다. 만약 계좌의 -30%까지 추락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비상사태 체크리스트 GPTs를 켜고 내 계좌 상태와 함께 시장의 버블을 점검할 것이다. 프롬프트를 쓰고, 응답을 기록하고, AI 체크리스트와의 대화에서 얻은 결론을 신뢰하고 실행할 것이다. 내 나름의 대응 전략이다.
(※ 비상사태 체크리스트를 위한 ‘지식’ 자료는 2025년 8월 19일에 발행된 신한투자증권의 “버블 템플릿: 2026-2027 미국 증시 버블 시나리오” 보고서의 일부를 업로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