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버핏, 머스크, 피터 틸이 찾아낸 1%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함께 일했던 짐 켈러(2018년 테슬라 자율주행부문 부사장 역임)는 한 인터뷰에서 머스크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일론은 항상 본질을 파고듭니다. 99%의 편견을 버리고 1%의 본질에만 집중합니다.”
세상을 바꾼 일론 머스크에게 감명을 받은 투자자라면, 짐 켈러의 말을 기억한 채 워런 버핏과 피터 틸을 비교해봤으면 합니다.
워런 버핏을 추종하는 투자자들은 주로 ‘소비재 독점’ 기업을 좋아합니다. 버핏이 전성기에는 코카콜라, 질레트 같은 기업들에 투자해서 큰 성공을 거뒀고, 최근에는 애플을 통해 그 신화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기술주 투자는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버핏을 추종하다 보니 자연스레 비즈니스를 대하는 성향도 닮게 되는 것이죠.
반면에 피터 틸은 순전히 기술주 투자로만 큰 부를 이룬 경우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틸은 1998년 페이팔 공동 창업, 2003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공동 창업, 2015 오픈AI 투자 등 내로라하는 기술기업 대부분과 연결되어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최근에는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고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전혀 다른 것 같은 워런 버핏과 피터 틸의 투자 대상에는 사실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독점’이라는 것입니다. (독과점, 독점 모두 ‘독점’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케이블 TV 시대에는 소수의 지상파 방송국 독점 시대를, 인터넷 시대에는 지역 신문사 독점 시대를 그리워할 정도로 버핏은 ‘독점’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마찬가지로 피터 틸은 기술의 독점력이 확고한 기업에 과감히 투자해왔습니다. 둘의 투자 대상 기업은 비즈니스 형태만 다를 뿐, 그 속성을 뜯어보면 공통점이 많습니다.
피터 틸은 짐 켈러가 말한 ‘1%의 본질’을 비즈니스의 ‘독점력’에서 찾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비즈니스의 형태 자체는 버려야 할 ‘99%의 편견’인 것이죠.
1970~1990년대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춘 소비재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맘껏 확장하며 가치를 키우던 시대였습니다. 반면 2000년대 이후는 강력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수요를 맘껏 누리는 시기입니다.
성장의 기회가 바뀌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투자의 본질은 ‘그 부를 담는 그릇이 얼마나 탄탄하고 넓은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점력’을 알아보는 것이죠.
성장의 기회는 계속 변하고 그에 따라 혜택을 받는 비즈니스들도 변화합니다. 과거 가파른 성장으로 시장을 풍미했던 강력한 소비재기업들은 이제 성장세가 꺾였습니다. 반면에 새롭게 출현한 비즈니스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강력한 해자, 즉 ‘독점력’을 가진 기업들만이 부를 축적할 것이고 투자자들에게도 큰 과실을 안겨주겠죠.
본질을 좇는 투자자라면 세상의 변화를 민감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의 변화를 읽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그 속에서 부를 빨아들일 기업들을 잘 선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구루들의 투자철학의 ‘본질’이 아니라 결과로 나타난 ‘현상’만을 쫓아서는 안 됩니다. 이미 성장 여력이 떨어진 기업을 낮은 배수에 매수하며 그들의 투자 방식을 따라 한다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가치가 창출되지 않거나 창출될 가치가 얼마 남지 않은 대상을 붙잡고 투자를 논한다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아주 싸게 산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모든 비즈니스에 대해 우위를 갖기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런 현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드러켄밀러의 투자철학은 이전 칼럼 참조). 일단 모멘텀이 불어오는 영역이 있다면 주목하고 공부하는 것이죠. 장기적인 변화 여부, 그 변화 속의 비즈니스 독점력을 깊이 있게 학습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기회를 다 누릴 수는 없겠죠. 다만 그중 일부라도 파악하고 시기가 맞는다면 과감히 집중하는 기질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유연성은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편견 때문에, 알아보기도 전에 지식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투자자들이 현상에만 집중하면 그 현상이 변했을 때 함께 쓸려나갈 수 있습니다. 뛰어난 사람은 현상이 빚어내는 99%의 ‘편견’을 제거할 줄 아는데, 이는 쓸려나가지 않을 1%의 ‘본질’을 꼭 붙잡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짐 켈러가 일론 머스크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투자의 구루들을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편견만 만들어낸다면 오히려 결과는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투자자는 본질에 집중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두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