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버티면 버는데, 왜 못 기다릴까?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투자란 미래의 성과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행위입니다. 투자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기다림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과 산업을 공부하고 기업 가치평가까지 열심히 익혀 종목을 선정하더라도, 결국 기다리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같은 투자 대가들이 ‘기질’을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지식이 풍부해도, 기다릴 줄 알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기질’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요즘처럼 하루하루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에 ‘기다림’을 강조하는 것이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주가 변동을 활용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런 비법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을 것만 같은 장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특별한 ‘촉’이나 ‘스킬’이 없다면, 기다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설령 이번 변동성 장에 맞는 특별한 감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 가능한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데이비드 가드너의 《규칙파괴자(Rule Breaker Investing)》는 ‘기다리는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합니다.
기존 규칙을 파괴할 만큼 혁신적이면서 퀄리티가 높은 기업들에 분산투자하고 장기적으로 함께 가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즉 기다림의 기준을 기업의 ‘퀄리티’에 둡니다. 심지어 주가가 신고가를 경신할 때 오히려 사라고 말할 정도로, 주가 수준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준을 두지 않습니다.
기다림의 기준을 ‘가격’에 두는 기존 가치투자서들의 관점과 대비됩니다. 변동성이 극심하거나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가치 대비 더 저렴해졌으니 추가 매수하거나 버티라는 논리와는 다른 철학입니다.
저자는 신고가에 진입한 뒤 주가가 빠지더라도 그냥 두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다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그 기업에 대한 판단이 틀릴 수도 있으니 물타기는 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주가가 회복한다면 일시적 조정이었던 것이고, 설령 더 큰 하락이 오더라도 다른 보유 종목들의 상승이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결국 우상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특정 종목의 비중을 키우지 말고 비교적 균등하게 분산하라고 권합니다.
기다림의 기준을 ‘가격’에 둘 것이냐, ‘퀄리티’에 둘 것이냐는 가치투자자들의 오랜 고민입니다. 햄버거 가격이 내려가면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며 하락한 주가에 과감히 물타기를 하는 버핏의 어록은 유명합니다. 그러나 햄버거 가격이 내려가는 이유가 품질 저하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소위 ‘가치함정’에 빠지게 되니까요.
반면 퀄리티를 기준으로 삼으면 적정 주가 수준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면 조정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퀄리티 프리미엄’을 지불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을 버티면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가 주가를 밀어 올려 결국 이익을 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환경이 불리하게 바뀐다면 주가는 과도하게 내려앉을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기업과 오래 동행했지만 결과는 참혹해지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다림의 기준을 가격과 퀄리티 모두에 두어야 합니다. 가격이 내려왔다고 바로 추가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퀄리티가 함께 하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또한 퀄리티 대비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닌지 항상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미래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면, 장기적 시계열을 가진 투자자는 충분히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버핏은 유명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샐러드 오일 스캔들 당시, 직접 음식점들을 돌면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프랜차이즈 가치를 측정한 바 있습니다. ‘퀄리티’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큰 비중으로 매수에 나섰고, 모두 아는 바와 같이 뛰어난 성과를 냈습니다.
《규칙파괴자》의 저자 데이비드 가드너도 가격에 민감하지 않아 보여도, 크게 과도한 수준에서는 줄이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이 가치를 창출할 때까지 끝까지 버티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는 기조는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위험 수용 범위와 기질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몇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어떤 종목을 담아라 같은 획일적인 방법론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자신이 기다리고 버텨내기에 최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또한 그 포트폴리오의 구성 이유가 어떤 ‘가격’과 어떤 ‘퀄리티’ 수준인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가들의 견해와 철학은 이런 스스로의 투자 과정을 찾아가는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변동성 높은 어려운 장세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시길 기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