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캠프 6] 찰리 멍거가 AI에 물었을 법한 네 가지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만 보는 것은 증기기관을 물 끓이는 주전자 정도로 여긴 것과 같다. AI는 함께 생각하는 동료이자 나를 ‘학습 기계’로 만들어줄 스승이다. [AI 주식캠프]는 좀처럼 변치 않는 주식 투자의 올드패션과 가장 빠르게 진보하는 AI 혁신을 조합한다. 투자에 도움 되고, AI를 쉽게 쓰는 것이 목적이다. AI 시뮬레이션 연구자이자 직장인 투자자인 필자가 에이전트 AI를 활용해 체계적인 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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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통찰 사이

기계공학은 직관적이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성을 다루기 때문이다. 기계공학 설계에서도 이 직관이 통해서 두꺼운 댐은 얇은 댐보다 강하고, 기다란 낚싯대는 짧은 낚싯대보다 많이 구부러진다. 어려울 게 없다.

그럼 아래 그림에서도 이 직관을 사용해보자. 그림의 빨간 점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장에 투입되었다가 돌아온 연합군 비행기들에 있던 총탄과 대공포탄의 흔적을 표시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에 이것은 비행기의 어디를 보강할지 결하는 근거 자료로 쓰였다.

[그림 1]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의 총알 흔적 분포

당신이 설계자라면 어디를 보강하겠는가? 비행기 동체 중앙? 날개를 잃으면 추락하니 양쪽 날개? 아니면 꼬리 날개를 보강해야 할까? 어떤 답이라도 좋다.

사실, 나는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답하지 못했다. 셋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연합군 수뇌부의 초기 아이디어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월드(Abraham Wald)는 달랐다.

그는 살아 돌아온 비행기의 총탄 흔적은 ‘여기에 맞아도 비행기는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한 것이다. 빨간 점이 거의 없는 엔진, 조종석 주변, 동체 앞부분에 장갑(裝甲)을 덧대야 옳다.

기계공학의 직관과는 다르게 이와 같은 ‘거꾸로 생각하기’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1986년 하버드스쿨(LA 소재 중고등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당시 예순이 넘었던 찰리 멍거 선생은 ‘확실히 불행해지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거꾸로 생각하기가 의식적인 노력보다 몸에 밴 습관과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투자자 대부분은 거꾸로 생각하기를 멍거 선생으로부터 배웠을 것 같다. 생전에 멍거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죽을 곳을 알고 싶다. 그러면 그곳엔 얼씬도 하지 않을 테니까.”

데이터 투자로 얻은 한 가지 원칙

거꾸로 생각하면 보일 때가 있다. 내게는 데이터 분석자의 모자를 쓰고 주식시장을 바라볼 때가 그렇다. 물론 처음부터 거꾸로 생각하기를 적용한 것은 아니다. 과거 주식시장의 데이터로부터 투자 전략을 검증하고 확률적 우위를 찾는 퀀트(quant) 투자를 예로 들어보겠다.

주식 가격으로부터 규칙을 찾든지, 재무제표로부터 투자 지표를 기준 삼아 수익률(CAGR, 연복리 수익률)을 최대화할 규칙을 찾는 것이 초보 퀀트 투자자의 제1순위 목표다. 돈을 벌려고 투자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시간과 노력을 조금 할애해서 찾아보면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직접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퀀트 서비스를 이용해도 재연할 수 있다. 그때는 내가 투자의 성배를 발견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양한 자산군에 동일한 전략을 적용하고 전체 데이터의 일부를 테스트에 쓰고 검증 데이터를 따로 관리하는 아웃 오브 샘플링(out-of-sampling)을 하면서, 투자의 성배는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당시만 해도 파이썬 코드를 AI가 써준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피지컬한 업’이었다.

밤새 코드와 씨름하고 얻은 나의 결론은 이렇다. 데이터 분석적 접근의 목적은 최고의 수익률을 위한 최적의 투자 전략 찾기가 아니라,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행동 피하기다. 나의 소중한 시간과 맞교환한 것치고는 싱거운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내게도 ‘거꾸로 생각하는 습관’ 하나가 몸에 배었다.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이러한 방식으로 체득했다. (다른 사람의 말에서 얻은 것과, 자신의 손과 발로 얻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가격이 떨어지는 주식의 평단가를 낮추는 소위 물타기를 하지 않는 원칙도 여기에서 얻었다. 거의 모든 투자 전략과 자산군에서 불타기와 물타기가 맞붙었을 때 대부분 불타기가 승리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결과다. 그렇다고 불타기를 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물타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익혔다는 의미다.

아래 데이터는 한국 주식 중 100개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물타기와 불타기를 비교한 결과다. 물론 AI-노코드 데이터 분석으로 했다. 예상대로 물타기는 승률이 높다. 그러나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여러 번, 여러 전략, 여러 자산군에 실시해보면 유사한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표 1] 불타기와 물타기의 성과 비교(AI-노코드 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 주식 100개 랜덤 선택)
[그림 2] 불타기와 물타기의 성과 히스토그램 분포(AI-노코드 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 주식 100개 랜덤 선택)

'AI 주식 투자대회'의 의미

《할 수 있다! AI 주식 투자》의 대표 홈페이지(www.ai-stock.co.kr)에서 진행 중인 ‘AI 주식 투자대회’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는 4개 AI(ChatGPT, Gemini, Claude, Perplexity)가 주간 단위로 5개 종목을 선정하여 수익률을 경쟁하는 자체 진행 대회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4개 AI의 종목을 공개하고 다음 날인 월요일 시가에 매수해 금요일 종가에 매도하는 규칙을 따르고 있다. 종목 선별을 위한 콘텍스트 데이터는 ‘한국 퀀트 스크리닝’ 데이터를 사용한다.

이 대회를 주최한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은 ‘직접’ 확인한다는 자세이다. AI가 세상에 나타나고─컴퓨팅 기술적으로─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접 대회를 개최하여 진행하고 있다. 직접 할 때만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무엇이라도 배울 게 있을 것이다.

둘째, 목적이 중요한데, ‘AI 주식 추천’으로 최고 수익을 내는 AI 모델을 찾고 싶은 것이 아니라, 거꾸로 코스피지수를 이기는 초과수익이 만만치 않다는 가설을 검증하고 싶은 것이다.

해당 홈페이지의 ‘독자의 소리’ 게시판에서 이 ‘AI vs AI’에 관한 독자 문의가 많았다. 프롬프트 설계와 콘텍스트 데이터, 결과에 대한 해석에 관한 것들 말이다. 나의 답변은 일관적이다. “그런 것 아니고요, 위의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진행하는 중입니다.”

AI 주식 투자대회는 올해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고, 이후 결과와 함께 전체 프롬프트를 모아서 분석하면 재미있는 연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으로 제출하는 것도 하나의 이벤트가 될 듯하다. 한마디로 실험적이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이지, 진지한 투자가 아님을 다시 밝힌다.

👉️AI 주식 투자대회 웹사이트

[그림 3] AI 주식 투자대회 수익률 비교
[그림 4] AI 주식 투자대회 추천 종목 현황(대회 4주 차)

찰리 멍거가 지금 AI를 사용한다면

다시 멍거 선생으로 돌아오자. 그는 2023년 11월 28일에 별세하셨다. ChatGPT-3.5가 세상에 공개되고 나서 단 1년 만이다(ChatGPT-3.5는 2022년 11월 30일 출시했다). 그는 AI 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그가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지 참 궁금하다.

멍거 선생이 AI 앞에 선다면 무엇을 요청할까? 다음 네 가지 정도를 상상해본다.

1. 이 기업이 10년 안에 망하는 시나리오 10가지를 나열하고,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부터 순서대로 정렬해줘.

2. 내가 만약 가장 비참한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앞으로 1년 동안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개인 투자자가 가장 확실하게 망하는 5가지를 알려줘.

3. 내 현재 포트폴리오가 향후 5년 안에 반 토막 날 수 있는 시나리오 5가지를 나열하고, 확률이 가장 높은 것부터 순서대로 정리해줘.

4. 만약 당신이 내 돈을 가장 확실하게 날려버리고 싶은 사기꾼이라면, 지금 나에게 어떤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겠어?

네 가지 질문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전부 뒤집힌 질문이다. 사야 할 이유가 아니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묻고, 잘될 시나리오가 아니라 반 토막 날 시나리오를 묻는다. 멍거 선생이 오랜 기간 몸에 밴 습관으로 했던 일을, 우리는 이제 AI의 프롬프트 창 앞에서 의식적으로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었다.

요즘같이 엄청난 변동성과 기대, 환희, 공포가 뒤섞인 주식시장에서 ‘삼전닉스’를 이제라도 사야 할까, 혹은 반도체 산업 다음은 어디로 수요가 몰릴까를 찾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바라보며 위의 네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거꾸로 뒤집힌 질문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과 발로 익혀야 하는 것이니.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