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35] 주식, 공부한다고 돈이 됩니까?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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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大) 주식의 시대’입니다. 온 국민이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게 늘어난 부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저는 국민들이 부동산보다는 금융상품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게 더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목돈을 투입해야 하는 부동산은 가격이 높아져도 현금화하기가 어렵고, 현금화한 다음에는 다시 부동산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실물 경제로 흘러가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인의 ‘부의 효과’, 즉 자산 가치 증가로 인하여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은 전 세계 대비 매우 낮은 편입니다. 반면에 주식 같은 금융상품은 현금화하기가 쉽고, 언제든 다시 살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소비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실적 증가 → 기업의 가치 상승 → 주식 가격 상승’이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토대가 됩니다.

한편 주식의 전반적인 급등세는 막대한 심리적 피로를 유발합니다. 단지 주식이 없어서 생기는 피로감뿐만 아니라, 주식이 있더라도, 열심히 주식을 ‘공부’해서 투자한 나보다 옆자리에서 별생각 없이 ‘딸깍’ 주식을 사서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으로 인한 피로감도 큽니다.

부동산의 전반적인 상승 또한 피로감을 유발하지만 그 정도가 다릅니다. 부동산은 1) 목돈이 들어가고, 2) 거래하기가 어렵고, 3)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레버리지를 끼고 들어가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옆자리의 누군가가 돈을 벌었을 때에는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의 노고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적어도 수억 원의 돈을 태워야 하니 (대단한 자산가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신중하게 고민하고, 실제 물건을 둘러보고, 여러 거래 조건을 검토하고, 관련 전문가를 대동하고 거래에 임합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을 때에는 “그래, 그렇게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용기 있게 내린 결정이라 이렇게 돈을 번 거야”라고 받아들이고, 혹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나 지역 상권 몰락 등 외부에 기인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게 마련이고 “안 되면 들어가서 살지 뭐”라는 식의 방어가 가능합니다.

주식은 몇 달을 고민해서 사든, 오늘 점심을 먹다가 귀동냥으로 들은 주식을 사든, ‘딸깍’ 한 번으로 이루어집니다. 부동산보다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라는 게 주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주식을 쉽게 사고, ‘그중 일부는’ 돈을 법니다.

잘 아시는 ‘생존 편향’이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강세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돈을 법니다. 공부한 사람도 돈을 벌고 공부 안 한 사람도 돈을 법니다. 그 와중에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지만, 손해를 본 사람은 조용히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습니다. (요새는 인버스 상품이 하도 많아서, 강세장에 인버스에 베팅했다가 손해 보는 사람들이 조금 다른 의미로 주목받기는 합니다만.)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돈을 번 사람’ 중에는 ‘쉽게 매수한 사람’이 있고, 열심히 공부한 사람일수록 이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과가 동일하다면 인풋이 적었던 사람이 승자니까요.

이 자괴감을 더 심화시키는 건 레버리지입니다. 부동산은 대출 규제가 촘촘하게 있어서,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끌어올 수 있는 레버리지가 크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갭 투자’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이는 최근 몇 년간 집중 규제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갭 투자를 수십 채 하는 사람은 소수니까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

주식은 레버리지 ETF가 존재하고, 그 이전에도 선물옵션 등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용이했습니다. 특히 요즘 부각되는 레버리지 ETF는 개인의 신용을 잠식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 ‘용기’를 내기만 한다면 ‘딸깍’으로 몇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이닉스 없는 사람은 하이닉스 산 사람 때문에 FOMO가 오고, 하이닉스를 가진 사람은 몰빵하지 않아서 FOMO가 오고, 하이닉스에 몰빵한 사람은 레버리지를 끼지 않아서 FOMO가 온다”라는 이야기가 한동안 유행했었죠.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 가진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질투나 분노를 크게 느끼지 않습니다. 내 옆자리의,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이 ‘딸깍’ 하는 손쉬운 선택으로 나와는 ‘자릿수’가 다른 부를 순식간에 축적했을 때 느껴지는 질투와 분노는 ‘재벌의 비리’ 등보다 훨씬 큽니다.

특히나, 오랫동안 주식을 공부해온 나보다, “야, 요즘 반도체 좋다는데 나도 주식 좀 사볼까? 주식은 야수의 심장으로 하는 거지, 히히” 하면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를 ‘딸깍’ 사버린 친구가 확 돈을 벌고서는 “야, 주식 쉽네. 너는 왜 그렇게 어렵게 하냐?” 이럴 때 느끼는 당혹감과 수치심은 다른 분야에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흔히들 주식은 위험하고, 제대로 공부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세태에서는 과연 열심히 공부한다고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심하게 의구심이 생기고는 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네, 지금까지 서론이었습니다.)

‘좋은 수익’이 무엇인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표현할 때 ‘얼마’를 벌었는지는 대체로 명확합니다. 평가이익이든 실현이익이든 딱 떨어지는 금액이 있습니다. 근데 이게 ‘얼마나 잘한 건지’는 모호합니다.

예전에 ‘수익률 측정 방법’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수익률을 측정하지 않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게 그 글의 서두를 여는 지점이었는데, 수익률을 측정하더라도 그게 얼마나 좋은 수익률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며칠 전 어떤 모임 자리에서 “워런 버핏보다 수익률 좋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질문자는 쉽게 농담으로 던진 질문이었지만, 답하는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질문이었습니다. 특정 구간의 수익률만을 놓고 봤을 때 제 수익률이 워런 버핏의 수익률보다 좋을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