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2026년 2분기 13F] 구글 비중 3위로 ‘껑충’… 에이블 체제 자본 배분의 신호탄?
2026년 2분기에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버크셔 해서웨이 보고서와 13F는 여러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시사한다. 이번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에이블 방식의 ‘자본 배분의 시작’이다. 14분기 동안 계속되던 지분의 순매도 기조가 순매수로 바뀌었고 자사주 매입도 크게 늘었다. 동시에 대규모 지분 투자와 기업 인수도 진행되었다. 2026년 2분기 13F 공시를 통해 드러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변화와 지분 투자의 의미를 짚어본다.― 버핏클럽
상위 5대 종목의 변화… 구글, 3위로 껑충
그레그 에이블이 버크셔 해서웨이호의 선장이 된 이후 2분기가 지났다. 투자자들은 에이블 체제의 변화가 언제 본격화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지난 분기에 자사주 매입과 구글 지분 확대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면 이번 분기에는 에이블 체제에서 자본 배분의 방향성이 더욱 또렷해졌다.
2026년 2분기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버크셔의 핵심 투자 종목에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 동안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상위 5대 종목(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셰브런)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오르내렸지만 종목 자체가 바뀐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분기에는 알파벳(이하 구글)이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서 단연 3번째로 비중이 높은 종목이 되었다(GOOGL과 GOOG 합산). 버핏의 가장 아끼는 종목인 코카콜라보다 보유 비중이 더 크다. 코카콜라는 4위로 밀려났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유 비중을 계속 축소하면서 가까스로 5위 자리를 유지했다. 그동안 꾸준히 5위 자리를 지켜왔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인 셰브런은 이제 상위 5대 보유 종목에서 이름이 빠지게 되었다.
버크셔는 2025년 3분기에 처음으로 구글 주식 1,784만 주를 약 43억 달러에 매수했다. 그리고 4분기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올해 1분기에 무려 100억 달러 이상의 구글 주식(GOOGL과 GOOG 합산)을 추가 매수했다. 그리고 이번 분기에도 사모 형식으로 주당 348달러에서 352달러 선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사들였다. 사모 배정 방식은 기업의 자본 조달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단순한 장내 매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빅테크에 대한 버크셔의 투자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거 버핏은 반세기 넘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대표적인 희생양이 기술주였다. 하지만 구글에 대한 이번 투자는 버핏이 CNBC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직접 주도했고 에이블도 동의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구글을 과거 애플처럼 현대 디지털 사회와 AI 산업에서 필수적인 소비재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색엔진, 유튜브, 클라우드, AI를 아우르는 쉽게 넘볼 수 없는 해자와 막강한 현금 창출 능력을 확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글 투자 확대가 제2의 애플이 될지는 미지수다. 버핏이 은퇴 직전인 2025년 3분기에 구글 투자를 시작했고 에이블이 이를 확대하고 있지만 구글은 아직 버핏의 100% 신뢰를 얻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버핏이 CNBC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구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4~5개 사업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 것은 구글이 아직은 애플이나 코카콜라만큼의 최애 종목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구글이 애플,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처럼 영구 보유 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향후 자본 지출의 효율성과 AI/클라우드 사업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현금성 자산 감소 … 자본 배분의 신호탄?
이번 분기의 또 다른 특징은 4,000억 달러에 가까웠던 막대한 현금성 자산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버크셔는 지난 분기 말에 3,970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지만 2분기 말에는 규모가 3,660억 달러(억 단위 반올림)로 무려 300억 달러 넘게 감소했다.
감소 원인은 명확하다. 지분 투자와 인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 배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첫 신호탄은 미국 주택 건설사 테일러 모리슨 홈 코퍼레이션(Taylor Morrison Home Corp.)의 인수다. 버크셔는 구글 투자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5월 31일에 미국 6위의 주택 건설회사인 테일러 모리슨을 전액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에이블 체제 출범 이후 첫 번째로 실시한 대규모 100% 기업 인수였다. 테일러 모리슨 인수에 들어간 금액은 대략 68억 달러(약 10조 2,500억 원)로 알려졌다.
버크셔는 2003년 인수한 미국 최대 조립식 주택 제조사 클레이턴홈즈(Clayton Homes)를 비롯해 벤자민 무어(페인트), 쇼(바닥재), 존즈맨빌(단열재) 등 다양한 건자재 자회사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테일러 모리슨과 클레이턴홈즈가 결합할 경우, 버크셔는 자재 공급부터 건설, 모기지 금융, 분양에 이르는 거대한 주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미국 내 4대 주택 건설사로 도약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를 웃돌면서 주택 건설시장이 얼어붙고 건설사들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시점에서 막대한 현금을 동원한 일종의 코끼리 사냥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버크셔가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주택시장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15분기 만에 순매수 포지션
또 다른 자본 배분의 신호는 포트폴리오의 순매도 기조가 순매수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버크셔는 2022년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무려 3년 넘게 전체 보유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현금을 확보해왔다. 이 14분기의 누적 매수액은 602억 달러였지만 누적 매도액은 2,551억 달러여서 누적 순매도 규모만 대략 1,948억 달러에 달한다.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던 분기는 2024년 2분기로 애플 지분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면서 한 분기에만 755억 달러어치의 지분을 매도했다. 높은 미국 국채 금리를 이용한 무위험 투자로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의 고평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쌓아두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버크셔는 이번 분기에 지분 매도를 통한 현금 확보 전략을 중단하고 지분 매수 전략으로 돌아섰다. 버핏은 그동안 기회가 오면 수백억 달러의 투자나 기업 인수도 서슴지 않겠다며 막대한 현금 요새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이번 분기에 구글, 델타항공, 메이시스 등 몇몇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면서 현금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분기의 순매수 전환만으로 버크셔가 본격적으로 매수세에 나설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2분기 현금 풀기는 테일러 모리슨 등 기업 인수와 구글 등 소수 종목에 대한 선별적 매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앞으로 몇 개 분기의 흐름을 더 지켜봐야 추세 전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사주 매입 20배 늘어
자사주 매입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도 또 다른 자본 배분의 증거다. 지난 분기 에이블의 첫 공개 행보는 언론에 자사주 매입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1분기 자사주 매수는 2억 3,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분기의 매입 규모는 45억 3,000만 달러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4월에는 자사주 매입이 없었지만 5월과 6월에 걸쳐 클래스A 478주와 클래스B 약 860만 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금까지 자사주 매입 규모는 대략 48억 달러에 달한다.
버크셔는 2024년 5월 이후 6개 분기 동안 자사주를 단 한 주도 매수하지 않았다.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낮을 경우에만 매입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실제로 버핏은 2025년 5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들어 지금까지 자사주를 전혀 매입하지 않았다는 게 분명합니다. 버크셔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여러분이 주식을 살 때보다 우리가 더 비싸게 사는 셈입니다. 1년 전쯤 도입된 세금 때문에 우리는 1%를 추가로 냅니다. … 우리는 우리 주식이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거의 확실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할 때만 매입할 것입니다”라면서 주주들에게 자사주 매입 기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 투자 커뮤니티 시킹 알파의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위 그래프를 보면 버크셔가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던 시기의 주가순자산배수(PBR)는 (푸른색 막대) 대부분 1.5를 넘겼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당시 버크셔의 PBR은 1.2와 1.3 수준이었다. 그리고 자사주 매입이 활발하던 2022년과 2023년에도 1.4 안팎이었다. 2024년 2분기에 1.5를 넘어섰고 이후 버크셔는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올해 초 에이블이 자사주 매입 재개를 선언했을 당시에는 1.4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였다.
이런 자사주 매입 패턴을 분석해보면 대략 버크셔의 내재가치는 PBR 기준으로 1.4 정도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PBR이 1.4 아래이면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하고 1.5를 넘어서면 고평가로 판단해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버크셔가 올 들어 2분 연속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섰지만, 다음 분기에도 자사주 매입을 이어갈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2분기 PBR이 1.49로 1.5에 근접한 만큼 현 수준에서 버크셔의 주가는 내재가치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버크셔의 주가(BRK.B)는 8월 10일 기준으로 535.99달러를 기록해 지난 5년 동안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향후 자사주 매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별적 자본 배분의 신호탄?
2026년 2분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와 분기 보고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현금 방출, 즉 자본의 재배치다. 구글에 대한 100억 달러 규모의 사모 지분 투자, 15분기 만의 순매수 전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현금성 자산이 300억 달러 넘게 줄어든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버크셔가 그동안 쌓아둔 막대한 현금을 활용할 기회를 포착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분기의 현금 지출은 에이블 체제의 본격적 자본 배분이 아니라 제한적 혹은 선별적 배분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는 이번 분기의 핵심적인 자본 배분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테일러 모리슨 인수는 기존 자회사인 클레이턴홈즈, 벤자민 무어, 존즈맨빌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구글에 대한 대규모 사모 투자 역시 버핏이 직접 검토하고 에이블이 동의한 자본 배분이었다. 이는 중요한 결정에는 버핏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이다. 자사주 매입도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낮을 때만 매입한다는 버핏의 원칙에 따라 PBR이 1.4대로 내려온 시점에 맞춰 집행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분기의 변화만으로 버크셔가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으로 현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우선 구글에 대한 신뢰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 버핏이 구글은 내가 가진 것 가운데 4~5개보다는 못하다고 선을 그은 만큼, 구글이 애플이나 코카콜라 같은 영구 보유 종목 반열에 오르려면 AI·클라우드 투자의 수익성이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증명되어야 한다. 또 자사주 매입의 지속성도 더 지켜봐야 한다. 2분기 말 기준 PBR이 1.49로 과거 매입을 중단했던 1.5 문턱에 바짝 다가서 있고, BRK.B 주가도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는 만큼 3분기에도 매입이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번 순매수 포지션도 구글 등 극소수 종목에 집중된 결과라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매수 기조 전환이라기보다는 선별적 투자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2026년 2분기는 향후 버크셔의 자본 배분 전략의 방향성을 확인하기에는 아직 불충분하다. 에이블 선장이 이끄는 버크셔호의 자본 배분 원칙이 확고한 모습을 드러내려면 다음 분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한 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