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25] 상승장에서 느끼는 소외감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시장이 강합니다. 코스피가 어느덧 연초 대비 약 30% 올랐습니다. 전 세계에서 미국 시장과 함께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던 게 고작 1년도 안 된 이야기인데, 올해 초부터는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더니 코스피가 글로벌 리딩 마켓이 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코스피는 원래 전 세계 증시에서 1등 아니면 꼴등을 번갈아가며 하는 경우가 꽤 잦았습니다. 역시 전투민족답다고나 할까요.)
이런 상승장에서, 생각보다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은 투자자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작년까지 수익률이 좋았던 사람들, 나름 기업 분석을 열심히 하고 펀더멘털에 기반해서 투자하던 사람들,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이번 상승장에서 생각보다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벌기야 벌었겠지만, 수익률 세 자릿수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와중에 두 자릿수를 겨우 넘기며 코스피는 하회하는 그런 투자자가 꽤 많습니다.
실적이 잘 나올 것 같은 기업에 투자했고, 실제로 실적도 잘 나오고 있음에도, 다른 기업들의 주가가 너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개중에는 실적이 매우 나빴다가 개선되는 기업도 있지만, 여전히 나쁜 실적을 보여주는 기업들도 주가가 막 오르곤 합니다. 그 와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실적이 좋은 기업들의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날도 있으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뛰는’ 심경입니다. 그동안 주식을 헛공부했나, 지금이라도 저런 주식을 따라붙어야 하나 고민이 되겠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상승장의 종류: 실적·유동성·안도 랠리
시장의 색깔을 분류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상승장의 종류를 굳이 나눠보자면 세 가지 정도가 떠오릅니다. 실적 랠리, 유동성 랠리, 안도 랠리가 그것입니다. 실적 랠리는 실적이 좋아서 주가가 오르는 거고요. 유동성 랠리는 그냥 시장에 돈이 많이 들어와서 오르는 거고, 안도 랠리는 그간 주가의 급락을 낳았던 어떤 이슈가 해소되면서 (혹은 다른 호재가 그 악재를 덮어버리면서) 상승하는 걸 뜻합니다.
그럼 나의 ‘소외감’은 언제 어떤 메커니즘으로 느끼게 되는 걸까요?
‘내가 가진 주식’이 상승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나눠보겠습니다.
시장으로 들어오는 돈 × 시장 안에서의 상대적인 배분
주가가 오르려면 누군가 사줘야 하죠. 기존 주주가 여윳돈으로 (혹은 다른 주식을 팔아서) 더 살 수도 있고, 새로운 주주가 나타나서 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일단은 이 주식시장으로 돈이 들어와야 하고요. 그렇게 들어온 돈 중에서 상대적으로 ‘내가 가진 주식’이 다른 주식보다 더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실적 랠리를 봅시다. 실적 랠리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말해 무엇하겠냐만은, 내가 가진 주식의 실적이 다른 주식의 실적보다 좋으면 내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이 커지니까 다른 주식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내 주식을 사겠죠. 근데 ‘실적 랠리’라는 건 보통 전체 시장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방금 묘사한 건 특정 기업군의 상대적인 우위에 대해서인데, 그럼 시장의 기업들이 다 같이 실적이 좋으면 어떻게 되나요? 상대적인 매력은 그대로이니까 새로운 매수세가 없어서 주가가 안 오르나요?
오릅니다. 가격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최근의 거래 가격’을 뜻하고, 시가총액은 그 ‘최근의 거래 가격’에다가 발행주식수를 곱하여 계산됩니다. 기업 A의 주식이 백만 주 발행되어 있고 주가가 만 원이라고 합시다. 시가총액은 백억 원입니다. 어떤 두 사람이 A 주식을 만천 원에 거래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시가총액은 백십억 원이 됩니다. 만약 이 매도자의 매수단가가 만 원이었다면, 시장에는 천 원이 추가로 유입되었을 뿐입니다. (만천 원이 들어오고 만 원이 나갔으니까.) 그런데 시가총액은 십억 원이 상승한 효과가 나왔죠. 반대로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천 원에 두 사람이 거래했다면, 실제 나간 돈은 천 원이지만 시가총액은 십억 원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서 언론에서는 증시가 등락할 때마다 수조 원의 가치가 ‘창출’되었다느니, 수조 원의 가치가 ‘증발’했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묘사가 나옵니다. 그저 시가총액 산정 방식이 그런 과장 효과를 낳을 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두 사람이 A 주식을 만천 원에 사고 팔았고, 여기서 매도자가 또 다른 B 주식을 (예전에 만 원이었던 주식을) 만천 원에 사면 B 주식도 시가총액이 상승합니다. B 주식의 매도자가 A 주식을 만이천 원에 사면 시가총액이 또 십억 원 증가하죠. 최초의 천 원이 돌고 돌면서 시가총액을 띄울 수 있습니다.
그럼 이게 거품 아니냐고요?
이 시장은 ‘열린 시스템’이라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실적이 좋다는 건 기업이 그만큼 외부 세계로부터 돈을 많이 벌어들였다는 거고, 이 돈은 (주식의 정의에 부합한다면) 주주에게 환원하거나 이후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내부에 재투자되겠죠. 결국 주주 전체가 받아 갈 몫이 커졌기 때문에, 시장으로 새로운 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지 않더라도 가격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적 성장은 무한할 수 없으니, 실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정도까지의 상승을 ‘실적 랠리’라 부를 수 있겠죠. 그 이상의 주가 상승, 혹은 실적 성장(혹은 주주환원 증대 같은, 실적 상승 없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이벤트) 없이 주가가 오를 때 이걸 ‘유동성 랠리’라고 부릅니다. (‘안도 랠리’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 돈이 많이 들어오면 돈은 그중에서 어디론가 머무를 곳, 즉 투자할 주식을 찾아 나섭니다. 원점에서 시작한다면 당연히 실적이 좋은 주식으로 돈이 몰려야 하겠지만, 실적 좋은 주식들이 이미 다 오른 후라면 어떨까요? 실적이 나쁘지만 좋아지고 있는 주식, 혹은 좋아지고 있지 않더라도 ‘좋아진다면’ 업사이드를 크게 바라볼 수 있는 주식이 더 매력적이겠죠.
지금의 한국 시장은 두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달러 자산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또 하나는 한국 내에서 주식이 아닌 자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달러 자산 다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의 신뢰도를 과거보다 낮게 평가하여 다른 국가들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그렇게 살펴보다가 한국은, 작년에 워낙 많이 하락하기도 했고, 펀더멘털 좋은 기업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으니까 매수하기에 괜찮죠. 그리고 국내에서는 새로운 행정부가 대놓고 주식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삼겠다고 발언하며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전통적으로 주식을 꺼리던 사람들이 주식에 하나둘씩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들어온 자금들은 그냥 패시브하게 인덱스펀드를 사거나, 아니면 개별 주식들을 살펴볼 텐데요. 개별 주식들 중 펀더멘털이 좋은 주식들은 이미 지난 수년간 ‘코스피 암흑기’ 시절에 고고하게 많은 상승을 보여줬기 때문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간 힘든 와중에 너무나 잘 버텨준 기업들이죠.) 한편 ‘코스피 암흑기’의 주인공이었던 섹터들은 상대적으로 싸 보이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이벤트가 있다면 상승 잠재력이 커 보이니까, 쉽게 사고, 그렇게 쉽게 사니까 주가가 많이 오르고, 주가가 오르니까 또 긍정적인 ‘설명’들이 뒤따라 붙습니다.
유동성 장세라서 펀더멘털 기반 투자자들이 늘 소외감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그 전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거죠. 펀더멘털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은 기업이 널려 있다면, 유동성이 들어올 때 이런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이 다른 기업 못지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상대적으로 무척 선방한 기업들이라면, 이런 장세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개연성이 높죠.
‘안도 랠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심각한 매크로 우려는 결국 ‘경기 침체’ 혹은 특정 섹터에 대한 악재를 상기시키고, 그 예측은 개별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떨어트립니다. 그런 이유로 주가가 다 같이 빠졌다면, 악재가 제거되었을 때 펀더멘털이 훌륭한 기업들의 상승 폭이 크겠죠. 그러나 펀더멘털이 훌륭한 기업들은 대체로 그런 악재에도 잘 버티는 습성이 있고, 그렇게 잘 버틴 이후에 안도 랠리가 펼쳐지면, 펀더멘털이 나빠서 급락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더 강하게 반등합니다.
그러니 현재 상승 랠리를 이끄는 동력이 실적이냐 유동성이냐 안도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까지의 흐름, 맥락이 어떻게 되느냐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항상 장의 색깔과 상승 주식의 스타일이 일대일로 매치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부터 생각해봅시다. 이런 소외감을 느낄 때 가장 해서 안 되는 일은, 내가 가진 훌륭한 주식을 버리고 ‘저런’ 주식들을 따라잡으러 나서는 겁니다.
이런 ‘시장의 색깔’은 돌고 돌게 마련입니다. 일 년에 수차례는 돌고(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 사이에도, 심지어 하루 사이에도 시장의 색깔은 변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트리거도 제각각입니다. 특정 악재가 해소되면서 색깔이 변할 수도 있고, 악재는 여전한데 실적이 좋을 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악재나 호재가 기존의 이벤트를 덮어버릴 수도 있고, 그냥 기존의 이벤트에 익숙해서 둔감해지면서 색깔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미세한 흐름을 맞춰 잡으려는 시도는 인간인 이상 떠올려봄 직하지만, 확률적으로 어려운 게임입니다. 모두가 이 게임을 하려고 하거든요. 이건 누가 더 똑똑하냐의 싸움이고, 운의 영향이 상당히 크게 작용합니다.
물론 능력범위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기존에 보유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기업을 탐구하는 건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경험이 쌓이는 거니까요. 그러나 이런 시도를 할 때에도 반드시 ‘내가 확률이 높지 않은 새로운 경계로 나아가는 중이다’라는 걸 인지해야 하며, 손실 한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또는 이런 시도도 있습니다. 이렇게 ‘부실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른다면 거품이야. 시장의 하락이 머지않았어. 나는 아래 방향으로 베팅하겠어! 이런 거 말이죠.
역시나 자연스러운 발상이지만, 하락에 베팅해서 돈을 버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앞서 공매도와 관련해서도 말씀드렸지만, 시장의 하락은 (상승을 맞히기 어려운 만큼) 맞히기 어렵습니다. 한편 하락을 맞혔을 때 버는 돈의 폭도 상승을 맞혔을 때와는 전혀 다르죠. (불리하다는 이야깁니다.) 공매도 외에도 선물 매도, 풋옵션 매수, 인버스 ETF 매수 등 하락에 베팅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 모두가 결국은 따져보면 불리한 확률에서 하는 게임입니다. 단기 시장 예측을 정말 잘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시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시장이 불안하여 정 뭐라도 해야겠다면, 방향에 대한 고민보다는 ‘리스크 익스포저’에 대한 고민이 더 유익합니다. 내가 지금 하는 결정이 리스크를 늘리는 결정이냐 줄이는 결정이냐 하는 거죠. 시장이 불안해서 주식을 조금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겠다? 그건 리스크를 줄이는 결정입니다. 시장이 하락하면 내 포트폴리오의 하락 폭을 줄일 수 있고, 시장이 상승하더라도 어느 정도 상승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시장이 불안해서 아래 방향으로의 베팅 포지션을 추가로 쌓겠다? 리스크를 줄이는 (‘헤지’ 베팅을 했으니까) 선택이라도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상승하고 내 포트폴리오는 되레 하락한다면, 오히려 내 손실 폭은 아무것도 안 했을 때보다 더욱 커집니다. 방향을 맞혀도 마찬가지로, 헤지 포지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헤지는 헤지대로 깨지고, 주력 롱포지션은 또 그대로 깨질 수 있습니다. 명확하게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이 아니라면, ‘내가 마음이 불안해서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짊어졌구나’라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하락을 예측해서 아래 방향으로 베팅해봤자, 결국은 시장의 반등에 잠식당하고 낙관주의자가 승리할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어냐? 단순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장기 기대수익률을 다시 계산하는 겁니다. 애초에 샀을 때 산 이유가 있을 테고, 그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지, 좋은 일이 생길 때의 잠재 상승 폭이 반대 경우의 잠재 하락 폭보다 충분히 큰지를 따지면 됩니다.
때때로 바텀업 접근이 탑다운에 대한 좋은 힌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한창 랠리가 있었고 랠리 자체는 부담스러운데 내가 보유한 개별 기업들의 가격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때, 랠리는 더 지속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그때서야) 내 주식들이 힘을 발휘하여 버텨주거나요. 반대로 랠리가 강하지 않았더라도, 내 주식의 가격이 많이 상승해서 (혹은 매크로에 새로운 변수가 생겨서 내 주식들이 악영향을 받게 되었을 때) 장기 기대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추가 랠리가 길지도 않고, 랠리가 끝나고 가격이 하락할 때 하락 폭이 더 심하기도 합니다.
탑다운 접근에서 중요한 건 ‘시장 방향 예측’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는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면 단기 급락은 있을지언정 회복하고 전고점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면,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낙관적인 기대에 젖어 과도하게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고, 리스크를 제어해야 할 감독당국과 신용평가기관, 대출 의사결정자들이 오히려 리스크를 부추기고 있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당장은 아닐지라도) 처참한 충격을 각오해야 합니다.
늘 기본은 단순합니다. 내가 내 능력범위를 인지하고 있는가, 내 능력범위를 바탕으로 내 포트폴리오의 장기 기대수익률은 매력적인가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짐으로써, 시장의 어떤 변화에도 단단한 중심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소외감은 늘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다 먹어야지’보다는 ‘남들도 돈을 벌 때가 있어야지’와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때, 평온한 삶을 얻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