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in of Safety 읽기 3] 고객에게 불리한 월스트리트의 본질

지난 1991년 초판 출간 후 저자 요청에 따라 절판된 세스 클라만의 《Margin of Safety》. 미국 주요 도서관의 도난 도서 1위, 현재 중고책 최고가 1,680만 원(11,500달러, 저자 사인본), 낡디낡은 책이 250만 원대이고 최상급은 860만 원대에 거래되는 '전설의 투자서'다. 국내 일각에서도 비공식 번역본을 알음알음 돌려보던 책이다. 이건 번역가의 도움으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연재한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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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대부분 투자자가 저지르는 실수

1장. 실패하는 투자자들
2장. 투자자에게 불리한 월스트리트의 본질적 특성
3장. 기관들의 실적 경쟁: 희생되는 고객들
4장. 망상: 1980년대 정크본드에 관한 미신과 오해

2장. 투자자에게 불리한 월스트리트의 본질적 특성


증권에 투자하려면 월스트리트와 거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월스트리트와 거래하면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래도 월스트리트가 돌아가는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하면 보탬이 된다. 문제는 월스트리트에 유리하면 투자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고, 반대로 투자자에게 유리하면 월스트리트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의 주요 활동은 세 가지로서 트레이딩(trading), 투자은행업(investment banking), 종합은행업(merchant banking)이다. 트레이딩 활동으로 월스트리트는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또는 호가 차이)를 받는다. 투자은행업으로 월스트리트는 기업의 인수와 매각을 주선하고, 신규 발행 증권을 인수하며, 투자 자문을 제공하고, 특정 거래의 공정성을 평가한다. 종합은행업으로 월스트리트는 투자은행업을 주도하면서 자사의 자금을 투자한다. 종합은행업이 1980년대 말에는 월스트리트에 중요한 사업이었으나 1990년과 1991년 초에는 거의 모두 중단되었다.

월스트리트는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미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해 상충과 단기 지향성으로 자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인식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면 월스트리트를 비난할 일은 없을 것이다.

수수료: 증권사와 고객의 동상이몽

월스트리트는 대개 성과와 상관없이 각 활동에 대해 보수를 받는다. 월스트리트가 받는 전통적인 보수의 형태는 선취수수료(주로 펀드 가입 시 투자 원금에서 일정 비율을 미리 떼어가는 판매 수수료로, 펀드 투자 시점에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와 수수료다. 중개 수수료는 결과와 상관없이 각 거래에 대해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에서 받는다. 투자은행업의 인수 수수료도 거래의 성패가 확인되기 훨씬 전에 선불로 받는다.

주식중개인을 상대하면서 발생하는 이해 상충은 모든 투자자가 알고 있다. 투자자는 (수수료가 가장 낮은) 단기 국채나 (판매 수수료가 없는) 노로드(no-load) 뮤추얼펀드를 보유해야 가장 유리하지만, 주식중개인은 수수료가 높은 증권을 판매해야 유리하다. 주식중개인은 일임 계좌(매매를 주식중개인의 재량에 맡긴 계좌)를 과도하게 단기 매매해야 유리하며, 일반 계좌는 일임 계좌로 전환하라고 고객에게 권유한다. 트레이딩 분야에서 월스트리트와 고객은 반대편에 서서 흔히 제로섬 게임을 하게 된다.

증권 인수 과정에서도 심각한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 증권 인수는 신규 증권을 발행하여 기업 고객의 자금을 조달하는 업무다. 월스트리트는 막대한 보수를 받는 대가로 가격이 과도하거나 매우 위험한 증권을 인수하기도 하고, 다수의 소액 투자자보다 소수의 거액 투자자를 우대하기도 한다.

종합은행업에서 발생하는 이해 상충은 더 노골적이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자기 자금으로 투자도 하므로 증권 인수는 물론 기업 인수·매각 과정에서 고객 회사의 직접 경쟁자가 되었다. 금융회사들은 증권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중개인의 역할을 하는 대신, 스스로 발행사 겸 투자자가 되었다. 이제는 주식중개인과 통화할 때 그가 중개인인지 거래 상대방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금융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도 서비스 결과에 상관없이 보수를 받는다. 요는 금융회사들의 동기를 의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취수수료를 받는 금융회사들은 수익성에 상관없이 빈번한 매매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IPO 주식을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월스트리트 금융회사 대부분은 투자은행업과 주식중개업을 겸하면서 판매할 상품도 만들어낸다. 주식이나 채권 인수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 투자은행업이다. 이 수수료는 인수한 증권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주식중개인과 나누게 된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가 주식을 인수한 대가로 조달 자금의 2~8%를 받고, 주식중개인은 주식 10달러에 대해 총수수료로 15~30센트(1.5~3%)를 받는 식이다.

반면 유통시장에서 주식중개인이 받는 매매 수수료는 훨씬 적다. 대형 기관들은 일반적으로 주당 5센트를 지급하며 때로는 2센트만 지급하기도 한다.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내는 수수료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렇더라도 주식중개인은 새로 인수한 증권을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받는 수수료가 유통시장에서 받는 매매 수수료보다 몇 배나 많다. 이렇게 새로 인수한 증권은 수수료가 많으므로 주식중개인이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강한 유인이 된다.

투자자가 걱정해야 하는 요소는 주식중개인이 수수료 때문에 새로 인수한 증권을 강하게 권유한다는 점만이 아니다. 발행사가 증권을 발행하는 동기도 의심하면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증권 신규 발행이, 전망은 밝지만 자본이 부족한 기업과 자본은 있어도 투자할 곳이 없는 개인이 만나는 협력의 장이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 기업공개시장은 꿈과 희망이 높은 PER 배수로 자본화되는 곳이다. 실제로 신규 발행 증권 인수는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는 업무라기보다는 흔히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으로 자산을 포장하여 과도한 가격이나 부실한 거래를 유도하는 업무가 되었다.

신규 발행 증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투자자라면 빈틈없는 발행사와 탐욕스러운 인수회사를 상대로 거래하고서도 자기가 과연 무사할 수 있을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실제로 발행사와 인수회사가 우월한 정보는 물론 발생 시점, 가격, 물량 분배까지 통제하는 신규 발행 증권에 도대체 어떤 매력이 남아 있겠는가. 판은 거의 예외 없이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인수 수수료를 갈망하는 금융회사들이 실제로 발행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폐쇄형 뮤추얼펀드 대부분은 주식중개인과 투자은행에 수수료를 창출할 목적으로 설정된다. 몇 년 전 유명한 금융회사가 폐쇄형 뮤추얼펀드를 설정한다고 발표하자 영업 직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폐쇄형 펀드는 판매 수수료를 몇 배나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폐쇄형 뮤추얼펀드는 일반적으로 주당 10달러에 신규 판매되며, 수수료 8%를 인수회사에 지급하고 나서 나머지 9.20달러를 투자한다. 발행 후 수개월 동안 폐쇄형 펀드의 가격은 대개 초기 주당 순자산가치(보유 주식의 시장 평가액)인 9.20달러 밑으로 하락한다. 이는 신규 발행되는 폐쇄형 펀드를 매수하면 흔히 투자액의 10~15% 손실을 곧바로 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유통 중인 노로드 개방형 뮤추얼펀드를 매수하면 이런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이런 펀드를 이용하면 인수 수수료나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서도 폐쇄형 펀드와 똑같이 투자할 수 있다. 이런 펀드는 폐쇄형 펀드와는 달리 언제든 순자산가치(NAV)(주 1)로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다.

1989~1990년에 대유행을 타면서 설정되었던 폐쇄형 컨트리 펀드(country fund,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특정 국가나 지역의 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금융회사와 고객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장에서 언급했듯이, 폐쇄형 컨트리 펀드에 투기 열풍이 불자 가격이 NAV보다 훨씬 상승하는 컨트리 펀드가 다수 등장했다. 그래서 신규 발행 컨트리 펀드를 매수하면 쉽고 빠르게 돈을 벌 것처럼 보였다. 예를 들어 1989년 6월 스페인 펀드의 시장가격은 NAV에서 8% 할인된 92%였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뒤에는 시장가격이 NAV의 260%를 초과했고, 1990년 2월까지도 NAV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해 늦여름에는 주가가 다시 NAV에 근접하여 1년 전 수준보다도 조금 더 내려갔다. 스페인 펀드의 주가만 이런 추세를 보인 것이 아니다. 다른 여러 컨트리 펀드도 비슷한 방식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갑자기 붕괴하고 민주화 바람이 불자 사람들이 컨트리 펀드에 열광하게 되었다. 전 세계에 평화가 피어나는 듯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일랜드, 태국, 터키 등 색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줄지어 설정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폐쇄형 컨트리 펀드 설정이 절정에 달하고 나서 불과 몇 달 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유가가 급등하고 경기 침체 공포감이 증가했으며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NAV 프리미엄을 더 지급할 신규 투자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갑자기 희박해졌다. 이를 비관한 투자자들이 최근까지 NAV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던 컨트리 펀드를 팔아치우자 거의 모든 컨트리 펀드 가격이 NAV 훨씬 밑으로 하락했다.

폐쇄형 뮤추얼펀드 설정의 주기적인 유행은 시장 심리를 알려주는 유용한 지표다. 사람들이 낙관하여 시장가격이 상승할 때는 신규 설정이 넘쳐난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이런 펀드를 매수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들은 단지 펀드를 거의 무한정 공급할 뿐이다. 잘 속아 넘어가는 매수자만 충분하면 펀드 공급을 제한하는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유행이 지나고 불황이 오면 NAV보다 훨씬 하락한 펀드들을 노련한 투자자들이 사 모아 청산하거나 개방형 펀드로 전환하여 NAV로 상환한다. 이렇게 해서 폐쇄형 펀드의 생애주기가 완성된다. 인수회사들과 일부 염가 매수자들은 이익을 얻는다. 신규 발행 펀드를 매수하거나 나중에 NAV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매수하는 바보들은 필연적으로 손실을 본다.

월가의 시간지평은 더 짧다

월스트리트의 선취수수료 구조는 단기 지향성도 조장한다. 해당 거래의 수익성이 매우 좋으면 이후 거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식중개인, 트레이더, 투자은행 모두 마찬가지다. 수수료는 엄청나게 높았으나 증권업계의 일자리는 불안했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가 그런 사례다. 예를 들어 1991년 초에는 부채가 과도한 기업들이 줄지어 주식을 발행하여 부채를 상환했다. 월스트리트는 과도한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기업 인수를 주선하면서 투자은행 수수료와 인수 수수료를 받았고, 이렇게 인수된 기업이 주식을 발행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수수료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에서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는 일부는 몇 년 뒤 업계를 떠날 생각으로 고수익 업무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불확실한) 장기적인 수익을 위해서 단기 수익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런 단기 수익이 매우 커서, 몇 년만 잘 벌어도 평생 먹고살 돈을 모을 수 있다.

그래도 월스트리트에서 장기적 관점을 유지한 사람이 소수 있긴 하다. 몇몇 금융회사는 직원들이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도록 탁월하게 유도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고객의 성공이나 선의는 부차적 문제로 생각하고 자기 이익의 단기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추구한다.

특히 주식중개인 등 이들 다수는 고객들이 대개 2년 뒤에는 이탈한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단기 지향성을 합리화한다. 월스트리트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선의로 하는 말이나 통찰력 있는 조언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손실을 본 고객은 흔히 주식중개인을 교체한다. 그렇더라도 고객이 쉽게 이탈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매매를 유도하여 단기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Buy가 판치는 월가

월스트리트는 낙관 편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약세장일 때보다 강세장일 때 증권 인수 업무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주식중개인들도 마찬가지로 강세장일 때 중개 업무가 더 많아지고 고객들도 더 만족한다. 매매를 촉진하려고 보유 중인 주식도 강세장일 때 가격이 상승한다. 그러므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나 주식중개인이 낙관론을 제시하면 적당히 에누리해서 들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낙관 편향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 리서치 보고서는 매도 추천보다 매수 추천이 훨씬 많다. 이는 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 종목을 매수할 수 있지만, 매도는 그 종목을 보유한 사람만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비관적 보고서보다는 낙관적 보고서를 발표할 때 더 많은 중개 업무가 창출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애널리스트들은 담당 기업을 아무리 충실하게 분석하더라도 부정적으로 언급하길 꺼리므로 좀처럼 매도 추천을 하지 않는다. 특히 해당 기업이 자사의 기업금융 고객일 때는 매도 추천을 더 삼간다. 1990년 재니 몽고메리 스콧(Janney Montgomery Scott, Inc.)의 애널리스트 마빈 로프만(Marvin Roffman)은 회사의 유망 고객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보유한 애틀랜틱시티 호텔 앤드 카지노(Atlantic City Hotel & Casino)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해고당했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손쉽게 낙관론자가 될 수 있다. 낙관적 가정 몇 개만으로도 거의 모든 종목에 대해서 그럴듯한 투자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승 가능성에만 몰두하다 보면 하락 위험을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월스트리트의 낙관 편향에 동조하기 쉽다. 주가 하락보다는 주가 상승을 원하고 손실보다는 이익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락 위험보다는 상승 가능성에 관해서 생각할 때 더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자사의 주가가 상승하길 바란다. 주가 상승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인식되며,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과 스톡옵션의 가치도 상승하고, 주식을 발행해서 자본을 추가로 조달하기도 쉬워진다.

증권시장 규제 당국마저도 낙관 편향과 이해관계가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 신뢰 지수가 상승하며, 규제 당국은 이 지수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규제 당국은 시장에 혼란과 고통이 없기를 바란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시장이 혼란스러워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규제 당국은 월스트리트의 낙관 편향을 심화하는 각종 규정을 만들어냈다. 첫째, 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자 다수의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행위로서, 주가가 하락하면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하여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얻을 수 있다)를 금지했다. 둘째, 주식을 매수하는 데는 제한이 없지만 주식을 공매도하려면 해당 수량을 빌려야 하며, 매도 주문에 업틱룰(uptick rule: 직전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호가를 내지 못한다는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주 2) 이런 규정은 공매도 거래를 크게 제약할 수 있다. 이렇게 공매도를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기관의 공매도를 금지하면 주가가 고평가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그 결과 공매도 투자자는 숫자도 적고 활동에도 제약이 많다.(주 3)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하루에 다우지수가 22.6% 폭락한 날) 이후 하루 주가 하락 폭을 제한하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도입되었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와 지수 선물의 가격 변동, 프로그램 거래 등을 제한한다.(주 4) 그 결과 선물 거래가 일시 중단될 수도 있고 시장 거래가 완전히 중단될 수도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서킷 브레이커는 하락장에만 적용된다. 다우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25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 거래가 1시간 동안 중단된다. 거래 재개 후 추가로 150포인트 하락하면 2시간 더 거래가 중단된다. 반면 상승장에서는 상승 폭이 아무리 커도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이것도 당국이 약세장보다 강세장을 선호해서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사례다. 당국이 주가 상승을 법제화할 수는 없지만, 주가가 상승하기는 쉽고 하락하기는 어렵게 만드는 규정을 통해서 고평가 상태가 이어지게 할 수는 있다. 불공평한 서킷 브레이커 적용 등 규제 당국의 상승 편향이 고평가 주식의 매수와 보유를 조장할 수 있다.

낙관 편향에 기여하는 요소들 때문에 주식시장이 고평가될 수 있다.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는 것보다 고평가 상태를 해소하는 편이 더 어렵다. 예를 들어 저평가 주식은 가치투자자가 계속 추가로 매수하여 마침내 경영권을 획득하거나 회사를 통째로 보유할 수도 있다. 그의 평가가 정확하다면 이는 매력적인 결과가 된다. 반면 고평가 상태는 해소하기가 쉽지 않아서, 앞에서 언급한 공매도도 효과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고평가 상태는 투자자, 애널리스트, 경영진에게 항상 분명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주가에는 현실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반영되므로, 고평가 상태는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

새 상품은 누구에게 이로울까?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금융 상품 중에는 발행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투자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상품도 일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각종 보수와 수수료를 창출하여 오로지 월스트리트의 욕구를 충족할 뿐이다.

투자은행과 기관투자자 등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금융시장 혁신으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본다. 금융회사들은 아무 위험 없이 보수와 수수료를 벌 수 있고, 기관투자자들은 운용자산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초기 투자자들이 새로운 금융 상품에서 좋은 실적을 얻으면 증권이 추가로 발행되어 자금이 추가로 조달되면서 운용보수, 인수 수수료, 매매 수수료도 추가로 발생한다. 바이사이드(buy side: 자산운용사, 펀드 등 자금 운용 기관)와 셀사이드(sell side: 증권사 등 상품 매도 기관) 모두 혁신적인 금융 상품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둘은 공모자가 된다. 발행사와 투자자도 혁신적인 금융 상품에서 장기적으로 이득을 얻게 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1980년대에는 다양한 채권과 파생상품 등 새로운 금융 상품이 넘쳐났다. 예를 들면 변동금리채권, 역경매(Dutch auction: 호가를 높게 시작하여 점차 낮춰가는 경매) 채권, 할인채(zero-coupon bond), 현물지급증권(pay-in-kind: 이자를 현금이 아니라 동종 채권으로 지급하는 채권), 전환사채, 교환사채 등이 나왔고, 상품으로 전환하거나 풋옵션이나 콜옵션을 행사하거나, 만기를 재설정·연장하거나, 다른 증권과 교환하거나, 외화·통화 바스켓으로 표시하는 채권도 나왔다. 이들 중 경매배당률 우선주(auction-rate preferred-stock: 발행사의 정기 경매에서 배당이 결정되는 우선주)와 무이표 정크본드(zero-coupon junk bond) 등은 사고가 발생하여 망신거리가 되었다. 다른 상품들도 과학박람회 전시품처럼, 원래 목표는 달성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새로운 금융 상품이 초기에 성공한다고 해서 그 상품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 양쪽에 이롭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 상품이 개발된다. 그러나 새로운 금융 상품이 장기적으로도 이로운지는 세심하게 검토하지 않는다. 새로운 소비자 상품이 부가가치를 제공하듯이 새로운 금융 상품도 발행 시점에는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더 낮은 위험, 더 높은 수익, 더 높은 유동성, 내재 풋(콜)옵션, 기타 특성 때문에 기존 상품보다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유리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드러난다. 현금에 목마른 발행사도, 탐욕스러운 투자자도 새로운 금융 상품의 실적을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금융 상품이 내일은 결함 상품이나 현혹 상품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는 아무리 성공해도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한 거래에서 성공하면 월스트리트는 이를 다른 거래에서도 성공한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로 새로운 금융 상품을 계속해서 공급한다. 이는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의 이윤 동기와 이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빚어내는 불가피한 결과다.

언젠가 월스트리트의 유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투자자들의 열정도 식기 시작한다. 특정 섹터가 인기를 끌면 성공은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 사람들이 앞다투어 매수하면서 주가가 상승하면 사람들은 더 열광한다. 그러나 주가가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세로 반전하면 주가 하락도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 사람들은 매수를 중단하고 매도로 전환하여 과잉 공급 문제를 심화한다. 이는 모든 유행의 정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규 상품에 숨은 함정: 유동성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주택저당증권(MBS)의 혁신적 혼성 상품이 IO(Interest Only: 이자만 지급)와 PO(Principal Only: 원금만 지급)이다. IO와 PO는 모기지 풀(pool)의 현금흐름을 이자 상환과 원금 상환으로 분리하여 만들어냈다.

전통적 MBS의 가격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금리가 상승하면 주기적인 현금흐름이 더 높은 금리로 할인되므로, 다른 이자부 증권(interest-bearing security)과 마찬가지로 MBS의 가격도 하락한다. 둘째, 금리가 상승하면 선택적 조기 상환이 감소하여 MBS의 만기가 연장되므로,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자 지급 기간도 연장된다.

금리 변동에 따른 IO와 PO의 가격 움직임은 전통적인 MBS와 매우 다르다. 모기지 풀에서 이자만 모아서 구성한 IO는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움직임이 전통적 MBS의 정반대다. 금리가 상승하면 IO의 이자 상환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하면, 더 높은 금리로 할인하더라도 이자 상환 기간이 연장되므로 IO의 현재가치가 상승한다. 그래서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은 금리 상승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IO에 매력을 느낀다. 반면 금리 변동에 따른 PO의 가격 움직임은 전통적 MBS와 같지만 변동성은 전통적 MBS보다 더 크다. 그러므로 금리에 투기하려는 사람들에게는 PO가 더 유용한 상품이 될 수 있다.

이런 혼성 증권을 만들어낸 덕분에 월스트리트는 상당한 수수료와 매매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시장 참여자들도 (특히 수수료, 보수, 호가 차이를 고려하고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가다.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은 자신이 혁신적 혼성 증권을 잘 이해한다고 짐작하면서 투자했다. 그러나 남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다른 시장 참여자들보다 더 잘 이해하면서 적어도 월스트리트만큼 잘 이해해야 했다. 게다가 이들 증권의 유동성도 계속 유지되어야 했다. 이들은 두 요건이 충족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확실히 낙관적 가정이었다.

그러나 IO와 PO의 유동성이 부족해져서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벌어진다면? 이들 증권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지속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금리 변동에 따른 이들 증권의 가격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그러면 투자자들은 곤경에 처한다. 전통적 MBS를 IO와 PO로 분리하기는 쉬워도, IO와 PO를 다시 전통적 MBS로 결합하기는 훨씬 어렵다. IO 보유자와 PO 보유자 양쪽이 동시에 재결합을 원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IO와 PO의 가치를 더한 값이 전통적 MBS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즉 IO나 PO 또는 둘 다의 가격이 이론적 내재가치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다.

투자 트렌드에 주의하라

특정 증권에 매료되면 월스트리트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증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인기 증권 발행은 온갖 업종으로 확산하기도 한다. 1980년대에는 에너지, 기술, 생명공학, 카지노, 창고형 할인 매장, 방위산업이 한동안 각광을 받았다. 특정 업종에서 증권 발행이 인기를 얻어 투자자들이 몰려들면 흔히 IPO가 뒤따르고 폐쇄형 뮤추얼펀드들도 설정된다. 이렇게 새로운 인기 업종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 인기가 시들해진 후에도 월스트리트는 오랜 기간 이익을 얻는다.

1980년대 말에는 이른바 ‘독점력’ 보유 기업에서 이러한 일시적 유행이 나타났다. 일명 ‘멋진 50종목(nifty fifty)’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인기를 얻어 다른 종목들보다 훨씬 높은 PER 배수로 거래되었다. 사람들은 온갖 이유를 제시하면서 기업이 독점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했다. 1980년대 초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실크그린하우스(Silk Greenhouse, Inc.: 꽃가게)와 TCBY(냉동 요거트 프랜차이즈 – 옮긴이)조차 1980년대 말에는 상당한 독점력을 보유했다고 사람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들의 독점력에 대한 언급은 사라지고 폄하되기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소비자 독점력을 보유했던 기업 다수가 1980년대에 독점력을 상실했다. 이스턴(Eastern), 팬암(Pan Am), 콘티넨탈(Continental), TWA 등 항공사들은 모두 고전했다. 크레이지에디(Crazy Eddie: 전자제품 체인)는 파산했고, EF허튼(E. F. Hutton: 증권회사)은 인수되어 사라졌다. B알트만(B. Altman: 고급 백화점)은 폐업했고, 뉴잉글랜드은행(Bank of New England)은 연방예금보험공사에 의해 청산되었다. 물론 일부 기업은 독점력을 보유했지만 사람들의 기대만큼 탄력적이지도 않았고 영속적이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이스트먼코닥(Eastman Kodak)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처럼 상당히 건전한 기업들조차 최근 몇 년 동안 경쟁자들에 시장을 크게 잠식당했다.

1986년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인정받던 홈쇼핑네트워크(Home Shopping network, Inc.)가 기업을 공개하자 TV 홈쇼핑이 곧바로 인기를 끌었다. 1987년 초에는 막대한 영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42억 달러에 도달해서, 당시 수백 개 매장을 보유한 일류 백화점 체인을 능가할 정도였다. 매출 성장률, 수익성, 미래 사업 가치를 가장 낙관적으로 가정해야만 가능한 시가총액 수준이었다. 그러나 홈쇼핑 업종은 업력도 짧고 아직 수익성도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낙관은 타당하지 않았다. 초기의 열풍은 일시적으로 나타난 과열 현상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생존하기는 했으나 겨우 1년 뒤 주가가 최고가에서 90% 넘게 하락했다.

TV 홈쇼핑처럼 인기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가치는 제품의 수익성, 제품의 생애주기, 진입장벽, 그 기업이 현재의 성공을 복제하는 능력에 좌우된다. 흔히 투자자들은 유행의 지속성, 시장 침투율, 이익률을 지나치게 낙관한다. 그 결과 양배추 인형 같은 제품에 코카콜라의 PER 배수를 부여하기도 한다. 모든 유행에는 끝이 있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이르면 경쟁자들이 진입하여 제품 공급이 마침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며, 주가는 정점을 기록하고 나서 하락하게 된다. 투자 유행에는 항상 순환 주기가 있고 투자자들은 이런 유행에 빠지기 쉽다.

투자 유행을 실제 사업 트렌드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사업 트렌드에서 비롯되는 투자 유행이라면 주가에도 반영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주가가 보수적으로 평가한 내재가치를 넘어선다면 실제 사업 트렌드에서 비롯되는 투자 유행도 위험해진다.

결론

월스트리트는 투자자들에게 위험한 곳이다. 투자를 하려면 월스트리트와 거래할 수밖에 없지만 항상 경계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기본 행태는 단기적으로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 경고를 명심하고 월스트리트와 거래하면 번영할 수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도움에 의지한다면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


주석

1. 개방형 펀드 대비 폐쇄형 펀드의 유일한 장점은 중도 환매가 허용되지 않으므로 유동성 확보라는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장점이 가입 시점에 부과되는 높은 선취수수료를 상쇄하지는 못한다.

2. 마지막 주가 변동이 상승이었다면, 같은 가격에 이루어지는 다음 거래를 제로 플러스 틱(zero-plus tick)이라고 부른다. 공매도는 제로 플러스 틱으로 실행할 수 있다.

3. 공매도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견해는 일반적인 견해와 다르다. 이들은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위험한 주가 조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공매도에 대한 편견은 주가를 높게 유지하려는 월스트리트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4. 프로그램 거래(program trading)는 무위험 차익거래의 일종으로서, 지수 종목을 매수하는 동시에 지수 선물을 매도하거나, 지수 종목을 매도하는 동시에 지수 선물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