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두 가지 오류
오류에는 1종 오류와 2종 오류가 있습니다. 1종 오류는 ‘false positive’,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빴던 것이고, 2종 오류는 ‘false negative’,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좋았던 것입니다. 투자의 세계로 보자면 1종 오류는 나쁜 주식을 산 것이고, 2종 오류는 좋은 주식을 사지 않은 것입니다.
좋은 성과를 위해서는 당연히 두 오류 다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두 오류를 동시에 줄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는 잠시 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지금은 두 종류의 오류에 집중해보겠습니다.
표본이 변하지 않는다면(표본 크기, 분포, 검정 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논리적으로 두 오류를 동시에 줄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쪽 오류를 줄이려고 노력하면 다른 쪽 오류가 늘어납니다.
그럼 두 오류 중 어느 오류를 줄이는 게 좋은 성과를 위해 중요할까요?
정답은 1종 오류입니다.
2종 오류의 가능성, 안 산 주식이 급등하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1종 오류의 가능성, 산 주식이 급락하는 상황을 줄이는 게 생존에 유리합니다.
1) 시장에 전체 주식이 4,000개 있고, 좋은 주식(주가가 상승할 주식)이 1,000개 있다고 합시다. 나머지 3,000개는 나쁜 주식(주가가 하락할 주식)입니다. 내가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판별하는 능력은 70%라고 합시다. 전체 주식을 살펴보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내 포트폴리오에는 좋은 주식이 몇 % 있을까요?
좋은 주식 1,000 x 70% = 700개, 나쁜 주식 3,000 x 30% = 9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600개 주식 중 700개가 좋은 주식, 약 44%입니다.
꽤 우울한 수치입니다. 나의 능력이 70%인데 포트폴리오는 44%밖에 안 된다고요?
2) 여기서 1종 오류를 줄여봅시다. 나쁜 주식을 걸러내는 능력이 80%로 좋아졌다고 합시다.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좋은 주식 1,000 x 70% = 700개, 나쁜 주식 3,000 x 20% = 6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300개 주식 중 700개가 좋은 주식, 약 54%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3) 반대로 2종 오류를 줄여봅시다. 좋은 주식을 잡아내는 능력이 80%로 좋아졌다고 합시다. 포트폴리오는 이렇습니다.
좋은 주식 1,000 x 80% = 800개, 나쁜 주식 3,000 x 30% = 9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700개 주식 중 800개가 좋은 주식, 약 47%
두 오류를 줄이기 위한 각 노력은 비슷하겠지만, 포트폴리오가 개선되는 정도는 1종 오류를 줄였을 때 더 효과적입니다.
이는 시장에 좋은 주식의 빈도가 적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좋은 주식이 절반 이상이라면 다른 결과가 나오겠죠.
근데 예리한 독자라면 이런 논리 전개에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눈치챘을 겁니다.
먼저 두 오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고 했습니다. 어느 한쪽 오류를 줄이면 다른 쪽 오류가 커집니다. 위 계산에서는 한쪽 오류를 줄이면서 다른 쪽 오류를 고정했습니다. 1종 오류를 줄이는 반대급부로 2종 오류가 늘어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2-1) 정규분포를 가정하면, 1종 오류가 30%에서 20%로 줄어들 때 2종 오류는 약 42%로 늘어납니다.
좋은 주식 1,000 x 58% = 580개, 나쁜 주식 3,000 x 20% = 6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180개 중 580개가 좋은 주식, 약 49%
확실히 2종 오류가 늘어나다 보니 좋은 주식을 더 많이 놓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비대칭적입니다. 1종 오류를 줄이는 노력(기준을 강화)을 할수록 2종 오류는 선형적이 아니라 가속적으로 늘어납니다. 기준을 강화할수록 좋은 주식이 포트폴리오에서 빠지는 빈도가 더 높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다음을 볼까요.
3-1) 2종 오류를 10%p 줄여서 20%로 만들면 마찬가지로 1종 오류는 약 12%p 늘어납니다. 포트 구성은 다음처럼 됩니다.
좋은 주식 1,000 x 80% = 800개, 나쁜 주식 3,000 x 42% = 1,260개
포트폴리오 전체 2,060개 중 800개 좋은 주식, 약 39%
충격적입니다. 맨 처음 가정의 좋은 주식 비율이 얼마였죠? 44%였습니다. 오류를 더 줄이려고 노력한 결과 좋은 주식의 비율이 더욱 감소했습니다.
이건 정말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시장에서 내가 안 가지고 있는데 상승하는 주식이 눈에 많이 들어와서, 이런 주식을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하면서 편입 기준을 완화하면 포트폴리오의 상태가 더 나빠집니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더 나쁜 상황은 이겁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각 선택지(잠재 매수 대상 종목)가 랜덤하게 분포되어 있고, 우리는 그 선택지를 모두 훑어볼 수 있다는 가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는 시장의 수천 개 종목을 다 훑어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아무래도 ‘쉬운 고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주식들을 편입하고 나면 좋은 주식을 찾아내고 나쁜 주식을 걸러낼 확률, 즉 내 실력은 점점 나빠지겠죠.
2종 오류를 줄였을 때(편입 기준을 완화했을 때)의 특징은 종목 개수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투자는 주사위 던지기처럼 한 번 던지고 끝나는 게임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정보가 계속 등장하고, 주가는 시시각각 변하고, 우리는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의 종목 개수가 많아질수록 관리 부담이 커지고 성과가 더 나빠지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진화에서 한 생명체가 1종 오류를 저지르면 죽어버립니다. 2종 오류를 몇 번 저지른다고 죽지 않습니다. 수억 년 동안 생명체가 해왔던 생존 방식을 투자자들은 거스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FOMO, 즉 2종 오류에 민감합니다. 남들이 다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무언가 하고자 하는 충동이 쉽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1종 오류에는 둔합니다. 1종 오류를 저질러서 사라져버린 사람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1종 오류를 피해서 얻은 이익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나쁜 주식을 안 샀는데 그 주식이 하락했다고 해서 느껴지는 기쁨보다는, 좋은 주식을 안 샀는데 그 주식이 올라서 느껴지는 고통이 훨씬 큽니다. 이 또한 호모 사피엔스가 현재까지 생존하게끔 한 진화의 메커니즘이긴 하겠지만, 주식시장과는 안 맞습니다.
우리는 2종 오류, FOMO에 관대해져야 합니다. 2종 오류를 허용하고서도 1종 오류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그게 다인가?
이렇게 끝내면 쉽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실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좀 더 생각해봅시다.
두 오류를 동시에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까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판별하는 확률이 70%라고 초기에 가정했습니다. 이 70%는 뭘까요? 이 확률은 투자자마다 다를 테고, 우리는 그걸 투자자의 ‘실력’이라고 부르겠죠. 어떤 사람은 이 확률이 50%일 테고, 어떤 사람은 90%일 겁니다. (100%는 존재하지 않겠죠.) 그리고 한 사람의 확률도 시간에 따라 변할 겁니다. 이 확률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두 오류를 모두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