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37] 배당,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이번엔 배당수익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재무지표를 단순히 기업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지표로만 소비하기보다 기업의 구성원, 특히 의사결정자가 평소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경영하는지 추측하는 증거로 쓰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ROE는 단지 기업의 효율성 지표를 넘어 경영진이 기업의 자본효율성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요즘에는 과거보다는 ROE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한국에도 늘어나서 다행입니다.
이제 하반기가 되었으니 또 배당수익률에 대해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 나누기 주가’로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배당수익률은 단지 지금 가격에 이 주식을 사서 연말에 얼마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느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금창출력
배당이라는 건 기업의 현금을 외부로 빼내는 행위입니다. 현금을 외부로 빼기 위해서는 내부에 현금이 있어야겠지요. 기업은 각종 이유로 현금이 부족합니다.
좋은 이유로는 사업성 좋은 투자를 위해서 현금이 남아 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보다 덜 좋은 이유로는 사업 특성상 현금이 잠식되었다가 회수되는 주기가 길고 그 진폭이 불확실해서 현재 현금이 매우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언제 얼마나 소진될지 모르기 때문에 외부로 빼낼 수 없는 것입니다.
나쁜 이유로는 기업이 어딘가에 자금이 ‘물려’ 있어서 빼낼 돈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이유로는 기업이 하는 사업 자체가 ‘영원히’ 현금을 회수할 수 없는 구조, 즉 현금이 일부 회수되더라도 늘 그 이상의 투자를 하여야 하는 사업일 경우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습니다.
기업이 배당을 한다는 건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감안하고서도, 이만큼은 확정적으로 잉여이기 때문에 외부로 빼내더라도 기업의 생존에 지장이 없다고 경영진이 믿는다는 뜻입니다.
주주환원 의지
주주 입장에서 주식의 퀄리티란 기업 경영진이 주주에게 이익을 효과적으로 돌려주고자 하는 역량과 의지의 함수라고 과거에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앞 단락(현금창출력)이 역량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 단락은 의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기업에 현금이 없는 가장 나쁜 케이스는 바로 “현금이 있기는 하지만 주주들에게 줄 현금은 없습니다.”입니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라는 밈도 있죠.)
실제 사업의 경제성과 무관하게, 주주에게 현금을 줄 생각이 없는 경영진은 어떻게든 그것을 감추고자 합니다. 사업은 원래 성공하기 어렵지만, 드물게 성공하더라도 그 돈을 주주에게 줄 생각이 없다면, 주주에게 다가올 미래는 불확정이 아니라 확정입니다. 외부인으로서는 무슨 이유로 사업이 잘못되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새로운 요인을 갖다 대며 사업이 어렵다고 핑계 대는 경영진을 맞이할 뿐입니다.
더 뻔뻔한 경우로, 그리고 한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경우로, 명백하게 눈에 보이는 현금이 있음에도 배당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습니다. 미래의 어떤 투자를 위해서, 혹은 불확실성을 위해서, 혹은 그저 ‘회장님이 유보를 선호하신다’라는 이유만으로 내부에 잉여현금을 쌓아두는 많은 회사가 있습니다.
기업이 배당을 한다는 건 최소한 이러한 케이스들은 비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이 실제로 현금이 도는 사업을 하고 있고, 그 현금을 외부에 조금이나마 환원할 의지가 있다는 겁니다. 이 전제가 만족된 이후에야 우리는 정상적으로 사업분석을 한 결과로 그에 상응하는 투자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격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
기업이 실제 창출하는 현금 대비 얼마를 주주환원에 사용하느냐는 생각보다 덜 중요합니다. 기업은 당연히 그들이 생각하는 최적의, 최대한의 현금을 환원하고 있다고 주장할 테고, 외부인인 주주가 그 주장을 반증하기는 까다롭습니다. 외부인 입장에서는 배당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얼마나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한편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 대비 주주환원하는 비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지표가 주가의 높낮이를 판별하는 좋은 기준점이 됩니다. 잉여현금의 20%를 배당하는 회사가 작년 배당수익률이 1%였다고 합시다. (일반적인 배당주 투자자 관점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올해 이익이 두 배 성장하고 따라서 배당금도 두 배로 늘었는데 배당수익률이 여전히 1%라면 현재의 가격은 고평가된 것일까요? 당연히 주가도 두 배 올랐다는 건데, 성장이 올 한 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면 회사가 벌어들이는 실제 현금 대비 주가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죠. (그게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주가가 두 배 올랐다는 것만으로 고평가라고 판단하는 우를 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주가의 상승이 더뎌서, 혹은 사업은 성장하고 배당도 성장했는데 주가가 하락해서, 배당수익률이 2%가 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다른 요소, 사업의 경제성과 성장 전망 등이 동일하다면 이 가격은 매우 싼 상태가 되는 거죠.
일반적인 ‘가치투자자’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는 판단 구조이긴 한데, 결정적인 차이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명백한 지표의 유무입니다. 일반적인 ‘가치투자’에서는 기업의 가치가 얼마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 혹은 기업 인수자가 아닌) 보통의 투자자라면 그 가치 판단에 타인이 동의하여 주가를 끌어올려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배당수익률이라는 지표를 가지고 있다면 타인에 대한 의존성, 그리고 본인의 판단이 정교할 필요성이 대폭 줄어듭니다. 당장에 들어오는 현금만으로도 투자금을 소액이라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세금 여부만 제외한다면 회사를 인수한 것과 유사한 효과죠.) 그리고 배당수익률은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말만 되면 투자자들이 한 번씩 관심을 가지는 지표입니다. 내가 판단한 가치를 시장이 알아주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줄어듭니다.

배당수익률 다시 보기
배당수익률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저는 단순 배당주(배당수익률 높은 주식)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배당수익률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사업성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히 높은 배당수익률만 가지고 투자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시장이 꽤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죠. 배당수익률이 5%,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은 주식은 대체로, 기업의 성장성이 정체되어 있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기업이 성장 여력이 있음에도 강제로 기업의 현금을 외부로 빼내면서 성장을 위한 투자를 못 하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주식의 가장 큰 특징은 업사이드와 다운사이드의 비대칭성입니다. 당장의 높은 배당수익률만 보고 성장 여력이 떨어지는 주식을 산 사례를 들어봅시다. 배당수익률 1%였던 주식이,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 배당수익률 5%인 주식보다 절대 배당금액이 더 큰 상황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일종의 채권형 주식이 되어서, 금리나 성장주에 대한 자금 흐름에 연동되어 주가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나는 분명 기업이 나에게 주는 현금흐름이라는 상당히 독립적인 지표를 가지고 투자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외생변수에 대한 변동성을 더 높여버린 상황입니다.
(2) 배당성장주(배당이 성장하는 주식)에 투자하라는 개념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앞의 논의를 따라온다면 제가 선호하는 주식은 배당이 성장하는 주식이 되긴 하겠지만요. 그건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이지, 애초에 그 지표 자체가 목적인 게 아닙니다.
사업성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이 유효하고 일시적으로 현금이 잠겨서 배당금이 줄어든다면 그건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배당성장이라는 지표를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이럴 때에 주식을 팔아버리고, 미래 성장의 과실을 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당성장주라는 말 자체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당장의’ 배당도 많이 하면서 ‘미래의’ 성장도 해내라는 말로도 들리거든요. 그것도 장기간의 미래가 아니라 ‘매년 꼬박꼬박’ 말입니다.
사업은 원래 성공하기 어렵고, 매년 꾸준히 잘되기도 어렵습니다. 배당성장이라는 말은 그러한 사업의 미묘함과 높은 난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말로 들려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임직원의 노력과 여러 좋은 환경의 덕으로 잘 성장하고, 그 과실을 주주와 함께 누린다는 결정을 하여 결과적으로 배당이 성장하면 거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3) 배당을 주지 않으면서 자사주매입소각만 하는 기업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사주매입소각은 개별 주주의 지분율을 늘려서 기업이 언젠가 돌려줄 이득에 대해서 각 주주가 차지하는 몫을 영구적으로 늘려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사주매입소각을 배당보다 더 좋은 주주환원 방식이라고 여기지만, 저는 조금 이견이 있습니다.
자사주매입소각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가격이 가치보다 쌀 때 매입소각을 해야만 주주가치가 창출됩니다. 가격이 가치보다 비쌀 때 매입소각을 하면 오히려 가치를 파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의 딜레마가 생깁니다. 기업이 자사주매입소각에 치중하다 보면, 자사주매입소각을 멈추는 건 “우리 회사 주가가 가치 대비 비쌉니다”라는 시그널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므로 회사는 가치가 높다고 내심 생각이 들더라도 매입소각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결국 주주가치를 파괴하는 일로 이어집니다. 버핏은 가끔씩 “우리 회사의 주가가 비싸기 때문에 이번에는 자사주매입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런 경영자라면 믿을 수 있죠.
기업이 나쁜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만약에 사업이 잘못되어 망한다고 합시다. 중간에 사업이 잘될 때 일부라도 배당을 한 기업의 주주는 그래도 그만큼의 현금은 회수했습니다. 그 현금으로 스스로 다른 데 투자해서 잘될 수도 있었겠죠.
기업이 잉여현금을 순수 자사주매입소각에만 사용하다가 단 한 번의 배당도 없이 청산했다면(청산가치 0으로 가정) 끝까지 보유한 주주들은 최종적으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습니다. 중간에 팔고 나간 주주들은 돈을 벌고 함께한 주주들은 돈을 잃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저도 자사주매입소각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배당보다 자사주매입소각만을 선호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좀 더 미묘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버크셔는 높은 자본효율을 보여주었고, 가끔 주가가 비싸다는 발언도 했기 때문에 좋은 사례입니다.)
새로운 질문의 시작
배당수익률은 자주 쓰이는 투자지표이지만 기업의 행태를 이해하는 데 단순히 하나의 투자지표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배당을 한다는 것은 사업의 경제성, 그리고 주주가치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배당수익률은 투자자에게 주가의 높낮이를 판단하는 좋은 도구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을 ‘단순히 하나의 지표를 넘어서서’ 좀 더 입체적으로 기업을 해석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배당수익률은 답이 아닌 새로운 질문의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