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FOMO를 제대로 이겨내는 방법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9월 이후 코스피의 랠리가 상당합니다. 단 두 달 만에 종합주가지수가 3,000포인트에서 4,000포인트를 가뿐히 넘어섰고, 올해에만 무려 66%가 넘게 상승했습니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런 지수 상승에는 반도체 투 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이 상당 부분 기여했습니다. 오히려 절반 이상의 주식은 하락세를 보였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비중이 큰 소수 종목의 급등이 지수 전체를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때문에 상승 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강력한 FOMO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정 자산운용사는 최근 소외된 수익률에 대해 고객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투자자라면 언젠가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FOMO를 과연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먼저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도주들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가 많이 오르고 사람들의 관심이 많기 때문에 최근 관련 자료들이 넘쳐납니다. 현재 주가를 강하게 끌고 가는 내러티브나 숫자들에 주목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시장과 다르게 보는 것은 ‘시장이 좋게 볼 때 더 좋게 보는 것’과 ‘시장이 안 좋게 볼 때 좋게 보는 것’ 두 종류가 있습니다. 우상향하는 주식들을 살펴보는 것은 시장보다 더 좋게 볼 여지가 있는지를 고려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확률 높은 미래가 있는가?
모두의 관심사로 등극한 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사실 낮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공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를 오래 한 지인은 조선주를 바라만 보다가, 작년 말에 미국 시장이 열릴 가능성에 꽂혀 깊게 공부했습니다. 주가가 꾸준한 우상향을 그리는 상황에서 말이죠. 조선업은 글로벌 과점 상황이지만 중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지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주가는 그 부분을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 현재 훌륭한 수익률 얻고 있습니다.
반도체도 올해 초 이미 주가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었지만, AI 추론의 영역은 열리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높은 비중을 실어 현재 웃고 있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두 분 다 치열한 공부와 판단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그 확률을 알 수 있는 미래여야 합니다. 우상향해왔더라도 현재 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확신 또한 필수입니다. 보통 그 산업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과거 몇 사이클을 지켜본 것이지요.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인사이트가 유효한가?
처음 질문보다 이 질문이 훨씬 중요합니다. 감정적으로 쏠려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는 쉬워도, 강력한 주관을 갖고 올라타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내 보유 종목들에 대한 인사이트가 유효하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더 가열하게 보유 종목들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비록 현재 주도주에 포함되지 못해 소외받더라도, 훗날 주도주들이 쉴 때 빛을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최근의 부진에 대해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한 자산운용사가 향후 멋진 회복을 이야기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만큼 보유 종목들에 대해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차근차근 보유 종목들을 재차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나의 행동은 감정적인가?
이 시기에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바로 감정적인 행동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무리에 편입되고 싶은 본능이 강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비판 없이 주도주에 올라타면서 유연한 판단이라 자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편하니까요. 그러나 어떤 행동이든 감정에 기반한다면 훗날 크게 후회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추세라도 끝이 있고, 또 다른 추세가 얼마든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오래 경험한 투자자들은 주제만 바뀔 뿐 항상 쏠림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아실 것입니다. 물론 그런 상황을 미리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매번 낼 수 있다면 좋겠으나, 능력범위의 한계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FOMO를 겪고 있다면, 정확한 판단을 통해 조속히 웃는 미래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