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인사이트 4]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잔인한 시대
투자에 관심 높은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된 지식을 찾아 익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게다가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곧장 성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금융시장 작동 원리를 이해해 '금융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뉴욕 월가에서 수조 원 규모의 채권·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담당했던 필자가 금융시장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 다가올 트렌드는 무엇일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버핏클럽
거시적으로 풀려난 유동 자금이 만든 시장 랠리, 인터넷 환경을 통한 손쉬운 정보 접근, 그리고 모바일로 언제든 진입 가능한 다양한 투자 상품까지. 표면적으로만 보면 지금은 투자의 훈풍이 부는 시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이 점은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밝게 빛나는 달의 이면에 어두운 면이 분명 존재하듯, 우리가 맞닥뜨린 이 어려움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막연한 낙관도 근거 없는 비관도 걷어내고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성공적인 부의 증식을 위해서는, 우리의 투자 여정 앞에 놓인 난관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는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 유례없이 불리한 환경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시장이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투자를 시작하기 전부터 사고 체계가 손상된 상태로 뛰어들게 만드는 환경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환경에 등 떠밀려 나도 모르게 내리는 비이성적인 선택은 우리의 수익을 갉아먹는다.
이번 글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왜 이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페널티를 안게 되었는가를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1.상대적 박탈감에 의해 망가진 '투자 영점'
금융 위기와 부채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머니 프린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자산 가격은 치솟았고, 시스템을 이해하는 일부는 단기간에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내 일처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투자는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 행위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수익은 리스크에 비례한다는 정설이, 더 많은 리스크를 져야 한다는 비이성적인 방법론으로 교묘하게 왜곡되었다. 투자 성향의 기준점이 이미 극단값 쪽으로 치우친 채 출발하는 것이다.
2.‘투자’로 포장돼 24시간 노출되는 투기성 상품들
크립토, 밈주식, 레버리지 ETF, 단타,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인증 스크린샷.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검증은 어려워지고 주장은 곧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는 ‘재미’와 ‘흥분’이라는 감각 자극을 앞세워 판단 체계를 무너뜨린다.
투자는 도파민을 좇는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투자'의 탈을 쓴 투기는 중독적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불빛에 이끌린 투자자들은 스스로가 '투자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투기 판에서 우리의 부는 점차 깎여나간다.

3. 노동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할인하는 AI
기술의 발전은 원래 자본의 가치를 무한대로, 노동의 가치는 0으로 수렴시키는 요소다. 그런데 AI의 폭발적인 발전은 이러한 수렴을 현 세대에서 상당 부분 (혹은 전부) 진행시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산을 축적할 시간의 창이 빠르게 닫힐 것을 깨달았고, ‘지금 노동의 가치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라는 인식은 조바심을 만들어냈다. 조바심은 판단을 흐린다. 판단이 흐려지면, 나쁜 선택을 빠르게 그리고 반복해서 한다.
4. 부유한 생활을 실시간 견학하는 공간, SNS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라이프스타일이 지금은 손가락 몇 번이면 확인된다.
‘나는 왜 여기 있지?’
‘저 사람은 어떻게 저기에 있을까?’
상대적 박탈감은 일상이다. 박탈감은 욕망을 자극하고, 욕망은 판단 체계를 부식시킨다.
5. 뒤틀리는 '투자의 정의'
전통적인 의미의 투자는, 꾸준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산을 구매하고, 시간을 통해 보상을 얻는 행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분별한 법정통화 유통량의 팽창으로 돈의 가치가 빠르게 깎이고 있다.
'투자'라는 행위에 부가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구매력 보존이라는 변수가 추가된 것이다. 리스크에 리스크가 얹어져 투자자가 짊어져야 할 위험의 총량은 곱연산이 되었다.
게다가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누려왔던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그로 인한 물가 상승과 사기업 도산 문제는 현실을 위협한다. 또한 거시적으로는 장기 부채 사이클의 말기에 진입하면서 국가가 주도하는 성장 가능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그 결과는 법화 가치의 더 빠른 하락이다. 물가가 오르고 월급의 구매력은 지속적으로 깎인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가만히 있으면 가난해지는' 현실을 직시한 투자자들은 또다시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투자를 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투자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가? 장기적으로 부를 보존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귀에 달콤하게 들리는 이야기에 판단을 맡겨버린 적은 없었는가?
‘좋아 보인다’는 말에 끌리고, ‘다들 그렇게 한다’는 말에 안심하고, ‘놓치면 안 된다’는 말에 초조해지는 동안 우리는 시장에서 길을 잃는다.
결론은 무엇일까?
지금 환경에서 어설픈 방법론을 배우면 거짓 지식에 현혹되어 장기적인 부를 쌓아 올릴 기초 체력을 기르기도 전에 쓰러질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법도, 매매 팁도, 누군가의 거짓 전문성에 기반한 투자 조언도 아니다. 금융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돈은 어떠한 논리로 이동하는지, 자본은 어떤 리스크를 전제로 어떠한 보상을 얻어내는지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그 이해가 판단 체계를 지키고, 판단 체계가 포트폴리오를 지키며, 포트폴리오의 수익은 결국 삶을 지킨다.
이제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당신이 추구하는 ‘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한 지금의 투자 행위는, 정말 그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