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딥다이브 2] ‘가짜 성장’을 걸러내는 투자의 X레이

많은 투자자가 재무제표의 숫자를 바로 투자에 적용하지만 버핏은 숫자 너머에 숨은 ‘자본의 진실’을 찾는다. 투자란 가장 적은 자본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진짜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혼자선 길을 잃기 쉬운 버핏의 지혜 숲을, ‘버핏 광팬’ 홍영표 변호사가 가이드로 나서 함께 걷는다. 인자한 오마하의 현인을 넘어 ‘냉혹한 승부사’, ‘치밀한 전략가’ 버핏을 만나는 흥미진진한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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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의 화려한 전광판이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점멸할 때, 오마하의 집무실은 언제나 고요하다. 워런 버핏은 모니터의 시세표를 들여다보는 대신 빽빽한 숫자로 가득 찬 연차보고서를 펼친다. 그는 매일 변하는 주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회계 장부가 보여주는 ‘숫자의 숲’을 지나 그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실체’를 응시한다.

많은 투자자가 재무제표의 맨 아랫줄에 적힌 ‘당기순이익(Net Income)’이라는 숫자에 매료된다. 이 숫자가 전년보다 커지면 환호하고, 작아지면 비탄에 잠긴다. 하지만 버핏에게 이 숫자는 종종 진실을 가리는 가면일 뿐이다. 그는 냉철한 시선으로 장부를 덮으며 묻는다.

“장부상으로는 100억을 벌었다고 적혀 있군. 그렇다면 그중 주주가 실제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진짜 현금’은 얼마인가?”

버핏 투자의 정수는 복잡한 차트를 해석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익의 품질’을 감별하는 통찰력이다. 어떤 이익은 시간이 지날수록 황금처럼 단단해지지만, 어떤 이익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태양 아래서 신기루처럼 증발해버린다.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비밀이자, 버핏이 기업의 심장을 청진할 때 사용하는 두 가지 핵심 도구인 주주 이익(owner earnings)과 투하자본이익률(ROIC)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본다.

회계의 착시: 순이익은 왜 주주를 속이는가

매년 차량을 교체하며 사업을 영위하는 운수회사의 장부를 통해, 회계가 어떻게 투자자의 눈을 속이는지 해부해보자.

당신이 트럭 10대를 보유한 운송회사를 운영한다고 가정하자. 트럭의 수명은 5년이다. 중요한 것은 이 트럭들을 동시에 구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을 오래 해오다 보니 트럭들의 구매 시기가 서로 달라서 매년 트럭 2대가 수명을 다해 폐차된다. 회사의 규모(10대)를 유지하고 사업을 계속 굴리려면 매년 2대를 구매해야만 한다.

과거에 산 트럭들의 가격이 제각각이겠지만, 편의상 장부에 기록된 10대의 대당 평균 취득가가 1억 원이라고 가정하자. 회계 규정에 따라 매년 가치가 깎이는 비용(감가상각비)은 취득가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10대 전체의 연간 감가상각비는 2억 원(10대 × 1억 ÷ 5년)이다.

올해 결산 결과는 다음과 같다. 매출은 15억 원이 나왔고 연료비와 인건비로 12억 원을 썼다. 여기에 장부상 비용인 감가상각비 2억 원을 빼면 회계상 당기순이익은 1억 원이 된다. 회계사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사장님, 감가상각비 2억 원은 실제로 현금이 나간 게 아닙니다. 그러니 순이익 1억 원에 2억 원을 더해 총 3억 원을 버신 셈이죠.” 당신은 이 말을 믿고 1억 원을 배당으로 챙기려 한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회계 장부는 ‘과거의 평균 가격(1억 원)’을 기준으로 작성되지만, 당신이 당장 사야 할 새 트럭에는 ‘현재의 가격’이 적용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물가 상승과 기술 발달에 따라 새 트럭의 시장가격이 1억 5천만 원으로 뛰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수명이 다한 트럭 2대를 교체해야 한다. 즉 당신에게 필요한 실제 재투자 비용은 장부상 금액인 2억 원이 아니라 3억 원(1.5억 × 2대)이다.

이제 버핏의 눈으로 본 ‘진짜 성적표’를 다시 써보자. 장부상 순이익은 1억 원이고, 현금 유출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 2억 원을 더하면 3억 원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회사를 멈추지 않기 위해 필수적으로 나가야 하는 평균적인 자본적 지출(Average CAPEX) 3억 원을 빼야 한다. 계산 결과 주주 이익(진짜 현금)은 ‘0원’이다.

놀랍지 않은가. 장부상으로는 1억 원을 벌었다고 되어 있지만, 새 트럭 2대를 사고 나니 주주가 가져갈 돈은 한 푼도 남지 않았다. 만약 회계사의 말만 믿고 1억 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면, 회사는 새 트럭을 살 돈이 부족해 빚을 지거나 사업을 축소해야 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 시기에 자본 집약적 기업이 겪는 구조적 비극이자, 버핏이 그토록 경계하는 ‘회계적 신기루’다. 그래서 버핏은 월가가 맹신하는 순이익을 폐기하고 ‘주주 이익(owner earnings)’이라는 자신만의 공식을 정립했다.

주주 이익 = 당기순이익 + 감가상각비 - 평균적인 자본적 지출

이 공식의 핵심은 “과거의 가격(감가상각비)을 믿지 말고, 현재와 미래에 들어갈 실제 교체 비용(CAPEX)을 직시하라”이다. 이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현금만이, 회사의 살을 깎아 먹지 않고 주주가 가져갈 수 있는 진정한 몫이 된다.

부의 엔진: ROIC, 자본주의의 절대 반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여기서 버핏 투자의 두 번째 축인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등장한다. 주주 이익이 기업이 남기는 현금의 ‘양(quantity)’을 보여준다면, ROIC는 그 돈을 벌어들이는 엔진의 ‘성능(quality)’을 증명한다.

ROIC 산출 공식을 보면 핵심을 알 수 있다.

ROIC = 세후순영업이익 / 투하자본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기업이 100원의 자본(투하자본)을 투입했을 때, 1년에 세후 순영업이익으로 얼마를 창출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먼저 분자인 세후 순영업이익(NOPAT)을 살펴보자. 이는 일반적인 순이익과는 다르다. 기업이 빚을 져서 낸 이자 비용이나 일시적인 투자 소득을 모두 제외하고, 오직 ‘본업(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에서 세금을 뺀 금액이다.

왜 굳이 ‘세후’인가? 많은 투자자가 영업이익(EBIT)은 보면서 세금은 간과한다. 하지만 버핏에게 세금은 원재료비나 인건비와 똑같이 피할 수 없는 ‘진짜 비용’이다. 정부는 기업의 지분은 전혀 없지만 이익의 20~30%를 가장 먼저 떼어 가는 무서운 동업자다. 세금을 내지 않고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기에, 진정한 자본 효율성은 세금이라는 비용을 치른 후 주주와 채권자에게 실제로 분배 가능한 현금으로 확인해야 한다. 즉 세후 순영업이익은 재무 구조와 상관없이 이 기업이 물건을 팔아 돈을 남기는 ‘순수한 기초 체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분모인 투하자본 또한 중요하다. 이는 공장과 기계 같은 고정자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inventory)부터 거래처에서 아직 받지 못한 외상값(매출채권)과 같은 운전자본(working capital)까지 모두 포함된다. 옷 가게 주인에게는 팔리지 않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도 전부 돈이 묶여 있는 투하자본이다. 주주가 낸 돈(자기자본)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빌린 돈(부채)까지 합쳐, 사업을 굴리기 위해 들어가 있는 총알의 총량을 뜻한다.

결국 ROIC는 “자신의 돈과 빌린 돈을 합쳐서 공장(엔진)에 집어넣었을 때, 영업으로 1년에 몇 퍼센트의 현금을 창출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냉혹한 성적표다. 1년에 똑같이 1억 원을 버는 두 공장을 비교해보자. A 공장은 5억 원을 투입한 최첨단 설비로 1억 원을 벌었고(ROIC 20%), B 공장은 5천만 원이 들어간 낡은 설비로 1억 원을 벌었다(ROIC 200%). 버핏의 눈에 A 공장은 그저 평범한 업체지만 B 공장은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업체다.

이 효율성의 차이는 기업이 성장하려고 할 때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많은 투자자가 ‘매출이 늘고 회사가 커지면 좋은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버핏은 “효율 없는 성장은 암세포와 같다”라고 경고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필연적으로 공장을 더 짓거나 설비를 늘리는 등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자본조달비용(WACC)이라는 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본조달비용은 단순히 은행 이자만 뜻하지는 않는다. 자본은 크게 두 주머니에서 나온다. 하나는 은행에서 빌린 돈(부채)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가 투자한 돈(자본)이다. 은행 이자는 눈에 보이는 청구서가 날아오지만, 주주의 자본에는 ‘기회비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청구서가 붙어 있다. 이를 ‘주주 요구 수익률(cost of equity)’이라 한다.

주주가 당신 회사에 투자했다는 것은 삼성전자나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은 그 기회비용 이상의 이익을 내야만 한다.

만약 은행 이자와 주주 요구 수익률을 합친 자본비용이 8%인데 이익률(ROIC)이 5%인 기업이 있다면 어떨까? 이 기업은 성장할수록 손해다. 이자를 갚고 주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ROIC 20%를 내는 기업은 모든 비용과 기대치를 충족하고도 돈이 남기에, 성장할수록 주주에게 복리의 마법을 선물한다.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 주주 이익은 ROIC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이 주주 이익과 ROIC가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하지만, 버핏의 머릿속에서 이 둘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이것이 바로 버핏 투자의 핵심 비밀이다. 높은 ROIC가 선행되어야만 막대한 주주 이익이 탄생할 수 있다.

그 연결 고리는 바로 자본적 지출이다. 앞서 주주 이익 공식에서 살펴보았듯, 벌어들인 돈에서 재투자 비용을 적게 뺄수록 주주가 가져가는 몫은 커진다. 그런데 성장하면서도 재투자 비용을 적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적은 자본으로도 큰돈을 버는 고효율 엔진, 즉 높은 ROIC가 필수적이다.

씨즈캔디와 애플처럼 ROIC가 높은 기업을 보자. 이들은 브랜드나 소프트웨어 파워 덕분에, 공장을 더 짓지 않고도 매출을 늘린다. 성장에 필요한 자본적 지출이 극도로 낮기에, 순이익 대부분이 고스란히 주주 이익으로 전환된다. 기업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의 자산 가치를 불린다.

반면 항공사나 전통적인 설비 산업처럼 ROIC가 낮은 기업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이익을 늘리려면 비싼 비행기나 기계를 계속 사야 한다. 순이익은 나지만 그 돈이 다시 기계 구입비로 빨려 들어간다. 결국 장부상으론 흑자인데 주주 손에 쥐어지는 현금은 없다. 버핏이 “적게 먹고 많이 낳는 소를 사라”라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위대한 기업, 좋은 기업, 끔찍한 기업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버핏은 기업을 세 가지 계급으로 나누었다.

가장 높은 곳에는 ‘위대한 기업(The Great)’이 있다. 버핏이 인수한 씨즈캔디가 그 원형이다. 1972년 인수 당시 씨즈캔디의 연간 세전 이익은 500만 달러였고 사업 운영에 필요한 투하자본은 800만 달러였다.

35년이 지난 2007년, 세전 이익은 8,200만 달러로 16배 넘게 폭증했다. 경이로운 점은 이 기간 동안 매출과 이익을 폭발시키기 위해 추가 투입한 자본이 3,200만 달러(1972년 800만 달러 → 2007년 4,00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씨즈캔디는 단 3,200만 달러의 추가 자본만으로 35년간 누적 13억 5,0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벌어들여 버크셔 해서웨이에 송금했다. 막대한 ROIC 덕분에 성장을 위한 재투자 비용은 최소화되었고, 쏟아지는 현금은 버핏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총알이 되었다.

하지만 위대한 기업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재투자의 한계다. 캔디 사업은 아무리 좋아도 시장이 작아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그만큼 높은 수익률로 재투자할 곳이 없다. 그래서 버핏은 이 현금을 기업 안에 쌓아두지 않고 꺼내어 다른 곳에 투자해야 했다.

위대한 기업 아래에는 ‘좋은 기업(The Good)’이 존재한다. 버핏이 2010년 인수한 거대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urlington Northern Santa Fe, BNSF)’가 대표적이다. 좋은 기업들은 분명 돈을 잘 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씨즈캔디처럼 우아하지 않다. 철도 사업은 본질적으로 거대한 장치 산업이다. 5만 2,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선로를 유지하기 위해 자갈을 깔고, 교량을 보수하고, 기관차 수천 대를 교체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본을 끊임없이 재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BNSF는 매년 감가상각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자본적 지출로 쓴다. 즉 번 돈의 상당 부분을 다시 땅에 묻어야만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주 이익(현금)이 위대한 기업처럼 폭발적으로 쌓이지는 않는다. ROIC 또한 10~15% 수준으로 준수한 편이지만 씨즈캔디의 200%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버핏이 BNSF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거대한 자본을 받아주는 ‘그릇(capacity)’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거대 제국의 가장 큰 고민은 ‘너무 많이 쏟아지는 현금을 어디에 굴릴 것인가?’다. 씨즈캔디는 수익률은 높지만 시장이 작아서 100억, 1,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곳이 없다. 반면 BNSF는 이익률은 다소 낮더라도 수십조 원 단위의 자본을 흡수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불려줄 수 있다.

즉 씨즈캔디가 ‘현금을 뿜어내는 분수’라면, BNSF는 그 넘쳐흐르는 물을 받아 담아두는 ‘거대한 댐’이다. 버핏에게 ‘좋은 기업’이란, 최고의 수익률은 아니더라도 막대한 자본을 꽤 괜찮은 수익률로 꾸준히 복리 운용해주는, 등직하고 거대한 파트너를 뜻한다.

가장 밑바닥에는 ‘끔찍한 기업(The Gruesome)’이 있다. 버핏이 과거 수십 년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을 때, 자본주의자가 그 비행기를 격추했어야 했다”라고 농담할 정도로 혐오했던 항공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비극은 게으름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에서 온다. 항공사는 전형적으로 ‘자본 집약적’인 동시에 ‘상품화’된 비즈니스다.

첫째,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최신 여객기 한 대를 도입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들고, 안전 규제를 맞추기 위한 정비비와 유류비 등 고정비가 엄청나다. 즉 투하자본(분모)이 거대하다.

둘째, 그런데도 돈을 벌기가 너무 어렵다. 승객 입장에서 A 항공사와 B 항공사의 차이는 미미하다. 결국 고객은 100원이라도 싼 티켓을 선택한다. 항공사는 가격을 결정하는 ‘가격 결정자’가 아니라 시장가격을 따라야 하는 ‘가격 수용자’가 되어 피 튀기는 출혈 경쟁을 벌인다.

결국 이들은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자본조달비용(WACC)을 넘지 못하는 만성적인 상태에 빠진다. 은행에서 5% 이자로 돈을 빌려 비행기를 샀는데 그 비행기로 3% 수익밖에 못 내는 꼴이다.

여기서 가장 무서운 ‘성장의 역설’이 발생한다. 보통 기업은 성장하면 좋지만, 끔찍한 기업은 성장할수록 더 빨리 망한다. 비행기를 10대에서 100대로 늘리면(성장)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2%씩 손해 보던 것이 100배로 커져 빚더미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런 기업은 “성장이 주주의 부를 태워 없애는 소각로”이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이다 화려한 매출 증가율 뒤에 숨겨진 자본 파괴의 현장이다.

실리콘밸리의 성안에서 버핏을 만나다

버핏의 관점을 21세기의 기술주에 대입해보면 그가 왜 애플을 선택했고 뒤늦게 구글의 가치를 인정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대중은 애플을 첨단 기술기업로 보지만 버핏은 반복 구매되는 ‘필수소비재를 만들어내는 소비재기업’이자 ‘자본 효율성의 극치’로 정의했다. 애플과 구글 역시 데이터센터나 서버에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다(자본적 지출). 하지만 이들이 위대한 것은 돈을 안 써서가 아니라, 제조업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과 효율성 덕분에, 막대한 돈을 쓰고도 훨씬 더 많은 주주 이익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는 씨즈캔디가 보여준 고효율 브랜드 모델의 완벽한 디지털 확장판이다. 유형자산 의존도를 낮추고 무형자산을 무한대로 확장해서 자본 효율성을 주주 이익으로 직결하는 가장 현대적인 사례다.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진짜인가

버핏의 통찰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의 계좌를 채우고 있는 종목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단순히 테마에 휩쓸려, 혹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매수한 것은 아닌가?

이제 냉정하게 ‘자본 효율성’을 물어야 할 때다.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이 다시 공장을 짓는 데 모두 사라지는지, 아니면 주주의 주머니로 들어오는지 확인하라.

주주 이익 = 순이익 + 감가상각비 - 평균적인 자본적 지출

100원을 투입해 얼마를 회수하는지, 그리고 그 효율성이 주주의 요구 수익률을 압도하는지 계산하라.

ROIC = 세후 순영업이익 / 투하자본

투자 세계에서 최후의 승자는 가장 화려한 수익률을 뽐내는 테마주를 좇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적은 자본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진짜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재무제표의 숫자 너머에 숨겨진 ‘자본의 진실’을 응시하라. 그것이 워런 버핏이 우리에게 전수하는 통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