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in of Safety 읽기 2] '매매용 통조림'에서 시작된 투자 실패의 역사

35년 전 초판 출간 후 저자 요청에 따라 절판된 세스 클라만의 《Margin of Safety》. 미국 주요 도서관의 도난 도서 1위, 현재 중고책 최고가 1,680만 원(11,500달러, 저자 사인본), 낡디낡은 책이 250만 원대이고 최상급은 860만 원대에 거래되는 책. 국내 일각에서도 비공식 번역본을 알음알음 돌려보던 책이다. 이건 번역가의 도움으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연재한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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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대부분 투자자가 저지르는 실수

1장. 실패하는 투자자들
2장. 투자자에게 불리한 월스트리트의 본질적 특성
3장. 기관들의 실적 경쟁: 희생되는 고객들
4장. 망상: 1980년대 정크본드에 관한 미신과 오해

1장. 실패하는 투자자들


투자와 투기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서 투기를 하면 안 되는 시점이 두 번 있다고 말했다. 투기를 감당할 형편이 될 때와, 투기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될 때다. 그러므로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투자에 성공하는 첫걸음이다.

주식은 기업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이고 채권은 기업에 대한 대출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인식하는 증권의 가치와 그 증권의 현재 가격을 비교하여 매수와 매도를 결정한다. 그리고 남들은 모르거나 무관심하거나 무시하는 사실을 자신이 안다고 생각할 때 매매한다. 위험 대비 수익이 매력적일 때는 증권을 매수하고, 위험 대비 수익이 부족할 때는 증권을 매도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내재가치가 장기적으로는 증권의 가격에 반영되리라 믿는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다음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한다. 기업이 창출하는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하여 마침내 주가가 상승하거나 배당이 증가한다.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기꺼이 지불하려는 배수가 증가하여 주가가 상승한다. 주가와 내재가치의 격차가 감소한다.

반면 투기꾼들은 향후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증권을 매수하거나 매도한다. 이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남들의 행동을 예측하여 미래 주가 흐름을 판단한다. 증권을 빈번하게 사고파는 종이 쪼가리로 간주하므로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 투기꾼들은 ‘가격 흐름’이 좋으면 증권을 매수하고 나쁘면 매도한다. 이들은 심지어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가격 흐름을 보면서 계속해서 증권을 매매할 것이다.

투기꾼들은 주가 예측에 집착한다. 매일 아침 케이블 TV에서, 매일 오후 증권시장 보고서에서, 매주 경제 주간지에서, 매주 시장 뉴스레터 수십 종에서, 그리고 사업가들이 모일 때마다 언제나 주가 예측이 난무한다. 흔히 투기꾼들은 기술적 분석(과거 주가 흐름)을 이용해서 주가를 예측한다. 기술적 분석은 기업의 내재가치가 아니라 과거 주가 흐름이 미래 주가를 좌우한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미래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가 예측은 시간 낭비이며, 주가 예측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는 투기다.

시장 참여자가 투자자인지 투기꾼인지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이들은 구분하기 어렵다. 보유 종목을 확인해도 알 수 없다. 투자자와 투기꾼 모두 어느 종목이나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 전문가’ 다수가 실적 압박 때문에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대신 주가 예측을 바탕으로 단기 매매 차익을 추구하는 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를 하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투기를 하면 장기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매매용 정어리와 식용 정어리: 투기의 본질

정어리 파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어장에서 정어리가 사라지자 상품 트레이더들의 매수 주문이 쇄도하여 정어리 통조림 가격이 치솟았다. 한 트레이더가 값비싼 식사를 하려고 정어리 통조림을 사서 먹었으나 곧바로 배탈이 났다. 그가 항의하자 통조림을 판 트레이더는 대답했다. “물정을 모르시는군요. 이것들은 식용 정어리가 아니라 매매용 정어리랍니다.”(주 1)

통조림을 먹을 생각이 전혀 없는 정어리 트레이더처럼 투기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투기를 하면 즉시 부자가 되리라 기대한다.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왜 천천히 부자가 되려 하는가? 게다가 투기는 대중을 따라가는 행위여서 다수에 속하게 되므로 마음도 편하다.

요즘은 자기도 모르게 투기꾼이 된 사람이 많다. 이들은 더 높은 가격에 사줄 더 멍청한 바보가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고평가된 증권을 매수하는 이른바 ‘더 멍청한 바보 게임’을 한다.

사람들은 주식을 빈번하게 사고파는 종이 쪼가리로 취급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 기업을 알 필요가 없으므로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주식 매매는 짜릿하게 재미있으며, 주가가 상승하면 돈벌이도 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본질적으로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더 높은 가격에 사줄 더 멍청한 바보를 찾을 수도 있지만, 찾지 못하면 자기가 더 멍청한 바보가 된다.

가치투자자들은 현실에 주목하면서 투자를 결정하지만 투기꾼들은 그러지 않는다. 현재 시장에는 투자자보다 투기꾼이 많아서 기업의 펀더멘털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주기적으로 주가가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치투자자들은 과도한 가격에 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언제든 투기 열풍이 발생할 수 있으며, 대개 상당한 시간이 흘러 큰 손실이 발생한 다음에야 이 사실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1983년 중반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윈체스터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 상장회사 12개의 시가총액은 50억 달러가 넘었다. 1977년부터 1984년까지 윈체스터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회사 43개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보고서 ‘Capital Market Myopia(근시안적인 자본시장)’(주 2)는 산업의 펀더멘털을 근거로 당시(1983년 중반) 기준은 물론 가까운 장래 기준으로도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몇몇 기업은 마침내 성공하여 업계를 지배하겠지만 나머지 다수는 고전하거나 파산하리라 분석했다. 따라서 성공하는 기업에서 높은 수익이 나오더라도 나머지 기업들의 손실을 상쇄하지 못하리라 판단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깨닫지 못했지만, 이들 디스크 드라이브 회사의 주식은 본질적으로 ‘매매용 정어리’였다. 이 투기 거품은 곧바로 붕괴했다. 1983년 중반에 54억 달러였던 이들의 시가총액은 1984년 말 15억 달러로 급감했다.

1989년 9월에도 이런 투기 열풍이 발생했다. 스페인 상장 증권에 투자하는 폐쇄형 뮤추얼펀드인 스페인펀드(Spain Fund, Inc.)의 주가가 상승하여 순자산가치(NAV: 투자 자산의 시장 평가액을 유통주식 수로 나눈 값)의 두 배가 넘었다. 매수 주문 대부분이 일본에서 나왔는데, 주식의 내재가치를 중시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스페인펀드가 보유한 똑같은 주식을 그 펀드 시가총액의 절반 가격에 스페인 주식시장에서 얼마든지 매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페인펀드의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두 배로 상승한 것도 매매용 정어리 사례에 해당한다. 투기꾼들이 펀드 보유 주식을 시장에서 매수하는 대신 스페인펀드 주식을 매수한 유일한 이유는 펀드 주식이 더 고평가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수개월 후 펀드 주가는 투기 거품 이전 수준으로 폭락하여 다시 순자산가치 수준과 비슷해졌고, 이후에는 크게 변동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월스트리트에서 투기가 발생하는 사례에는 매일 수십억 달러가 거래되는 미국 국채 30년물도 포함된다. 국채 30년물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사람은 장기 투자자 중에도 거의 없다. 경제학자 앨버트 워닐로어(Albert Wojnilower)의 분석에 의하면 만기가 10년 이상인 미국 국채의 평균 보유 기간은 20일에 불과하다.(주 3) 전문 트레이더와 이른바 투자자 모두 만기까지 보유할 생각은 전혀 없이, 단기적인 금리 변동을 이용하는 투기용 유동자산으로 국채 30년물을 보유한다. 그러므로 즉시 되팔 의도로 장기 증권을 사는 사람이 투기꾼이라면, 국채 30년물도 사실상 매매용 정어리가 된 셈이다. 만일 국채 30년물이 투기 상품으로서 인기를 상실하여 단기 보유자들이 일제히 매도하면서 식용 정어리로 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투자 대상과 투기 대상

증권시장 참여자들을 투자자와 투기꾼으로 구분할 수 있듯이, 자산과 증권도 투자 대상과 투기 대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렇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둘 다 가격이 변동하므로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투자 대상은 소유자에게 현금을 창출해주지만, 투기 대상은 현금을 창출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주 4) 투기 대상에서 나오는 수익률은 전적으로 가격 변동에 좌우될 뿐이다.

사람들은 최근 가격이 상승 중인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소유하려는 유혹에 빠져 무턱대고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오르내리듯이 모네의 그림과 미키 맨틀 루키 카드(야구 선수의 모습이 들어간 카드)의 가격도 오르내리지만, 어느 쪽이 진정한 투자 대상인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림, 골동품, 희귀 동전, 야구 카드 등 수집품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투기 대상이다. 이들이 투기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이 체이스맨해튼 은행이나 데이비드 폴(David L. Paul) 탓은 아닐 것이다. 체이스맨해튼 은행은 1980년대 말 예술품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만들어냈고, 센트러스트(CenTrust) 저축대부조합의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폴은 회사 자금으로 그림 한 점을 1,300만 달러에 구입한 탓에 회사가 파산했다. 식견이 풍부한 월스트리트조차 투자 대상과 투기 대상의 구분을 흐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살로먼브러더스가 발표하는 다양한 자산 유형의 수익률 목록에는 미국 단기 국채와 주식은 물론 인상파 등 거장의 그림과 중국 도자기도 포함된다. 1989년 6월 발표된 순위에서는 그림과 도자기가 진정한 투자 대상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목록의 1위에 올랐다.

투자 대상은 새로 조성된 삼림지처럼 초장기 투자일지라도 결국은 현금을 창출한다. 기계장치가 있으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고, 건물에서는 임대료가 나오며, 삼림지에서는 목재를 벌채하여 판매할 수 있다. 반면 수집품은 현금을 전혀 창출하지 않으므로 오로지 수집품을 매도해야만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 이후 수집품을 매수한 사람 역시 수집품을 매도해야만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집품의 가치는 오로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오르내린다. 역사적으로 수집품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므로 수집품의 가격은 수시로 바뀌는 변덕스러운 취향에 좌우된다. 수집품의 가치를 떠받치는 순환 논리는 다른 사람들이 최근 매수했기 때문에 따라서 매수한다는 것이다. 이런 매수세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고, 그 결과가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순환 논리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적절한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 투자는 진지한 사업이지, 오락이 아니다. 이왕 증권시장에 발을 들이려면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확실히 이해하고서 투기꾼이 아니라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투자자는 투자 자산과 수집품의 차이를 이해하므로 펩시코와 피카소 작품을 구분할 수 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그 대가로 그동안 어렵게 모은 돈과 노후 생활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성공하는 투자자와 실패하는 투자자의 차이점

성공하는 투자자들은 대개 침착해서, 남들의 탐욕과 공포로부터 영향받지 않는다. 자신의 분석과 판단을 믿으므로, 시장 세력에 맹목적 감정으로 반응하지 않고 계산된 이성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성공하는 투자자들은 거품 낀 시장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공황에 빠진 시장에서는 변함없는 확신을 유지한다. 사실은 투자자가 시장과 가격 변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궁극적으로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미스터 마켓을 이용하라.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와 투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명하게 투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또다시 두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학계 전반의 관점이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관점으로서, 금융시장은 효율적이어서 초과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관점이다. 시장 수익률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수익률이라는 말이다. 초과수익을 내려고 시도하면 높은 거래비용과 세금 때문에 오히려 시장 수익률에도 못 미치게 된다.

나머지 하나는 일부 증권은 가격이 비효율적이어서 낮은 위험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관점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이 벤저민 그레이엄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다.(주 5) 항상 협조적인 친구인 미스터 마켓은 매일 자신이 정한 가격에 수많은 증권을 거의 무제한으로 매수하거나 매도해준다. 그는 이렇게 값진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한다. 미스터 마켓이 정하는 가격은 매수하거나 매도하기 싫은 수준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주 이성을 잃는다. 때로는 낙관적이 되어 내재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수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관적이 되어 내재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도하기도 한다.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 가치투자자들은 이성을 잃은 미스터 마켓을 이용할 수 있다.

투기꾼들은 미스터 마켓을 투자 안내인으로 착각한다. 미스터 마켓이 증권 가격을 낮게 매기면 투기꾼들은 미스터 마켓이 비이성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내재가치를 무시한 채 보유 증권을 앞다투어 내던진다. 그리고 미스터 마켓이 증권 가격을 높이면 투기꾼들은 미스터 마켓이 자기보다 박식하다고 생각하면서 뒤따라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스터 마켓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수많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집단행동에 따라 가격을 정할 뿐이다. 감정적 투자자와 투기꾼들은 필연적으로 돈을 잃는다. 반면 미스터 마켓의 주기적인 불합리한 행동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미스터 마켓이 매일 변경하는 가격은 사람들의 최근 판단에 피드백을 제공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긍정적 피드백을 받아 주식을 매수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사람들은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 주식을 매도한다. 내가 주식을 사고 나서 가격이 상승하면, 내 판단은 미스터 마켓이 제공하는 긍정적 피드백의 영향을 받기 쉽다. 그래서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증권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여 매도를 자제하면서 미스터 마켓의 판단을 내 판단보다 우선하게 된다. 심지어 미스터 마켓이 주가를 더 높이리라 기대하면서 주식을 더 매수하기도 한다.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한, 기업의 펀더멘털이 악화하거나 내재가치가 감소하더라도 주식을 계속 보유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주식을 사고 나서 주가가 하락하면 사람들 대부분은 당연히 걱정한다. 사람들은 미스터 마켓이 자기보다 박식하다고 생각하거나 자기의 최초 평가가 틀렸으리라 생각하면서 걱정한다. 그래서 잘못된 시점에 공포에 휩싸여 매도하기 쉽다. 그러나 정말로 싸게 산 주식이라면 합리적인 행동은 더 싸진 가격을 이용해서 추가로 매수하는 것이다.

루이스 로웬스타인(Louis Lowenstein)은 주식시장에서 진정한 성공과 성공의 거울을 혼동하지 말라고 경고한다.(주 6)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그 회사의 사업이 잘된다고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내재가치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주가 하락이 그 회사의 사업이 악화한다는 신호도 아니고 내재가치가 감소한다는 징후도 아니다.

주가 변동과 사업의 실체를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다. 매수가 추가 매수를 부르고 매도가 추가 매도를 부르는 것이 대세라면, 우리는 대세에 맞서 싸워야 한다. 시장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원천이므로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해야 하지, 시장의 지시를 따라서는 안 된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가격만 보지 말고 가격 대비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미스터 마켓이 투자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가치투자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미스터 마켓이 투자 안내인이라는 생각을 고수한다면, 그는 누군가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증권 가격이 상승하고 하락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기업의 현실(또는 기업의 현실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을 반영하거나 수요와 공급의 단기 변동을 반영하려는 것이다. 기업의 현실은 기업 고유의 요인, 거시경제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변할 수 있다. 코카콜라의 사업이 확장되거나 전망이 개선되어 이에 따라 주가도 상승한다면, 이는 단지 기업 가치의 상승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허리케인에 의한 수십억 달러 손실로 애트나(Aetna)의 주가가 하락한다면, 시가총액 감소액은 추정 손실액과 대략 일치하리라 생각할 수 있다. 주요 자회사 파이어먼스펀드 보험사(Fireman’s Fund Insurance Company)를 고가에 매각한다는 갑작스러운 발표로 펀드 아메리칸 컴퍼니(Fund American Companies)의 주가가 급등한다면, 이는 내재가치가 갑자기 거의 완벽하게 실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거시경제 차원에서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거나, 법인세율이 인하되거나, 기대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면 증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증권 가격은 명백한 현실 변화가 아니라 투자자의 인식 변화에 의해서 변동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1년 1월에는 생명공학의 기업이나 산업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많은 생명공학기업 주가가 두세 배로 상승했다. 주가 상승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투자자들이 갑자기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이 시장가격을 결정한다. 매도자는 많고 매수자는 적으면 때로는 이유 없이 가격이 하락하기도 한다. 연말 과세상각매도(課稅償却賣渡), 막 실망스러운 실적이 발표되거나 불쾌한 소문이 퍼진 주식에 대한 기관 매물 쇄도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대부분 일간 주가 변동은 펀더멘털 변화보다는 수요와 공급 변화에서 비롯된다. 흔히 투자자들은 주가가 변동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주가는 내재가치가 그대로여도 변동할 수 있고, 내재가치와 전혀 상관없이 변동할 수도 있다. 증권 가격 결정에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기업의 현실만큼이나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미래 사건이 무엇인지는 전혀 불투명하며, 오늘 주가에 이미 반영되었는지 역시 불투명하다. 증권 가격은 수많은 이유로 변동할 수 있고 현재 주가에 어떤 기대가 반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투자자들은 증권 가격만 보지 말고 항상 증권 가격과 내재가치를 비교해서 보아야 한다.

감정에 휩쓸려 실패하는 투자자들

실패하는 투자자들은 감정에 지배당한다. 이들은 시장의 변동에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탐욕과 공포에 빠져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평소에는 책임감 있고 신중하게 행동하다가 투자할 때는 미쳐 날뛰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 오랜 세월 열심히 일하고 절약해서 모은 돈을 단 몇 분 만에 투자해버린다. 음향 기기나 카메라를 구매할 때는 소비자 잡지를 여러 권 읽고 수많은 매장을 방문하던 사람들이, 친구에게 들은 주식을 매수할 때는 조사에 시간을 거의 쓰지 않는다. 음향 기기나 카메라 구매에는 합리적이던 사람들이 투자에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실패하는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자본을 투자해서 적정 수익을 얻는 장소로 보지 않고, 불로소득을 얻는 장소로 본다. 일확천금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므로 불로소득의 가능성이 보이면 사람들은 탐욕에 빠진다. 탐욕에 빠진 사람들은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을 찾으려 한다. 이들은 원금을 장기간 복리로 증식시키는 대신, 최신 비밀 정보를 이용해서 일확천금을 시도한다. 이들은 정보 제공자가 그렇게 소중한 정보를 과연 합법적으로 입수했을지, 그렇게 소중한 정보가 어떻게 자기에게 올 수 있었는지는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 탐욕에 빠진 사람들은 과도한 낙관론에 휩쓸려 악재마저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단기 투기에 몰두하게 된다.

탐욕에 깊이 빠지면 새 시대가 열렸다는 선전에 넘어가 고평가 증권을 매수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번엔 다르다’라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실이 과장되면서 사람들의 행동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보수적이었던 가정이 계속 수정되고 사람들이 열광한다. 남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는 모습을 보면 이런 유혹을 거부하기는 심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쉽지 않다. 이후 열광이 정점에 도달하고 사람들이 현실을 깨달으면 상황이 역전되어 투매 장세가 나타난다. 탐욕은 공포로 바뀌고 사람들은 막대한 손실을 본다.

나중에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바로 정크본드가 이런 사례였다. 1980년대 이전에는 정크본드시장이 ‘추락천사(fallen angel)’만으로 구성되었으며 규모도 수십억 달러에 불과했다. 1980년대에 고안되어 신규 발행된 정크본드는 전체 경기 순환주기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금융 혁신으로 인정받아 발행 규모가 2,000억 달러를 초과했다. 탐욕에 빠진 사람들은 가치평가와 신용평가의 과거 기준을 무시하고 매수했다. 심지어 거품이 붕괴한 후에도 이 개념이 타당하다고 고집하는 사람이 많았다.

탐욕에 빠진 1980년대 수익률 돼지들

투자자가 탐욕에 빠진 사례는 금융사(史)에 무수히 많다. 그러나 1980년대처럼 10년 내내 집요하게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탐욕을 부린 사례는 드물다. 1980년대 초 미국 국채 수익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자 사람들은 높은 명목 금리에 자극받았다. 그러나 국채 수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을 때도 여전히 도취한 사람들은 채권의 신용도를 낮춰서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 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높은 수익률만 약속하면 어떤 투자 상품에든 군침을 흘리는 개인과 기관투자자를 이른바 ‘수익률 돼지(yield pig)’라고 불렀다. 월스트리트는 고수익을 약속하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이들에게 열정적으로 대응했다.

미국 국채는 적어도 신용등급에 관한 한 ‘무위험(risk-free)’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국채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면 투자자는 원금 손실 위험을 떠안아야만 한다. 정크본드 같은 저등급 채권은 수익률이 국채보다 높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따른다. 1980년대에 정크본드 뮤추얼펀드가 주로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면서 판매되었다. 마술사의 교묘한 손놀림에 홀리듯 높은 수익률에 홀린 투자자들은 펀드에 숨겨진 커다란 원금 손실 위험을 보지 못했다.

1980년대에 수익률 돼지들을 유혹한 상품은 정크본드뿐만이 아니었다. 월스트리트는 원금 일부를 수익률로 둔갑시키는 등 다양한 상품으로 속임수를 썼다. 실제로는 고등급 채권인 ‘지니메이(Ginnie Mae)’가 그런 상품이었다. 이는 정부 기관인 지니메이(Government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 GNMA)가 보증하는 주택담보대출들이었다. 지니메이는 주택담보대출 차입자들로부터 이자와 원금을 받아 지니메이 채권 보유자들에게 나누어준다. 지니메이 보유자들이 매달 받는 돈에는 이자와 일부 원금도 포함된다. 그 원금에는 계약된 원금은 물론 자발적인 조기 상환액도 포함된다. 그런데 지니메이 보유자 중에는 매달 받는 금액 전부가 수익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수익률을 계산하려면 (상환되는 원금은 제외하고) 이자만 잔여 원금으로 나누어야 한다. 매달 받는 돈에 포함된 원금은 수익률이 아니라 반환되는 원금이다. 그러므로 매달 현금흐름을 모두 소비하는 사람은 종자용 씨앗까지 먹어치우는 셈이다.

미국 국채 포트폴리오에서 콜옵션(국채를 만기 이전에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여 구성하는 옵션-소득 뮤추얼펀드(option-income mutual fund)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펀드에서 지급하는 분배금은 채권 포트폴리오가 받는 이자 소득과 옵션을 매도해서 받는 프리미엄으로 구성된다. 그런데도 이 분배금 총액을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국채 포트폴리오에서 매도한 콜옵션이 행사되면 국채 가격 상승에 의한 자본이득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국채 가격 하락에 의한 손실 위험만 여전히 떠안게 된다. 이는 주택 소유자가 주택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전략과 같다. 주택 보유자는 일단 보험료를 내지 않는 만큼 이득을 보지만, 장래에 큰 손실 위험을 떠안게 된다. 국채 가격이 계속 오르내리는 한 옵션 매도자는 언젠가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으며, 자본이득으로 이를 만회할 가능성마저도 없다. 이런 펀드들은 실제로는 종자용 씨앗(원금)을 먹는 상품인데도 수익률 높은 상품이라고 속였다.

높은 수익률에 도취한 일부 투자자는 월스트리트의 신상품 대신 구상품인 주식에 손을 뻗었다. 이들은 낮은 채권 수익률이 불만스러워서 주식에 돈을 쏟아부었으나 그 시점이 최악이었다. 이들은 채권 수익률(금리)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공개 정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채권 수익률이 낮으면 주가는 높은 경향이 있다. 채권 수익률이 낮을 때 주식에 달려든 사람들은 공짜 점심도 먹지 못할 뿐 아니라 상투까지 잡는 경향이 있다.

투자 공식을 찾아서

성공적인 투자 공식이라는 성배(聖杯)를 고집스럽게 찾는 탐욕스러운 사람도 많다. 지극히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도 단순한 해법을 찾으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투자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보니 오로지 공식만이 성공 비결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장군들이 최근에 성공한 전략을 고집하듯이, 사람들은 최근 성공한 투자 공식에 매달린다. 그런 투자 공식에 포함되는 기술적 분석에서는 과거 주가 흐름이 미래 주가를 알려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PER, PBR, 매출성장률이나 이익성장률, 배당수익률, 현재 금리 수준 등 펀더멘털 지표들을 포함하는 공식들도 있다. 그동안 이런 공식 개발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성과가 입증된 공식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과거를 돌아보는 단순한 공식 중 하나가 저PER주 투자 전략이다. 저PER주 투자의 기본 아이디어는 소외된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백미러만 보면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흔히 어떤 주식의 PER이 낮아지는 것은 장래 이익 감소 전망이 주가에 이미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조만간 실제로 이익이 감소하여 PER이 상승해버리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 공식 또 하나는 자신의 최근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1980년대의 끓어오르는 시장 실적으로부터 위험하고도 잘못된 교훈을 배운 상태로 1990년대 초를 맞이했다. 이들은 1987년 주식시장 붕괴가 일탈에 불과했으며 그야말로 절호의 매수 기회였다고 생각했다. 1989년 시장 폭락과 1990년 정크본드시장 붕괴 후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자 이런 근시안적인 교훈이 더 강화되었다. 사람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군침을 흘리면서 시장이 또다시 붕괴하길 고대했다.

금융시장은 지극히 복잡해서 공식으로 구체화할 수가 없다. 그런 공식이 개발되더라도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초과수익이 사라지고 만다. 그러면 새로운 공식을 다시 개발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식 개발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특정 투자 기회에 대한 펀더멘털 분석에 돌리는 편이 훨씬 낫다.

결론

금융시장은 취약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은 투자 대신 투기에 빠지기 쉽다. 사람들 대부분은 감정에 휘둘리기 쉬우며, 특히 상승이든 하락이든 시장가격이 극적으로 변동하면 강력한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그러므로 반드시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이해하고 미스터 마켓이 주는 기회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주석

1. 세쿼이아펀드 1986년 연차 보고서

2. William A. Sahlman and Howard H. Stevenson (Harva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Administration Case Study), "Capital Market Myopia" (Cambridge: Harvard Business School, 1985).

3. Albert Wojnilower가 다음 자료에서 인용: Louis Lowenstein, What's Wrong with Wall Street (Reading, Mass.: Addison-Wesley, 1988), p. 75.

4. 이런 현금흐름 기준의 유일한 예외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널리 인정받은 금 같은 귀금속이다. 예를 들어 오랜 역사를 통해서 금 1온스의 가치는 대략 고급 남자 정장 한 벌 정도였다. 다른 귀금속의 가치는 금만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인정하는 사람도 있다.

5. Benjamin Graham, The Intelligent Investor, 4th ed. (New York: Harper & Row, 1973), p. 108.

6. Lowenstein, What's Wrong with Wall Street, p.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