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초판 출간 후 저자 요청에 따라 절판된 세스 클라만의 《Margin of Safety》. 미국 주요 도서관의 도난 도서 1위, 현재 중고책 최고가 1,680만 원(11,500달러, 저자 사인본), 낡디낡은 책이 250만 원대이고 최상급은 860만 원대에 거래되는 책. 국내 일각에서도 비공식 번역본을 알음알음 돌려보던 책이다. 이건 번역가의 도움으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연재한다. ― 버핏클럽
1장. 실패하는 투자자들
2장. 투자자에게 불리한 월스트리트의 본질적 특성
3장. 기관들의 실적 경쟁: 희생되는 고객들
4장. 망상: 1980년대 정크본드에 관한 미신과 오해
1장. 실패하는 투자자들
투자와 투기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서 투기를 하면 안 되는 시점이 두 번 있다고 말했다. 투기를 감당할 형편이 될 때와, 투기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될 때다. 그러므로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투자에 성공하는 첫걸음이다.
주식은 기업의 일부에 대한 소유권이고 채권은 기업에 대한 대출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인식하는 증권의 가치와 그 증권의 현재 가격을 비교하여 매수와 매도를 결정한다. 그리고 남들은 모르거나 무관심하거나 무시하는 사실을 자신이 안다고 생각할 때 매매한다. 위험 대비 수익이 매력적일 때는 증권을 매수하고, 위험 대비 수익이 부족할 때는 증권을 매도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내재가치가 장기적으로는 증권의 가격에 반영되리라 믿는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다음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한다. 기업이 창출하는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하여 마침내 주가가 상승하거나 배당이 증가한다.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기꺼이 지불하려는 배수가 증가하여 주가가 상승한다. 주가와 내재가치의 격차가 감소한다.
반면 투기꾼들은 향후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증권을 매수하거나 매도한다. 이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남들의 행동을 예측하여 미래 주가 흐름을 판단한다. 증권을 빈번하게 사고파는 종이 쪼가리로 간주하므로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 투기꾼들은 ‘가격 흐름’이 좋으면 증권을 매수하고 나쁘면 매도한다. 이들은 심지어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가격 흐름을 보면서 계속해서 증권을 매매할 것이다.
투기꾼들은 주가 예측에 집착한다. 매일 아침 케이블 TV에서, 매일 오후 증권시장 보고서에서, 매주 경제 주간지에서, 매주 시장 뉴스레터 수십 종에서, 그리고 사업가들이 모일 때마다 언제나 주가 예측이 난무한다. 흔히 투기꾼들은 기술적 분석(과거 주가 흐름)을 이용해서 주가를 예측한다. 기술적 분석은 기업의 내재가치가 아니라 과거 주가 흐름이 미래 주가를 좌우한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미래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가 예측은 시간 낭비이며, 주가 예측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는 투기다.
시장 참여자가 투자자인지 투기꾼인지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이들은 구분하기 어렵다. 보유 종목을 확인해도 알 수 없다. 투자자와 투기꾼 모두 어느 종목이나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 전문가’ 다수가 실적 압박 때문에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대신 주가 예측을 바탕으로 단기 매매 차익을 추구하는 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를 하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투기를 하면 장기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매매용 정어리와 식용 정어리: 투기의 본질
정어리 파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어장에서 정어리가 사라지자 상품 트레이더들의 매수 주문이 쇄도하여 정어리 통조림 가격이 치솟았다. 한 트레이더가 값비싼 식사를 하려고 정어리 통조림을 사서 먹었으나 곧바로 배탈이 났다. 그가 항의하자 통조림을 판 트레이더는 대답했다. “물정을 모르시는군요. 이것들은 식용 정어리가 아니라 매매용 정어리랍니다.”(주 1)
통조림을 먹을 생각이 전혀 없는 정어리 트레이더처럼 투기에 몰두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투기를 하면 즉시 부자가 되리라 기대한다.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왜 천천히 부자가 되려 하는가? 게다가 투기는 대중을 따라가는 행위여서 다수에 속하게 되므로 마음도 편하다.
요즘은 자기도 모르게 투기꾼이 된 사람이 많다. 이들은 더 높은 가격에 사줄 더 멍청한 바보가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고평가된 증권을 매수하는 이른바 ‘더 멍청한 바보 게임’을 한다.
사람들은 주식을 빈번하게 사고파는 종이 쪼가리로 취급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 기업을 알 필요가 없으므로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주식 매매는 짜릿하게 재미있으며, 주가가 상승하면 돈벌이도 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본질적으로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더 높은 가격에 사줄 더 멍청한 바보를 찾을 수도 있지만, 찾지 못하면 자기가 더 멍청한 바보가 된다.
가치투자자들은 현실에 주목하면서 투자를 결정하지만 투기꾼들은 그러지 않는다. 현재 시장에는 투자자보다 투기꾼이 많아서 기업의 펀더멘털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주기적으로 주가가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치투자자들은 과도한 가격에 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언제든 투기 열풍이 발생할 수 있으며, 대개 상당한 시간이 흘러 큰 손실이 발생한 다음에야 이 사실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1983년 중반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윈체스터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 상장회사 12개의 시가총액은 50억 달러가 넘었다. 1977년부터 1984년까지 윈체스터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회사 43개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보고서 ‘Capital Market Myopia(근시안적인 자본시장)’(주 2)는 산업의 펀더멘털을 근거로 당시(1983년 중반) 기준은 물론 가까운 장래 기준으로도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몇몇 기업은 마침내 성공하여 업계를 지배하겠지만 나머지 다수는 고전하거나 파산하리라 분석했다. 따라서 성공하는 기업에서 높은 수익이 나오더라도 나머지 기업들의 손실을 상쇄하지 못하리라 판단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깨닫지 못했지만, 이들 디스크 드라이브 회사의 주식은 본질적으로 ‘매매용 정어리’였다. 이 투기 거품은 곧바로 붕괴했다. 1983년 중반에 54억 달러였던 이들의 시가총액은 1984년 말 15억 달러로 급감했다.
1989년 9월에도 이런 투기 열풍이 발생했다. 스페인 상장 증권에 투자하는 폐쇄형 뮤추얼펀드인 스페인펀드(Spain Fund, Inc.)의 주가가 상승하여 순자산가치(NAV: 투자 자산의 시장 평가액을 유통주식 수로 나눈 값)의 두 배가 넘었다. 매수 주문 대부분이 일본에서 나왔는데, 주식의 내재가치를 중시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스페인펀드가 보유한 똑같은 주식을 그 펀드 시가총액의 절반 가격에 스페인 주식시장에서 얼마든지 매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페인펀드의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두 배로 상승한 것도 매매용 정어리 사례에 해당한다. 투기꾼들이 펀드 보유 주식을 시장에서 매수하는 대신 스페인펀드 주식을 매수한 유일한 이유는 펀드 주식이 더 고평가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수개월 후 펀드 주가는 투기 거품 이전 수준으로 폭락하여 다시 순자산가치 수준과 비슷해졌고, 이후에는 크게 변동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월스트리트에서 투기가 발생하는 사례에는 매일 수십억 달러가 거래되는 미국 국채 30년물도 포함된다. 국채 30년물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사람은 장기 투자자 중에도 거의 없다. 경제학자 앨버트 워닐로어(Albert Wojnilower)의 분석에 의하면 만기가 10년 이상인 미국 국채의 평균 보유 기간은 20일에 불과하다.(주 3) 전문 트레이더와 이른바 투자자 모두 만기까지 보유할 생각은 전혀 없이, 단기적인 금리 변동을 이용하는 투기용 유동자산으로 국채 30년물을 보유한다. 그러므로 즉시 되팔 의도로 장기 증권을 사는 사람이 투기꾼이라면, 국채 30년물도 사실상 매매용 정어리가 된 셈이다. 만일 국채 30년물이 투기 상품으로서 인기를 상실하여 단기 보유자들이 일제히 매도하면서 식용 정어리로 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투자 대상과 투기 대상
증권시장 참여자들을 투자자와 투기꾼으로 구분할 수 있듯이, 자산과 증권도 투자 대상과 투기 대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렇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둘 다 가격이 변동하므로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투자 대상은 소유자에게 현금을 창출해주지만, 투기 대상은 현금을 창출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주 4) 투기 대상에서 나오는 수익률은 전적으로 가격 변동에 좌우될 뿐이다.
사람들은 최근 가격이 상승 중인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소유하려는 유혹에 빠져 무턱대고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오르내리듯이 모네의 그림과 미키 맨틀 루키 카드(야구 선수의 모습이 들어간 카드)의 가격도 오르내리지만, 어느 쪽이 진정한 투자 대상인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림, 골동품, 희귀 동전, 야구 카드 등 수집품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투기 대상이다. 이들이 투기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이 체이스맨해튼 은행이나 데이비드 폴(David L. Paul) 탓은 아닐 것이다. 체이스맨해튼 은행은 1980년대 말 예술품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만들어냈고, 센트러스트(CenTrust) 저축대부조합의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폴은 회사 자금으로 그림 한 점을 1,300만 달러에 구입한 탓에 회사가 파산했다. 식견이 풍부한 월스트리트조차 투자 대상과 투기 대상의 구분을 흐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살로먼브러더스가 발표하는 다양한 자산 유형의 수익률 목록에는 미국 단기 국채와 주식은 물론 인상파 등 거장의 그림과 중국 도자기도 포함된다. 1989년 6월 발표된 순위에서는 그림과 도자기가 진정한 투자 대상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목록의 1위에 올랐다.
투자 대상은 새로 조성된 삼림지처럼 초장기 투자일지라도 결국은 현금을 창출한다. 기계장치가 있으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고, 건물에서는 임대료가 나오며, 삼림지에서는 목재를 벌채하여 판매할 수 있다. 반면 수집품은 현금을 전혀 창출하지 않으므로 오로지 수집품을 매도해야만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 이후 수집품을 매수한 사람 역시 수집품을 매도해야만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집품의 가치는 오로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오르내린다. 역사적으로 수집품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므로 수집품의 가격은 수시로 바뀌는 변덕스러운 취향에 좌우된다. 수집품의 가치를 떠받치는 순환 논리는 다른 사람들이 최근 매수했기 때문에 따라서 매수한다는 것이다. 이런 매수세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고, 그 결과가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순환 논리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적절한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 투자는 진지한 사업이지, 오락이 아니다. 이왕 증권시장에 발을 들이려면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확실히 이해하고서 투기꾼이 아니라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투자자는 투자 자산과 수집품의 차이를 이해하므로 펩시코와 피카소 작품을 구분할 수 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그 대가로 그동안 어렵게 모은 돈과 노후 생활이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성공하는 투자자와 실패하는 투자자의 차이점
성공하는 투자자들은 대개 침착해서, 남들의 탐욕과 공포로부터 영향받지 않는다. 자신의 분석과 판단을 믿으므로, 시장 세력에 맹목적 감정으로 반응하지 않고 계산된 이성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성공하는 투자자들은 거품 낀 시장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공황에 빠진 시장에서는 변함없는 확신을 유지한다. 사실은 투자자가 시장과 가격 변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궁극적으로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