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 2025년 연차보고서(2026년 2월 28일 발표)에 실린 그레그 에이블의 주주서한을 투자 전문 이건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60년간 워런 버핏이 써온 주주서한을 이어받아 에이블이 CEO로서 처음 작성한 서한으로서, 버크셔 역사상 가장 중대한 전환점을 기록합니다. 에이블은 서두에서 버핏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도 버크셔가 개인이 아닌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임을 강조합니다. 서한 원문은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www.berkshirehathaway.com/letters/gealetters.html)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 버핏클럽
버크셔 주주 귀하:
워런 버핏은 아마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자자일 것입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수많은 사람이 그의 탁월한 투자 감각 덕분에 혜택을 보았습니다. 그는 또한 뛰어난 CEO이기도 합니다. 1967년 내셔널 인뎀너티를 인수한 이후 훌륭한 보험회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천하면서, 플로트를 활용해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의 주요 부문에 걸쳐 성공적인 투자를 수행해왔습니다. (이 서한을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워런에게 매우 불만스럽겠지만, 우리 모두 이것이 사실임을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워런은 자신의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예가 바로 테드 윌리엄스입니다.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 존을 77개 구역으로 나눈 뒤, 그중 훨씬 작은 ‘최적 코스(happy zone)’로 들어오는 공에만 방망이를 휘둘러, 통산 타율 0.344와 1941년 타율 0.406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명예의 전당 타자입니다. 워런의 투자에서도 이와 비슷한 원칙, 인내, 판단력이 드러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구질을 정하고, 그 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스윙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투자의 구루’ 이상입니다. 워런은 동업자 찰리 멍거와 함께 버크셔를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 배분 능력에 비전과 리더십을 결합하여, 창업자 중심 회사를 앞으로 60년 이후까지 내다볼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이 모든 성과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은 지난 60년 동안 버크셔가 주주들을 진정한 동반자로 대했다는 사실입니다. 워런은 버크셔의 장기 주주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뜻을 자주 표현해왔습니다. 버크셔의 주주들은 상장기업 중 가장 뛰어난 소유주 집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워런은 우리와 함께 자기 돈을 투자했고, 실수와 성공을 모두 솔직하게 글로 남겼으며, 해마다 우리가 오마하에 모여 가감 없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의 연차 주주서한과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의 직접적인 대화는, 주주들에 대한 워런과 버크셔의 헌신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행히 워런은 버크셔의 이사회 의장으로서 매주 5일 출근하므로, 우리는 보험영업, 비보험 사업, 주식 투자를 포함한 자본 배분에 관해서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버크셔의 주주이기도 합니다(다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약 10년에 걸쳐 그의 주식은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버크셔에 투자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우리 창업자에 대해 신뢰를 보이는 행위였습니다. 이제 그 신뢰는 버크셔 자체를 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본은 우리 자본과 섞여 운용되지만, 그것이 우리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역할은 ‘수탁자’입니다. 이런 수탁자 정신이 버크셔의 문화를 형성하고, 버크셔의 가치를 공고히 했습니다. 이 문화와 가치는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원인입니다.
이사회가 저를 버크셔의 CEO로 임명한 결정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렇게 첫 연차 서한을 쓰면서 워런의 뒤를 잇게 된 사실에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워런의 뒤를 잇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떤 리더십 역할을 맡든 출발점은 조직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 문화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가 의사결정을 이끄는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워런, 찰리, 그리고 저 사이에서 여러 유사점과 차이점을 보게 되겠지만, 버크셔가 유례없이 주주 지향적이라는 점에는 견해가 일치할 것입니다.
제가 버크셔를 이런 시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입니다. 그해 저는 캘에너지(CalEnergy)에 합류하려고 오마하로 이주했습니다. 당시 캘에너지는 버크셔와 무관한 회사였습니다. 캘에너지는 피터 키위트 선스(Peter Kiewit Sons’-건설사)의 부분 소유 회사였고, 이사회 의장은 버크셔 이사이기도 했던 월터 스콧 주니어(Walter Scott, Jr.)였습니다. 월터는 피터 키위트의 뒤를 이어 CEO를 맡았고, 제게 큰 의미가 있는 리더십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제가 캘에너지에서 맡았던 구체적인 직책은 오늘날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가 제 개인적 성장 면에서 탁월한 기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마하에서 살게 된 것은 저의 행운이었습니다. 오마하는 기초에 충실한 자본주의, 그리고 가치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도시였습니다. 보험, 건설, 철도, 제조업, 그리고 곧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오래 지속될 기업’을 중심에 둔 경제가 이 도시를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캘에너지가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MidAmerican Energy Holdings)로 재편되었고, 이후 버크셔가 인수하면서 저는 워런과 찰리를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그들이 협력해서 자신의 인생과 비즈니스에 대한 신념을 그대로 반영한 회사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보며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신념이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를 형성했고, 이 문화와 가치는 오늘날에도 회사를 이끌면서 각종 경기 순환, 혼란, 변화 속에서도 회사를 지탱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 지속 가능성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동반자인 주주들 역시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가 성공에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여러분과 소통하면서, 여러분이 우리가 함께 성공하기를 원하며 그 과정 또한 올바르기를 바란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는 우리의 운영 체계를 구성하는 기초이며, 이 체계가 우리가 버크셔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택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규정합니다. 이 체계는 제가 CEO로서 매일 회사를 이끄는 방식을 좌우합니다.
우리 주주들(소유주)의 투자 기간은 어느 한 CEO의 재임 기간을 훨씬 넘어섭니다. 간단하게 계산해보아도, 제가 앞으로 60년 동안 CEO로 재임하려 한다면 이는 야무진 생각이 되겠지요.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20년 후, 제가 워런이 재임했던 기간의 일부만을 채웠을 때 제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후손이 “우리 회사는 이제 더 강해졌다”라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입니다.

문화와 핵심 가치
버크셔의 성공은 거의 40만 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씨즈캔디부터 가이코(GEICO)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버크셔 계열사에서, 어떤 상황이든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를 실천하려는 이들의 헌신이 우리 성과의 핵심입니다. 또한 우리 성과에는 이사회가 보여주는 리더십과, 우리가 집중하는 목표에 대한 이사회의 지속적인 공감과 지지도 큰 역할을 합니다.
지난달 저는 임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버크셔의 문화와 가치는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영구히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이 메시지의 전체 내용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하며, (버크셔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가치에 대한 제 견해(일반 글꼴로 표시)도 추가로 밝히고자 합니다. 이 가치들은 개별 항목으로 나열되어 있지만 상호 보완적이며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버크셔
버크셔는 이례적인 형태의 복합기업입니다. 주주 자본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보험이 우리의 핵심 사업이며, 그 밖에도 여러 산업 부문에 걸쳐 상당한 규모의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주당 내재가치 성장 극대화를 목표로, 주주 자본의 탁월한 수탁자가 되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를 뒷받침합니다.
우리는 워런 버핏과 그의 파트너 찰리 멍거가 이룩한 위대한 유산을 더욱 공고히 하고, 뛰어난 성과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통해 그 유산을 오래도록 이어가는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
우리 문화의 출발점은 ‘동반자 정신’입니다. 우리 주주들은 우리의 동반자이며, 우리가 신뢰를 얻어왔고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분들입니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항상 주주들의 이익을 중심에 둡니다.
이 동반자 정신은 오마하의 버크셔 본사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버크셔의 자회사 전반으로 이어져,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주들의 자산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관리합니다. 우리는 수십 년을 내다보며 사고하고, 원칙 있게 행동하며,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합니다. 수탁자 정신은 우리 운영 방식에 깊이 스며 있어, 버크셔의 문화가 단순한 신념 체계가 아니라 장기 성과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레그는 이 문화를 지켜낼 사람입니다.” 찰리가 2021년 5월 1일에 한 이 말은 제게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 말은 버크셔 문화가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고, 버크셔를 규정하는 요소를 유지하라는 요청이자, 이 문화를 앞으로도 이어가라는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를 이끌 때도 버크셔의 문화는 우리 운영 방식 전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자본을 배분하거나 기초 위험을 평가할 때면, 워런의 질문은 언제나 사안의 핵심을 찌르곤 했습니다. 그 외의 부분에서는 고객에게 집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운영하라는 전제 아래, 실제 사업 운영에 관한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받았습니다. 이런 소유주의 관점은 버크셔의 모든 리더에게 요구되는 태도입니다.
우리의 핵심 가치
아래에 제시하는 핵심 가치는 우리가 전적으로 수용하고, 매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원칙들입니다.
분권화 모델
우리는 각 사업 부문을 이끌 최상의 경영자를 찾고, 그들이 다시 유능한 경영진을 이끌도록 합니다. 우리 운영 방식의 핵심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분권화’이며, 이 자율성은 그들이 쌓아온 신뢰에 기반을 둡니다. 우리는 관료주의를 최소화하여 경영자들이 자신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부여합니다. 그 대가로 우리는 성과 면에서의 책임감과 높은 윤리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자율성이 탁월한 인재들을 버크셔로 끌어들입니다.
제가 2018년 비보험 부문 부회장으로 역할을 옮길 때, 해당 사업 부문 리더들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분권화 모델과 그들의 책임이 바뀌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율성과 책임이 결합한 문화를 몸소 겪어왔고 그 성과를 직접 보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심시켰습니다. 사업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을 가질 때, 그 결정은 더 나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 빠르고 자신 있게 내려집니다.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CEO들은 관료주의의 여러 단계를 헤쳐나가야 하거나, 장기 가치를 훼손하는 단기 실적 목표를 강요받는 일을 절대 겪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분권화 방식은 경쟁우위입니다. 자율성을 누리며, 동시에 성과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경영자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입니다. 버크셔는 개인에 맞는 원칙을 찾는 회사가 아니라, 버크셔의 원칙에 맞는 리더를 찾는 회사입니다.
진정성
우리는 생각·말·행동의 일치를 통해 드러나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버크셔의 평판을 지켜나갑니다. 우리 문화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고,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며, 약속한 바를 실행합니다. 그 결과로 얻는 평판은 스스로 주장해서가 아니라, 원칙 있는 행동이 오랜 기간 축적된 끝에 비로소 “얻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버크셔에 대한 신뢰를 더 깊이 쌓겠다는 의지로 모든 행동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