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월가 고수도 처음엔 작게 산다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맞고 틀리고가 아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유명한 말입니다. 맞았을 때 얼마를 벌고 틀렸을 때 얼마를 잃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드러켄밀러가 자신의 멘토였던 조지 소로스로부터 배운 것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습니다.
언뜻 최고의 종목에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 투자자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지금 사야 할 종목을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이 넘쳐나고, 투자자는 항상 좋은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하니까요. 그런데 정작 맞고 틀리고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니 선뜻 와닿지 않는 것이죠.
이 부분을 검증된 자료로 명쾌하게 풀어준 책이 있습니다. ‘투자의 기술’로 번역된 리 프리먼 쇼어의 《The Art of Execution》입니다. 저자는 유명한 펀드매니저들에게 자금을 분할해서 맡겨놓고 매매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정말 뛰어난 펀드매니저도 수익을 내는 종목 선정 확률이 53% 수준이었습니다. 동전 던지기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죠. 심지어 50% 미만인 펀드매니저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수익률은 탁월했습니다. 이 책은 그 비결을 파헤칩니다.
중요한 것은 맞았을 때 내는 수익의 규모가 틀렸을 때 겪는 손실의 규모를 초과하느냐에 있습니다. 훌륭한 펀드매니저는 보통 손실 대비 수익의 규모가 2~3배 수준이었습니다. 절반 이하의 투자 대상이 거두는 수익의 규모가 절반 수준의 실패 사례가 만들어내는 손실 대비 2~3배 수준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공적인 투자는 길게 끌고 가되, 실패한 투자는 빠르게 잘라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보통의 투자자는 반대로 합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20~30%나 50% 수익이 나면 털어내고, 실패한 투자는 계속 끌고 가다가 더 큰 손실을 봅니다. 손실 대비 수익의 규모가 턱없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성공한 투자를 길게 끌고 가는 것도 어렵지만, 실패한 투자를 빠르게 덜어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보유 효과와 손실 회피 편향 등 여러 인지 편향이 강하게 작용해 손실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끌고 가게 되죠. 그러다 나중에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을 입곤 합니다. 저자는 이런 모습을 ‘토끼’로 묘사합니다. 투자 실패 앞에 토끼처럼 얼어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주가 낙폭이 클 때 빠르게 실패를 인정하고 잘라내거나, 오히려 강하게 물을 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자는 전자를 빠르게 쳐내는 ‘암살자’로, 후자를 기회를 엿보는 ‘헌터’로 표현합니다.
성공적인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져도 편향이 작용하지 않을 수준으로 초기 비중을 편입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0%를 편입한 종목이 반 토막이 나면 -5%지만, 1.5%만 편입한 종목은 기껏해야 -0.7% 수준의 손실입니다. 후자가 훨씬 더 손실을 인정하기 쉬운 상황인 거죠.
성공적인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성공 확률이 동전 던지기 수준인 것을 알아서 처음엔 작게 편입합니다. 작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지켜보면서 확신의 수준을 키워나가는 것이죠. 비중도 확신에 비례합니다.
작은 비중으로 시작하면 ‘헌터’가 되기도 쉽습니다. 초기 편입 이후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비중을 두 배로 늘려도 전체 부담이 크지 않으니까요. 여기에 편입 이후 지켜보는 과정에서 그 기업에 대한 지식 수준이 더 높아집니다. 그만큼 더 정확하게 판단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죠.
워런 버핏도 지금의 버크셔를 만들어준 성공 투자는 소수라고 말했습니다. 성공 사례를 몇십 년 동안 끌고 오면서 어마어마한 눈덩이로 만들어냈습니다. 그 덕에 수많은 평범한 투자와 손실이 작게 느껴지게 됐습니다.
물론 버핏은 과감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다만 성공 확률이 높은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동전 던지기보다 낮은 수준의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작게 시작하되 꽃은 더욱 가꾸고 잡초는 일찍 뽑아낼 줄 아는 '실행의 기술'이 투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처음에는 무조건 ‘작게’ 편입해야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