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인사이트 2]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금융시장 속성 3가지
투자에 관심 높은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된 지식을 찾아 익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게다가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곧장 성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금융시장 작동 원리를 이해해 '금융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뉴욕 월가에서 수조 원 규모의 채권·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담당했던 필자가 금융시장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 다가올 트렌드는 무엇일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버핏클럽
금융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금융’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면, 지금 가진 구매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재화와 서비스를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열심히 모은 자산을 불리거나 구매력을 보전할 수도 있다. 필자가 경험한 몇천억 거래를 수시로 하는 월가의 세계나, 은퇴 후 자금 마련을 위해 ISA 계좌를 운용하는 개인 투자자나 욕망의 크기만 다를 뿐 종류는 동일하다.
사실 금융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영역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이상, 누구나 일상에서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거나 공급하는 주체가 된다. ‘투자’라는 행동은 누구나 수십, 수백 번은 경험해본 익숙한 일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호흡의 원리를 안다고 해서 폐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금융을 ‘안다’는 것도 단순한 경험이 아닌, 개념을 분해해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투자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작동하는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 굳이 파보려 하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전문 지식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전문성이 쌓이기 어렵다.
투자가 우리에게 주는 달콤한 약속
그렇다면 왜 금융시장에는 이토록 많은 선동가와 사기꾼들이 존재할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왜곡된 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 두 가지를 한 방에 해결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사람들은 여기서 희망을 찾는다.
- 더 많은 부를 쌓아 원하는 구매력을 얻고자 하는 욕망. 심리적, 물리적 편안함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다.
-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범용적인 언어이기에, 많은 부는 곧 명예로 치환된다.
이런 욕망은, 모든 사람들이 ‘수조 속 뇌’로 살아가며 가상세계에서 번뇌 없는 삶을 택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이어질 터다. 그렇기에 금융시장에는 언제나 ‘희망’이라는 양분이 남아 있고, 그 양분을 먹고 자라는 것이 바로 선동가들이다.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기에 선동가들의 활동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은 단 하나다. 금융시장이 가진 속성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을 여행하는 투자자가 알아야 할 시장의 속성은 다음과 같다.
1. 수많은 사기꾼과 선동가가 존재한다
월스트리트 트레이딩룸은 금융 전문가들의 세계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정확함이 곧 생명이며, 가짜 전문성은 쉽게 민낯이 드러나게 된다. 기업가들이 생사의 판단을 하며 동물적 감각을 키우는 것처럼, 필자도 수조 원 규모의 채권북을 운용하는 경험을 통해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투자라는 행위에 대해 깊게 고찰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시야를 통해 금융 시장을 둘러보다 보니, 거짓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려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필자의 기준에서 그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 자발적(고의적) 선동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
- 비자발적 선동가: 금융 시스템과 시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거짓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 물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여기서 자발적 선동가는 '사기꾼'이라는 말로 불러도 무리가 없는 이들이다. 문제는 '비자발적 선동가'에 대한 판단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누군가를 비자발적 선동가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고민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떠벌리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사람은 결국 많은 이들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힘든 노동으로 벌어들인 피같은 투자금을 허구의 지식을 퍼뜨리는 이들 때문에 잃게 된 피해자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비자발적 선동가'란 바로 그런 유형의 피해를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선동가들은 피해자가 ‘안다고 착각하는 지점’을 파고든다. 우리는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지점에서 방패를 내리고, 빈틈을 노리는 이들은 그 지점을 노려 공격한다.
누군가가 추천해준 투자 전략, 선별해준 투자 종목을, 우리는 진짜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내리는 결정에 관련된 숨은 리스크는 무엇일지 나열할 수 있는가? 필자는 월스트리트에서 알고리즘 투자로 수천억 원 수익을 내는 천운을 누린 적도 있다. 그걸 내세우려는 게 아니라, 이런 필자에게 와서 어느 종목을 추천받았고 수익을 냈다며 굳이 추천하려는 일반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2. ‘복잡한 말’일수록 거짓이다
금융 산업은 처음엔 단순했다. 단순함 위에 장치의 정교함을 더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며 지금처럼 복잡해 보이는 구조가 되었을 뿐이다.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원리는 다음과 같이 놀라울 만큼 간명하다.
- 금융시장은 돈이 남는 사람이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구매력을 전달하는 통로다.
- 이 단순한 흐름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금융상품이 생겨났다. 주식도, 채권도, 파생상품도 결국 구매력의 이전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다.
- 금융상품에 더 쉽게 접근하거나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파생상품과 펀드가 등장하였다.
- 현물 증권이건 파생상품이건, 모든 금융 상품의 뿌리는 ‘잉여와 결핍의 연결’이다.
- 위험 없는 수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비효율은 누군가 발견하자마자 사라질 때까지 수익을 짜내기 때문에 사라진다.
- 자산의 가격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불균형으로 움직이고, ‘균형 가격’이란 이미 대부분의 정보가 반영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데도, 금융을 복잡하게 설명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의도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 일부러 당신을 속이려는 사람이거나
금융시장의 단순한 원리를 이해하고, 현학적으로 당신을 속이려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첫걸음이다.
3. 당신이 감당할 리스크가 곧 수익이다
위에서 말한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모든 수익은 리스크를 감수하거나, 시장 내 비효율을 해소할 때 발생한다.
누군가 엄청나게 멋진 분석법으로 성공적인 투자에 성공했다고 자랑한다 해도, 그 분석법이 수익의 핵심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 수익은 결국, ‘자산을 보유한 채 감수한 리스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직접 베팅할 수 있는 ETF의 등장으로, 시장을 이기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한 결과이다.
'리스크'는 '수익'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즉, 금융에서 '리스크'란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 수익의 원재료에 가까운 의미이며 그 예시는 다음과 같다.
- 투자 기간 동안 화폐 가치가 하락할 리스크
- 자산의 펀더멘털이 악화되어 원금 손실이 발생할 리스크
- 시장이 해당 자산에 펀더멘털 이상으로 부여하던 프리미엄이 사라질 리스크
- 거래 상대방이나 플랫폼이 파산하여 정산금을 받지 못할 리스크
이러한 리스크들이 존재하기에 자산은 '미래의 적정 가치'보다 항상 낮게 거래된다. 시간을 녹여 그러한 디스카운트를 얻어내는 행동이 투자이다. 수익은 불확실성을 감내한 대가라는 뜻이다. 마법처럼 돈을 복사하는 방법이란 없다.
분석하라. 다만 분석의 한계를 알자
이러한 세 가지 금융시장의 속성을 이해했다면, 자연스레 하나의 의문이 떠오를 수 있다. 시장과 종목에 대한 분석은 ‘불필요’한가? 그렇지 않다.
좋은 분석이란 내가 감수하는 리스크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감당 가능한지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다만, 어떠한 분석도 리스크, 혹은 시장의 비효율 외의 원천에서 수익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혹은 누군가의 투자 권유를 받을 때 이와 같은 관점에서 투자 기회를 살펴본다면 투자 승률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데 금융시장은 가장 강력한 통로 중 하나다. 이 글이 금융시장을 조금 더 명료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다루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