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인사이트 6] 그래도 투자는 필수다!
투자에 관심 높은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된 지식을 찾아 익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게다가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곧장 성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금융시장 작동 원리를 이해해 '금융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뉴욕 월가에서 수조 원 규모의 채권·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담당했던 필자가 금융시장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 다가올 트렌드는 무엇일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버핏클럽
통계마다 편차는 있지만, 미국 기준으로 대형마트와 식료품점의 자동화 계산대 도입률은 이미 약 30%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이 흐름이 되돌아갈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동 계산대가 사라지고 다시 사람이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경제학적으로 더 낮은 비용으로 동일하거나 더 나은 효용을 제공하는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순간부터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화 계산대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비용 구조를 낮출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적응과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경제적 인센티브가 만들어내는 방향성은 비가역적이다.
그만큼 자동화의 물결은 꾸준하고, 일방적이며, 거세다.
AI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넘쳐나는 지금, 정작 기술이 우리 삶에 가져올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렇다고 막연한 비관론에 머무르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다만, 현실을 담담하게 직시할 필요는 있다.
AI가 가져올 변화는 근미래에 일정한 고통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변화는 일부 음모론자들이 말하는 급작스럽고 디스토피아적인 붕괴라기보다, 개인의 삶을 서서히 압박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숨통을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조이는 형태다.
변화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1단계. 경력이 부족하고 숙련도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신입 인력에 대한 채용 기회가 급감한다.
2단계. 동시에 숙련 인력에 대한 충원 역시 극도로 보수적으로 변한다. 이미 많은 산업에서는 이 단계까지 도달했다.
3단계.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술 활용에 소극적인 시니어 인력은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다.
4단계. AI 기반 생산성을 관리하고 실무를 지시하던 중간 관리자 역시 구조적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갑작스러운 대량 해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임금 동결, 성과급 축소, 승진 기회 박탈처럼 ‘최악은 아니지만 씁쓸한’ 방식의 기회 상실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5단계. 업무 공정의 상당 부분이 대체되면, 실무를 기획하고 AI를 공정에 합치는 작업을 이끌던 조직 피라미드의 허리 역시 본격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건비와 부가가치를 절감해 축적한 자본은 어디로 향할까.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AI 모델, 이를 구동하기 위한 인프라 설비와 부품, 그리고 이 기술을 활용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수의 주체에게 집중된다.
운이 좋다면 4단계와 5단계 사이 어딘가에서, 그렇지 않다면 현실적으로는 5단계를 한참 지나서야 사회는 새로운 생산성과 가격의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이 되어야 비로소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비용 절감이 사회 전체의 안정으로 환원될 가능성이 열린다.
하지만 그때까지의 과정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꽤 고통스러울 것이다. 사회 전반의 소득 감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 보장 비용의 확대, 그리고 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부채는 통화 발행을 가속한다.
이 과정에서 명목 화폐의 구매력은 추가로 훼손되고, 개인이 부를 축적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과거 ‘월 인건비’로 계산되던 비용은 점차 단위 시간당 AI 토큰 소모 비용으로 대체된다. 유휴 인력이 설 자리는 구조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양상은 역사적으로도 반복돼 온 모습이다. 기술 발전은 장기 생산성 향상과 단기 충격을 항상 함께 가져왔다.
산업혁명 직후 영국 방직업에서는 1811년부터 약 5년간 실질임금이 약 20% 가까이 하락했다. 1970년대 이후 자동화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제조업 고용 비중은 1970년 약 25%에서 2000년 13% 수준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즉, 장기적으로 인류의 풍요를 키울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과도기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는 낯설고 힘든 변화를 요구한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혁신의 시대마다 새로운 기회는 항상 존재해 왔다.
적응에 성공한 개인과 사회는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때로는 기존 시스템 내부에서 해답을 찾아냈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AI가 제공하는 전문성과 생산성은 순수한 ‘자본’을 태워 작동한다. 이에 따라 자본의 상대적 가치는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산과 구매력 보존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사람들에게는 혼란의 시기가 오히려 안전망을 구축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초입인 지금,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필수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투자란 과연 무엇일까.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강한 랠리로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달러 약세 국면임에도, 원화 가치는 그보다 더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주가 상승의 일부는 실질 성장보다는 명목 화폐 가치 하락의 반영분이란 해석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은 언제나 성장 서사를 의심한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한국의 산업 경쟁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실제로 얼마나 강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별개로, 자본시장은 오늘의 가치를 내일 다시 의심한다. 이것이 시장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올바른 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은 지금, 자산의 가치를 지키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시간이라는 연료를 사용해 불확실성을 녹여 수익으로 전환하는 행동이 투자의 본질이다. 이러한 원칙을 잘 담은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투자의 핵심이고, 이는 《인사이더 인사이트》에서 월가의 경험을 통해 필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인가.
다가올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다는 논리가 존재하는가.
과도하게 쏠린 종목이나 자산군은 없는가.
기본적인 점검이, 먼 미래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