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32] 산 주식이 폭락할 때, 판 주식이 급등할 때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두 가지 오류
오류에는 1종 오류와 2종 오류가 있습니다. 1종 오류는 'false positive',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빴던 것이고, 2종 오류는 'false negative',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좋았던 것입니다. 투자의 세계로 보자면 1종 오류는 나쁜 주식을 산 것이고, 2종 오류는 좋은 주식을 사지 않은 것입니다.
좋은 성과를 위해서는 당연히 두 오류 다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두 오류를 동시에 줄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는 잠시 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지금은 두 종류의 오류에 집중해보겠습니다.
표본이 변하지 않는다면(표본 크기, 분포, 검정 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논리적으로 두 오류를 동시에 줄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쪽 오류를 줄이려고 노력하면 다른 쪽 오류가 늘어납니다.
그럼 두 오류 중 어느 오류를 줄이는 게 좋은 성과를 위해 중요할까요?
정답은 1종 오류입니다.
2종 오류의 가능성, 안 산 주식이 급등하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1종 오류의 가능성, 산 주식이 급락하는 상황을 줄이는 게 생존에 유리합니다.
1) 시장에 전체 주식이 4,000개 있고, 좋은 주식(주가가 상승할 주식)이 1,000개 있다고 합시다. 나머지 3,000개는 나쁜 주식(주가가 하락할 주식)입니다. 내가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판별하는 능력은 70%라고 합시다. 전체 주식을 살펴보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내 포트폴리오에는 좋은 주식이 몇 % 있을까요?
좋은 주식 1,000 x 70% = 700개, 나쁜 주식 3,000 x 30% = 9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600개 주식 중 700개가 좋은 주식, 약 44%입니다.
꽤 우울한 수치입니다. 나의 능력이 70%인데 포트폴리오는 44%밖에 안 된다고요?
2) 여기서 1종 오류를 줄여봅시다. 나쁜 주식을 걸러내는 능력이 80%로 좋아졌다고 합시다.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좋은 주식 1,000 x 70% = 700개, 나쁜 주식 3,000 x 20% = 6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300개 주식 중 700개가 좋은 주식, 약 54%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3) 반대로 2종 오류를 줄여봅시다. 좋은 주식을 잡아내는 능력이 80%로 좋아졌다고 합시다. 포트폴리오는 이렇습니다.
좋은 주식 1,000 x 80% = 800개, 나쁜 주식 3,000 x 30% = 9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700개 주식 중 800개가 좋은 주식, 약 47%
두 오류를 줄이기 위한 각 노력은 비슷하겠지만, 포트폴리오가 개선되는 정도는 1종 오류를 줄였을 때 더 효과적입니다.
이는 시장에 좋은 주식의 빈도가 적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좋은 주식이 절반 이상이라면 다른 결과가 나오겠죠.
근데 예리한 독자라면 이런 논리 전개에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눈치챘을 겁니다.
먼저 두 오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고 했습니다. 어느 한쪽 오류를 줄이면 다른 쪽 오류가 커집니다. 위 계산에서는 한쪽 오류를 줄이면서 다른 쪽 오류를 고정했습니다. 1종 오류를 줄이는 반대급부로 2종 오류가 늘어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2-1) 정규분포를 가정하면, 1종 오류가 30%에서 20%로 줄어들 때 2종 오류는 약 42%로 늘어납니다.
좋은 주식 1,000 x 58% = 580개, 나쁜 주식 3,000 x 20% = 600개
포트폴리오 전체 1,180개 중 580개가 좋은 주식, 약 49%
확실히 2종 오류가 늘어나다 보니 좋은 주식을 더 많이 놓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비대칭적입니다. 1종 오류를 줄이는 노력(기준을 강화)을 할수록 2종 오류는 선형적이 아니라 가속적으로 늘어납니다. 기준을 강화할수록 좋은 주식이 포트폴리오에서 빠지는 빈도가 더 높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다음을 볼까요.
3-1) 2종 오류를 10%p 줄여서 20%로 만들면 마찬가지로 1종 오류는 약 12%p 늘어납니다. 포트 구성은 다음처럼 됩니다.
좋은 주식 1,000 x 80% = 800개, 나쁜 주식 3,000 x 42% = 1,260개
포트폴리오 전체 2,060개 중 800개 좋은 주식, 약 39%
충격적입니다. 맨 처음 가정의 좋은 주식 비율이 얼마였죠? 44%였습니다. 오류를 더 줄이려고 노력한 결과 좋은 주식의 비율이 더욱 감소했습니다.
이건 정말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시장에서 내가 안 가지고 있는데 상승하는 주식이 눈에 많이 들어와서, 이런 주식을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하면서 편입 기준을 완화하면 포트폴리오의 상태가 더 나빠집니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더 나쁜 상황은 이겁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각 선택지(잠재 매수 대상 종목)가 랜덤하게 분포되어 있고, 우리는 그 선택지를 모두 훑어볼 수 있다는 가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는 시장의 수천 개 종목을 다 훑어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아무래도 ‘쉬운 고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주식들을 편입하고 나면 좋은 주식을 찾아내고 나쁜 주식을 걸러낼 확률, 즉 내 실력은 점점 나빠지겠죠.
2종 오류를 줄였을 때(편입 기준을 완화했을 때)의 특징은 종목 개수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투자는 주사위 던지기처럼 한 번 던지고 끝나는 게임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정보가 계속 등장하고, 주가는 시시각각 변하고, 우리는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의 종목 개수가 많아질수록 관리 부담이 커지고 성과가 더 나빠지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진화에서 한 생명체가 1종 오류를 저지르면 죽어버립니다. 2종 오류를 몇 번 저지른다고 죽지 않습니다. 수억 년동안 생명체가 해왔던 생존 방식을 투자자들은 거스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FOMO, 즉 2종 오류에 민감합니다. 남들이 다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무언가 하고자 하는 충동이 쉽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1종 오류에는 둔합니다. 1종 오류를 저질러서 사라져버린 사람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1종 오류를 피해서 얻은 이익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나쁜 주식을 안 샀는데 그 주식이 하락했다고 해서 느껴지는 기쁨보다는, 좋은 주식을 안 샀는데 그 주식이 올라서 느껴지는 고통이 훨씬 큽니다. 이 또한 호모 사피엔스가 현재까지 생존하게끔 한 진화의 메커니즘이긴 하겠지만, 주식시장과는 안 맞습니다.
우리는 2종 오류, FOMO에 관대해져야 합니다. 2종 오류를 허용하고서도 1종 오류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그게 다인가?
이렇게 끝내면 쉽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실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좀 더 생각해봅시다.
두 오류를 동시에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까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을 판별하는 확률이 70%라고 초기에 가정했습니다. 이 70%는 뭘까요? 이 확률은 투자자마다 다를 테고, 우리는 그걸 투자자의 ‘실력’이라고 부르겠죠. 어떤 사람은 이 확률이 50%일 테고, 어떤 사람은 90%일 겁니다. (100%는 존재하지 않겠죠.) 그리고 한 사람의 확률도 시간에 따라 변할 겁니다. 이 확률은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두 오류를 모두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정보량을 늘린다
가장 선택하기 쉬운 접근법입니다. 해당 주식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으면 승률이 더 높아질 거라는 가정이죠. 이 가정이 참이려면, 새로운 정보를 결합했을 때 성공률이 높아져야 합니다. (동어 반복이네요.)
이 분야는 기본적으로 좋은 주식의 빈도가 낮습니다. 정보는 많습니다. 개별 정보를 취득했을 때의 SNR(신호 대 노이즈 비율)이 낮습니다. 내가 새로운 정보를 득했다 해서 그게 내 전체 승률을 높여주는 정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여러 투자 경험을 쌓으면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게 돈을 버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더라”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2) 영향력을 늘린다
선택하기 쉬우면서 위험한 접근법이 또 하나 있습니다. 선택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런 위치에 있게 되는 경우이기는 하겠습니다만요.
어떤 사람이 어떤 종목에 대해서 의견을 표하면, 그 의견 자체가 어떤 신호가 되어서 다른 투자자들에게 전파되고 실제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누가 무언가를 ‘좋다’고 이야기하면, 그게 ‘누가’ 좋다고 했다더라, 가 되면서 실제 가격이 움직이고, 그게 그 ‘누가’ 한 이야기와 같은 방향이면, ‘역시 누구야’가 되면서 ‘누구’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다음 번 그 ‘누구’가 한 이야기는 더 큰 영향력을 가집니다.
그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이용해서 본인의 승률을 높이려고 한다면, 이는 불법행위가 됩니다. 그가 말한 의견이나 전달한 정보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본인이 비대칭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1번에서 정보량을 깊고 빠르게 파악해서 실력을 늘렸다는 케이스도 기실 2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빠르게 어떤 정보를 취득한 사람이 그 정보를 타인에게 전파했다면, 그 정보 전파 행위 자체가, 정보의 진위나 유의미성 여부를 떠나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 전파자가 돈을 벌었다면, 그건 좋은 정보를 잘 취득해서 돈을 번 것일 수도 있지만,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돈을 번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순수하게 선의로만 돌아간다면 이건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세상이 그런 식으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3) 필터링
1번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접근법이 있습니다. 성공률이 낮은 집단군을 아예 판단 대상에서 배제해버리는 겁니다.
처음에 ‘표본이 바뀌지 않는다면’이라고 전제한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종 오류를 허용하고라도 1종 오류를 배제해야 하는 것은 시장에 좋은 주식의 빈도가 낮기 때문, 즉 ‘기저율’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검토해야 할 표본 자체를 더 줄여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언가 기준을 두어서, ‘나쁜 주식의 비율이 전체 모집단에서 나쁜 주식의 비율보다 좀 더 높은 그룹’을 찾아내는 어떤 기준을 두어서, 그 기준에 해당하는 주식을 아예 편입 대상에서 배제한다면 어떨까요?
앞서 모집단의 나쁜 주식 비율이 75%라고 했습니다. 만약 나쁜 주식 비율이 80%인 어떤 기준을 적용해서 2,000개 주식을 배제했다고 해봅시다.
그럼 나의 검토 대상이 되는 샘플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배제된 주식: 좋은 주식 400개, 나쁜 주식 1,600개
검토 대상 주식: 좋은 주식 600개, 나쁜 주식 1,400개, 좋은 주식 30%
여기서 70%의 승률을 적용하면 내 포트폴리오 구성은 다음과 같아집니다.
좋은 주식 600 x 70% = 420개, 나쁜 주식 1,400 x 30% = 420개
포트폴리오 전체 840개 중 420개가 좋은 주식, 약 50%
“나는 그거 안 봐”라고만 했을 뿐인데, 포트의 좋은 주식 비율이 44%에서 50%로 올라갔습니다. 앞서 1종 오류‘만’ 줄이는 최상의 결과에서 좋은 주식 비율은 54%였습니다. 잊어버렸을 테니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력 70%(오류율 30%) → 좋은 주식 44%
1종 오류만 20%로 감소 → 54%
2종 오류만 20%로 감소 → 47%
1종 오류 감소, 2종 오류 증가 → 49%
2종 오류 감소, 1종 오류 증가 → 39%
1종 오류만 줄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이상적인 일이고, 그 케이스를 배제했을 때 매우 뛰어난 개선입니다.
그럼 그 나쁜 주식 기준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고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과거에 사기를 친 이력이 있는 회사들의 집단이 전체 집단보다 좋을까요?
주가가 오를 때마다 유상증자를 하는 회사들의 집단이 전체 집단보다 좋을까요?
과거 장기간 ‘정상’ 상태에서 ROIC가 평균보다 낮았던 회사들의 집단이 전체 집단보다 좋을까요?
이런 건 명백합니다. 개별적으로 좋은 주식들이 이 집단에 포함되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집단적으로는 명백합니다. (물론 지금 이익이 안 나고 있다거나, 대표가 너무 언론 활동을 많이 한다거나, 등등 내 ‘취향’에 안 맞는 ‘나빠 보이는’ 모습을 함부로 배제하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뭘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뭘 안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현인의 접근법은 이 개념을 체화하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성공은 수많은 ‘거절’ 위에 쌓아 올려졌을 것입니다. 수많은 선택지 중 그가 무엇을 ‘했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무엇을 ‘안 했는지’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 경구는 유명합니다.
“성공한 사람과 아주 성공한 사람의 차이는, 아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모든 것에 ‘아니요’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The difference between successful people and really successful people is that really successful people say no to almost everything.”
또한 필터링의 장점은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점이 있습니다. 1번과의 차이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정보량을 늘린다는 건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을 늘리는 일입니다. 검토할 종목 개수를 줄이지 않고 종목당 검토해야 할 사항이 늘어나니 업무량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필터링은 검토 대상 샘플 개수 자체를 줄여버리기 때문에 업무량을 유의미하게 줄여줍니다. 그것만으로도 필터링은 투자자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4) 귀무가설의 분포 변화
용어 사용이 상당히 어렵네요. 쉬운 얘기로 바꾸자면, 시장 전체의 좋은 주식 비율이 바뀔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좋은 주식에 대해서 이제는 조금 더 명확히 정의해야 하겠는데요. 여기서는 종목의 수익률이 ‘과거 장기간에 걸친 평균적인 시장수익률을 초과할 확률’ 정도로 해둡시다. 그리고 ‘승률’이라는 건 그런 ‘좋은 주식’을 투자자가 ‘잘’ 판별해낼 확률을 의미합니다.
1종 오류와 2종 오류는 귀무가설과 대립가설 중 무엇을 기각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문장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셨더라도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
위의 모든 논의는 시장에 좋은 주식, 즉 장기간에 걸쳐서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줄 개별 주식의 분포가 낮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좋은 주식이 널려 있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좋은 주식의 비율이 50%쯤 된다면 계산이 어떻게 될까요? 승률 70%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아집니다.
좋은 주식 2,000 x 70% = 1,400개, 나쁜 주식 2,000 x 30% = 600개
포트폴리오 전체 2,000개 중 1,400개가 좋은 주식, 70%
예, 뭐, 계산해볼 필요도 없었죠. 70%가 좋은 주식입니다.
이런 건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두말할 필요 없이 시장을 공포감이 지배할 때입니다. 거대한 매크로 이벤트가 발생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이제 세상이 망할 것이니 이제라도 도망쳐라, 라는 주장이 힘을 얻을 때입니다. (아니, 애초에 이제 누구도 금융시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그 힘조차 얻지 못할 때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은 ‘드물게’ 일어난다는 겁니다. 이 주제에 너무 집착하면, 시장 전체의 승률이 좋을 때 빠르게 들어갔다가 나빠질 때 빠르게 빠져나오는 ‘마켓 타이밍’ 전략으로 귀결됩니다. 그건 나쁩니다.
버핏도 때때로 시장 전체에 좋은 주식이 널려 있다고 말할 때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버핏은 시장의 유리함 유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을 살펴보는 것과 시장에 늘상 대응하는 건 매우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시장에는 공포감을 조장하는 뉴스가 나옵니다. 그 공포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저는 공포가 존재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시장에 공포감이 없을 때야말로 정말 위험한, 귀무가설이 반대 방향으로 옮겨간 케이스입니다. 시장 전체에서 좋은 주식의 비율이 극도로 낮아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한된 1종 오류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이겁니다.
2종 오류 - 기각한 주식이 올라간다 - 는 고통스럽습니다. 논리적으로는 그 고통을 참고 1종 오류 - 산 주식이 하락한다 - 를 줄이는 게 옳습니다.
그러나 투자라는 게 그만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아름답고 숭고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벌고 오늘 하루 행복하면 그만이죠. 당연히 파산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생태계에서 1종 오류를 저지르면 죽습니다. 그러나 2종 오류를 저지르면 안 죽을까요?
목이 말라 물가에 물을 마시러 가려는데, 악어가 있을지 없을지 모릅니다. 악어가 없다고 생각하고 물가에 갔는데 악어가 있었습니다. 죽었습니다. ㅠ…
악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목마름을 참습니다. 죽지는 않았습니다. 계속 참습니다. 목 말라 죽었습니다. ㅠ…
2종 오류를 저지르면 서서히 죽습니다. 1종 오류를 배제하려고 2종 오류를 너무 많이 저지르면 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동물로 태어난 우리는 언젠가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다만 현명하게 잘해야 할 뿐이죠.
1종 오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영원히 아무런 베팅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1종 오류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조언은, 기본적으로 베팅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조언입니다. 사람은 처음부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부딪히고 배워나가야 합니다.
아무런 역량도 경험치도 쌓이지 않은 사람에게 1종 오류를 주의하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시작부터 ‘난 이런 건 안 할 거야’가 습관이 된 투자자가 10년 후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요? 한두 종목으로 돈을 많이 벌었을 수도 있지만, 그 성과에 취해서 그제서야 1종 오류를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받은 축복받은 환경 중 하나는, 아이디어의 생존과 유기체의 생존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신피질은 여러가지를 상상합니다. 여러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실험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실험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발생하는 일이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험이 실패하더라도 내가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시장에서는 그게 훨씬 더 용이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 실험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궁금해합니다. 물론 그건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또 하나의 질문은 이겁니다. 이 실험이 실패했을 때 내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 것인가?
만약 어떤 주식을 사지 않았는데 너무 올라서 스트레스라면, 그건 그 자체로 문제입니다. 스트레스라는 건 무언가 외부 환경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무언가 생존에 도움이 되는 메커니즘이니까 진화 과정에서 여전히 존재할 겁니다.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급등하는, 꽤 매력적으로 보이는 주식을 앞에 두고, 무작정 “1종 오류를 저질러서는 안 돼” 하면서 외면하는 것은 남들이 다 사니까 쫓아서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의 정교함 측면에서는요. 위에서의 논의는 ‘의사결정이 정교하지 않더라도 승률을 높이는 길’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완숙하지 않은 투자자라고 스스로를 인식한다면, 1종 오류를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는 제한된 1종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조금만 베팅하는 거죠.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베팅해놓으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떤 주식을 10만 원어치 사서 전액 손해를 본다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주식이 10배 오르면요? 뭐, 100만 원어치 샀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어디 가서 살짝 자랑을 할 수도 있죠. “아, 그거? 나도 조금 샀어. 많이는 못 사서 그냥 치킨값 정도 벌었어 ㅎㅎ” 이럴 수 있잖아요.
더 중요한 건 어쨌거나 경험이 쌓였다는 겁니다. 벌든 잃었든 간에 말입니다.
조금 더 경험이 쌓인 투자자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죠. 내가 그동안 옳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성공의 경험이 쌓여갈수록 사람은 어느 정도 편협해집니다. 나이를 먹으며 사고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사고의 효율성은 높아집니다. 쳐낼 걸 빠르게 쳐내고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게 체화됩니다.
인간이 살면서 쌓아가는 모든 원칙은 제한된 영역 안에서 작동하는 원칙들입니다. 그 제한된 영역이 어느 날에는 아예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현재 내 포트폴리오의 모든 종목이 더 이상 보유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 떠나서 지수를 살 수도 있겠고, 모두 현금화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나은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정교하게는 공격적 탐색과 생존형 필터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역동적인 변화가 있을 법한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열심히 탐색하되, 포트폴리오 편입은 보수적으로 하는 거죠. 필터링으로 거르거나, 편입하더라도 (상황이 바뀌기 전까지는) 최대한도 몇 퍼센트 이상으로는 담지 않겠다, 라고 하는 거죠. 1종 오류가 문제인 것은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죽지 않으면 됩니다.
진화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제한적 합리성입니다. 특정 환경에서 특정 요소가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그 요소가 남아 있는 겁니다. 환경이 바뀌면 유리함도 바뀝니다.
이 나라가 전쟁터가 될 수도 있고, 자본주의가 사라져서 주식시장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고, 외계인이 침공할 수도 있습니다.
다치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일이, 결국은 인간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남겨줄 수 있습니다. 죽지만 않는다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