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2026년 1분기 13F] 에이블, '버크셔의 팀 쿡' 가능할까?

그레그 에이블 신임 CEO가 전권을 행사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6년 1분기 13F 공시가 5월 16일 새벽(한국 시각) 공개됐다. 6년 만에 항공주를 매수했고,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핵심 우량주들을 대규모 처분하면서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역대 최고의 현금 요새를 구축했다. 이번 공시를 통해 에이블의 포트폴리오 변화와 과제를 짚어 보았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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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 구글과 델타 항공 주식 매수 (사진 출처: CNBC.com)

구글과 델타 대규모 포지션, 아마존 전량 매도

이번 분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신임 CEO 에이블이 전권을 행사한 첫 분기에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이다. 둘째는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했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2026년 1분기 포트폴리오에는 상당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글(GOOGL, GOOG)과 델타 항공(DAL)에 대한 대규모 포지션 구축이다. 버크셔는 2025년 3분기 43억 달러어치의 구글 주식을 매수해 단숨에 포트폴리오 10위 종목으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이번 분기에는 매수 규모를 배로 늘려 3,640만 주, 105억 달러를 투자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7번째로 비중이 높은 종목이 됐다. (의결권이 없는 GOOG 제외)

델타 항공에 대한 신규 매수도 주목할 만하다. 버크셔는 약 26억 5천만 달러(약 3,980만 주)를 들여 델타 항공 지분을 포트폴리오에 새로 편입했다. 버핏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항공 산업의 침체를 우려해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등 4대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월가는 버크셔의 6년 만의 항공주 투자를 현재 항공 산업이 수익성을 회복하면서 저평가 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델타 항공은 미국 항공사 가운데 가장 우량한 대차대조표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액 기준 거래 상위 매수, 매도 종목 (통화: 미 달러화) (출처: whalewisdom.com)

반면 지금까지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던 대표적인 우량주인 비자(V), 마스터카드(MA) 그리고 아마존(AMZN)의 지분은 전량 매도했다. CNBC 등에 따르면 비자, 마스터카드, 아마존 등은 지난해 말에 JP 모건으로 이적한 토드 콤스의 주도로 매수해 관리했던 종목으로 알려졌다. 이는 새로운 에이블 체제가 출범하면서 과거의 포지션을 청산하는 동시에 현금 요새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버크셔는 이미 2025년 4분기에 아마존 주식 약 1,000만 주(18억 달러 규모)를 매도해 보유량을 80% 가까이 대폭 축소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전량 매도도 시장에서 매우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는 종목들로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과 코끼리 사냥을 위한 현금 확보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달 초 주총에서도 버핏과 에이블은 현재 시장 상황이 투자에 이상적이지 않다며 시장의 과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셰브런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매도 지속

애플을 포함한 상위 5개 종목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버크셔의 최대 보유 종목인 애플과 버핏이 평생 보유하고 싶은 종목으로 손꼽은 코카콜라(KO)와 아멕스(AXP)의 지분에는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셰브런(CVX)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AC)는 각각 4,580만 주와 370만 주를 처분해 지분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종목 전체 구성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단 한주도 팔지 않은 코카콜라의 비중은 3위로 올라간 대신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지분 매도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위로 하락했다. 셰브런은 지난 분기에 이어 5위로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포트폴리오 상위 5종목의 비중 변화(2025년 1분기~2026년 1분기) (출처: whalewisdom.com)

상위 주요 종목에 대한 대규모 지분 축소에 더해 전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상당수 종목을 정리했다. 버크셔가 이번 분기에 지분을 100% 처분한 종목은 무려 16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앞서 언급한 비자, 마스터카드, 아마존 외에 유나이티드 헬스(UNH), 풀(POOL), 도미노피자(DPZ) 등 최근에 비중을 늘렸거나 오래 보유했던 우량 종목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2025~2026년 매수, 매도 규모 (단위: 백만 달러) (출처: whalewisdom.com)

이 같은 대규모 지분 정리에 따라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전체적으로 이번 분기에도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 2022년 4분기 이후 무려 14분기 연속 순매도 포지션이다. 버크셔는 이번 분기에 241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하고 16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약 81억 달러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구글과 델타 항공을 제외하면 대규모로 편입한 종목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종목을 처분했다고 봐야 한다. 2026년 1분기는 2024년 4분기에 67억 달러의 순매도 이후 규모가 가장 컸다.

4,000억 달러에 가까운 현금 요새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 현금성 자산(단위: 10억 달러, 2023~2026)과 사업 부문 규모 (출처: 버크셔 해서웨이 공시 자료)

이처럼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버크셔의 현금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6년 1분기 말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무려 3,970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240억 달러나 증가했다. 1분기 실적 보고서에 기록된 버크셔의 장부상 자산 총액이 1조 2,52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자산의 1/3가량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셈이다. 1분기 말 투자 포트폴리오 규모인 3,260억 달러는 물론 철도와 에너지 등 실물 자산으로 구성된 사업 부문보다도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기형적인 자산 구조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버핏은 이달 초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주식 시장을 카지노에 비유하며, 하루짜리 단기 옵션거래가 판을 치는 등 시장에는 투자가 아닌 도박이 팽배해 자산의 가격이 어리석게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현금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매력적인 기회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같은 막대한 현금 요새 구축 전략은 높은 수익률보다 안전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버핏의 철학이 에이블 체제에서도 금과옥조처럼 잘 지켜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여전히 코끼리 사냥을 위한 기회를 엿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금 활용 방안에 관해 주요 언론과 투자자들은 이번 분기에 버크셔가 자사주 매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었다. 3월 초에 에이블은 CEO 취임 이후 언론과 첫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2024년 5월 이후 2년 가까이 중단됐던 자사주 매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에이블은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에 더해 개인적으로도 세금을 제외한 연봉인 1,500만 달러를 매년 자사주 매수에 사용하겠다고 말해 강력한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을 예고했다.

2021~2026 버크셔 해서웨이 자사주 매입 규모 실적(단위: 억 달러) (출처: 버크셔 해서웨이 공시 자료)

최근 버크셔의 주가 흐름을 보면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버크셔의 주가는 S&P500보다 뒤처지면서 상당한 저평가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가치로 평가한 버크셔의 순자산 가치는 대략 1조 2,520억 달러 정도이다. 하지만 3월 말 기준 버크셔의 시가 총액은 대략 1조 430억 달러로 추정돼 시가 총액이 장부상 자산 가치보다 17% 정도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주주들은 버크셔가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행보를 기대했을 법하다. 세금 부담이 있는 배당금과 달리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의 감소를 통해 주가가 자연스럽게 상승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주주에게 더 많은 가치를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4,000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 자사주 매입에 2억 달러를 조금 넘게 썼다는 사실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운영 전문가로서 에이블의 과제는?

그레그 에이블은 회계사 출신으로 에너지(BHE)와 비보험 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운영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드러난 것처럼 각 사업 부문의 세부 지표를 꿰뚫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그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버크셔의 최고경영자(CEO)는 단순히 거대한 복합기업을 문제없이 관리하는 능력 이상을 요구한다. 막대한 현금을 가장 효율적인 곳에 배치하여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탁월한 자본 배분가로서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버핏이 지난 수십 년간 경이로운 복리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비결은 경제적 해자를 지닌 탁월한 기업을 선택해 장기 보유하면서 적재적소에 자본을 투입하는 마법 같은 능력에서 비롯됐다. 주요 언론 매체와 월가가 에이블 체제의 버크셔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자본 배분 능력을 꼽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버크셔의 주가가 S&P500 지수 상승률에 뒤처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자 심각한 고민거리다.

이는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빅테크들이 글로벌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가치 평가 기준과 전통적인 필수 소비재 중심의 투자 전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따라서 투자 환경의 변화에 따라 투자 전략과 기업 선택 기준도 필연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2025년 3분기에 구글의 신규 매수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1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대한 것은 미래 성장 동력인 빅테크에 대한 투자 전략의 변화를 예고하는 단서일 수도 있다. 3,97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현금을 물려받은 에이블은 막대한 자본을 활용해 버핏의 원칙을 계승하면서도,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디지털 해자를 발굴하는 날카로운 선구안을 길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렉 에이블, 2026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사진 출처: CNBC.com)

에이블이 고민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바로 주주와의 소통 능력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개별 사업 부문의 세부적인 성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설명하는 에이블의 모습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나 전 세계 주주들이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 축제"라며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 모여드는 이유는 단순히 분기나 연례 실적 보고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버핏과 찰리 멍거(Charlie Munger)가 보여주었던 촌철살인의 지혜, 복잡한 경제 현상을 쉽게 풀어내는 특유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변치 않는 확고한 투자 철학을 듣고 싶어 한다. 배런스(Barron’s)가 에이블의 데뷔 무대를 B+로 평가하면서 아쉬움을 표한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버핏은 숫자를 명확하게 다루는 경영자를 뛰어넘어 버크셔의 가치 투자 철학과 시장에 대한 통찰을 주주들에게 알기 쉽게 전해주는 이야기꾼이었다. 많은 주주들이 더 이상 버핏의 혜안과 통찰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을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애플의 팀 쿡 vs. 버크셔의 그레그 에이블

문제는 이런 역량이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이블은 평생 버핏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애플의 사례가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 팀 쿡, 워런 버핏, 그렉 에이블(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팀 쿡이 새로운 CEO가 됐을 때 시장은 혁신이 사라졌다면서 애플의 미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팀 쿡은 이것이 기우였다는 사실을 자신의 방식으로 입증했다. 팀 쿡에게는 스티브 잡스 수준의 혁신성과 창의성은 없었다. 하지만 복잡한 애플의 공급망과 제조 운영 방식을 탁월하게 관리하면서 애플의 매출을 4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직후 2011년 10월의 애플 주가는 액면 분할을 반영하면 14달러 수준이었다. 2026년 5월 중순 현재 290~3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의 주가는 무려 20배 이상 올랐다. 팀 쿡은 또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시작해 지금까지 8,500억 달러 이상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잡스는 현금을 쌓아두고 배당을 극도로 꺼렸지만 팀 쿡은 배당을 재개했고 배당금도 10여 년 동안 꾸준히 인상했다. 그 결과 애플은 10년 넘게 시가 총액 세계 1위 기업 자리를 유지했고 세계 최고의 현금 창출 기업으로 변모했다.

운영 전문가인 에이블 역시 포스트 버핏 시대에 버크셔의 팀 쿡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 팀 쿡이 애플의 공급망을 극도로 효율화하고 막대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한 것처럼 에이블 역시 100여 개에 달하는 자회사의 운영 효율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은 자회사의 경영진에게 전권을 주고 자본 배치에만 집중하는 경영 방식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관리형 경영자인 에이블은 자유 방임형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회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고 이를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으로 버크셔의 체질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대한 통찰, 가치 투자 철학 그리고 대중을 사로잡는 화술은 버핏 특유의 장점이다. 반면 숫자와 운영 능력을 통한 주주 가치 극대화는 관리형 CEO인 에이블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에이블 체제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스티브 잡스 사후의 애플처럼 새로운 경영 체제를 통해 또 다른 복리의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