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눈] 솔리다임 나스닥행의 이면…"재주는 ○○이 넘고, 돈은 △△이 번다?"
[부엉이의 눈]은 뉴스 뒤 한 발 물러선 자리에서 재무제표의 이면과 지주회사, 거버넌스, 자본시장 구조 사이에 시장이 아직 가격에 담지 못한 연결고리를 찾는다. 27년 펀드매니저 경력을 마무리하고 대학 강단에 선 필자가 재무제표와 지배구조를 담담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뜯어본다. 또 한국 자본시장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독자와 함께 살펴본다. — 버핏클럽
8월 5일 공시가 하나 떴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5조~10조 원 규모의 프리IPO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에, SK하이닉스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한 해명 공시다. 9월 4일까지 재공시 예정.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개인 주주들이 모인 종목 토론방에 밤새 글이 쌓였고, 한 매체는 ‘밤잠 설친 하이닉스 개미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반응이 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진행된다면 세계 자본시장에 유례가 드문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구조가 왜 지금 시점에 시도되는지 배경 자체가 이 사안의 정수다.
4단 중복상장, 세상에 없던 구조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되면 SK그룹 지배구조는 SK㈜(코스피) → SK스퀘어(코스피) → SK하이닉스(코스피) → 비상장 AI 컴퍼니 → 신설 솔리다임(나스닥)의 5단 구조가 된다. 상장법인만 세면 4단 중복상장이지만, 비상장 매개가 하나 더 있다.
공정거래법은 국내 계열사 기준 지주회사 아래 3단까지만 편성을 허용한다. 20여 년간 이 규제로 국내 대기업집단의 중복상장은 3단 상한선 안에 머물러 왔다. SK그룹의 SK㈜→SK스퀘어→SK하이닉스가 그 상한선을 채운 대표 사례다. 3단 자체도 시장의 오랜 비판 대상이고 밸류업 정책의 타깃이지만, 상한선을 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안전판은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이 제한은 해외 계열사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동안 관행상 해외에서도 3단을 넘지 않았지만, 이 관행이 깨지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이 솔리다임이다.
세계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중복상장 자체가 이례적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복상장기업은 18%, 일본 4.4%, 미국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다. 일본은 최근 모자상장 자회사가 2018년 313개에서 2025년 215개로 7년 만에 31% 감소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유지 요건으로 자본비용 관점 투자자 설득과 이사 선임 소액주주 찬반 분리 집계, 공시를 요구해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설계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상장 시점 심사 위주와 대비되는 접근이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 상장은 이미 진행돼 온 흐름이다. 현대차 인도법인(2024년 10월)과 LG전자 인도법인(2025년 10월)이 대표적이며, 두 사례 모두 3단 관행선 안쪽(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차인도, LG-LG전자-LG전자인도)이다. 원칙상 해외 상장도 중복상장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두 사례가 크게 비판받지 않은 실질적 이유는 성장시장 진출과 외화벌이 명분이었다. 솔리다임에도 미국 AI, 낸드(NAND) 투자 확장 필연성 반론이 가능하지만, 자금 조달은 SK하이닉스 직접 투자나 완전자회사를 통한 방식이 열려 있고, 사업 확장에도 상장이 유일한 형식은 아니다.

왜 나왔나…FCF 폭발과 이익 흐름의 재설계
증권가 리포트 7곳을 취합한 SK하이닉스 잉여현금흐름(FCF) 전망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2024년 26조 원 규모였던 FCF가 2026년 평균 159조 원, 2027년 249조 원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으로 최소 현금배당 주당 1,500원(연간 약 1조 원)에 3년 누적 FCF의 50%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 재원으로 설정하였다. FCF의 큰 폭 증가가 총 재원 상한을 극적으로 넓힌 국면에서 SK스퀘어→SK㈜로 이어지는 배당도 큰 폭 증가가 예상되기에 자본시장은 이 흐름을 ‘황금 배당선’으로 부르며 옥상옥 디스카운트의 프리미엄 전환까지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배당 유입 규모는 회사가 3분기 확정 발표할 배분 방식에 달려 있다.
SK㈜가 배당을 받는 흐름을 보자. SK㈜의 SK하이닉스 실질 지분율은 SK스퀘어 지분(32.16%) ×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20.0%) = 약 6.4%다. SK하이닉스가 1조 원을 배당해도 SK㈜로 오는 몫은 640억 원 남짓이고, 앞의 조 단위 유입 전망도 이 흐름에서 나온다. 지분법과 현금의 괴리도 여기서 나온다. SK스퀘어의 2025년 연결 지분법이익은 8.93조 원이지만 실제 수령 배당금은 3,560억 원, 25배 격차였다. 회계장부와 상위 지주회사가 현금으로 수취하는 금액은 별개다.
그런데 이 정상 경로 위에 SK하이닉스 자체 판단이 얹혔다. 연초 SK하이닉스는 미국 AI 컴퍼니에 최대 100억 달러(약 14.2조 원) 신규 출자를 결의했다. 원래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반환됐어야 할 자금이 그룹 AI 지주 재편 재원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재편 설계는 정상 경로 옆에 새 이익 흐름을 하나 더 만든다. SK하이닉스가 넣은 자본과 낸드 사업 자산을 기반으로 상장 프리미엄을 창출해 AI 컴퍼니 공동 출자자(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에게 지분율대로 배분하는 흐름이다.
각 계열사 참여 방식이 재편의 실체를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을 AI 컴퍼니로 넘긴 데 이어 이번 신규 출자까지 결의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실사업으로 기업가치를 계속 밀어 올리는 자리다.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은 각각 2.5억 달러, 3.8억 달러, 4.8억 달러씩 캐피털콜로 자본을 넣고, SK텔레콤은 보유 AI 지분(퍼플렉시티, 람다, 펭귄솔루션즈 약 3억 달러)의 AI 컴퍼니 현물이전까지 이미 완료했다. 향후 IPO 이후 상승한 기업가치가 AI 컴퍼니를 거쳐 지분율대로 환류되므로, SK하이닉스의 부담과 사업 실체의 대가가 상위 계열사에 나뉜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이미 감내한 부담이 얹혀 있다. 인수 비용 90억 달러(2020년 계약 기준)와 8조 원 손실 위에 이번 추가 출자가 얹혔다. 프리IPO 조달 자금 5조~10조 원도 신주발행이라 신설 솔리다임 재무제표에 남는다.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 분사 시 기존 주주에게 신설 회사 주식을 지분율대로 직접 배분(현물배당)한 미국식과는 정반대 설계다.
이 재편은 2025년까지의 SK㈜ 재무 국면 위에서 설계됐다. 2025년 별도 배당 지급 3,856억 원과 이자 3,383억 원의 합계 7,239억 원에 배당 수취 4,913억 원으로 매년 2,000억 원 이상 갭이 발생했고, SK스페셜티 지분 외부 매각과 판교 데이터센터의 SK브로드밴드 향 매각(약 5,068억 원) 등 2.85조 원 규모 자산 처분으로 메웠다. 판교 데이터센터처럼 계열사 간 매각은 그룹 전체로 보면 이 주머니의 돈을 저 주머니로 옮긴 것에 가깝다. FCF 폭발로 2026년부터 갭은 해소될 전망이지만, SK하이닉스 자기자본을 AI 컴퍼니로 이전하고 상장 이익을 공동 출자자와 나누는 재편은 그대로 진행 중이다.
규제의 기교성과 밸류업의 어긋남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26년 3월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 후속으로 8월 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시행세칙 개정안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원칙 금지, 예외 허용’ 기조를 제도화해 인수, 신설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심사 범위를 넓혔고, 해외 자회사 상장에는 국내 모회사에 일반주주 관점 영향 평가, 공시 의무를 부과했다. 솔리다임 프리IPO 검토가 규제 시행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시점에 나온 이유다.
다만 규율 세부에는 이견의 여지가 남는다. 가이드라인은 자회사를 물적분할과 인수로 나눠 물적분할만 주주 동의를 필수로 하고, 자회사 규모가 모회사 10% 미만이면 심사에서 아예 빠지는 예외도 둔다. 물적분할이든 인수든 주주의 돈과 위험 부담이 들어간 본질은 같다. 인수 시점 SK하이닉스 재무에 부담이 됐던 10조 원 규모 결단이었음에도, 규제는 상장 시점 비중만 본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추진하는 시점이다. 일본의 7년간 31% 자율 해소도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만든 규율 설계의 결과였다.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은 이 방향과 어긋난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SK하이닉스 재공시 시한은 9월 초다. 다만 진행된다면 그 자체로 오랜 비판 대상이었던 3단 중복상장 위에 4단 상장, 5단 지배 피라미드 구조의 문까지 함께 열리게 된다. 이번 재편의 실체는 한 문장이다. 재주는 SK하이닉스가 넘고, 돈은 SK가 번다. 인수, 손실, 추가 출자를 감내한 자회사 주주가 만든 기업가치가 지주와 계열사에 지분율대로 나뉘는 설계다. 여기가 이해상충의 정확한 지점이다. SK하이닉스 소액주주는 부담을 실제로 진 당사자이지만 회수는 지분율보다도 얇다. 반면 SK㈜의 최대주주는 SK㈜(약 17.9%)를 통해 SK스퀘어(32.16%)와 SK하이닉스(20.0%)까지 지배하되 실질 지분율은 1%대에 그치는데도, 재편된 이익 흐름의 최종 수취자 자리에 앉는다. 지주 피라미드에서 지배주주와 하위 소액주주 이익이 어떻게 어긋나는지 이 설계가 정확히 보여준다. 그 결과가 SK그룹 안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어떻게 가격에 반영할지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