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通] 귀한 ISA에 아무거나 담지 마라

25년간 기자로 일했고 그중 18년을 재테크만 취재한 재테크 전문기자 출신 편집자가 투자와 관련한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투자 아이디어까지 무겁지 않게, 때로는 까칠하게 짚는 글을 연재합니다. IT 버블과 9·11 사태, 펀드 붐,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을 온몸으로 겪어낸 28년 차 투자자의 시선으로 전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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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계좌에 가입한 지 곧 3년이다. ISA 제도 도입 초기부터 시작해 벌써 세 번째 만기다. 세 번째 계좌는 개설 당시 만기를 50년으로 설정했지만 3년이 지나는 순간부터 언제든 해지해도 ISA에 주어진 세제 혜택은 온전히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또 해지할 생각이다. 마지막, 이벤트 하나만 챙기고.

주식을 고금리 예금처럼

요즘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권에서 특판 상품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식시장이 불타오르는 동안 은행권에 머물렀던 자금들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탓이다. 특히 올해는 은행에 예치돼 있던 퇴직연금까지 증권사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바싹 긴장한 은행들이 고금리 예·적금을 내걸고 사수 혹은 탈환에 나선 것이다.

콧대 높던 대형 은행들이 연 7~9%에 달하는 적금을 내놓은 걸 보고 냉큼 가입했다. 개인적으로 20년 가까이 자산관리 현황을 엑셀 파일로 기록 중인데, 이 글을 쓰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확인했더니 그때에도 연 9% 이자를 주는 은행 적금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부 저축은행과 신협 등 일부 기관에서만 판매했던 걸로 안다.)

가입자가 최고 금리를 적용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또 월 저축액에도 제한이 있어, 은행 입장에선 고금리 적금을 팔더라도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많지 않을 거라 짐작한다. 적금보다는 예금이 중요하다. 예금은 목돈에 붙는 이자라서 은행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은행 예금은 아직 눈에 띄는 특판 금리가 보이지 않고, 오름세도 더뎌 연 3%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 주식은 물론 예금에도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금리 상승세가 느려터진 예금보다는 특정 이벤트가 있는 주식 종목 쪽을 노려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ISA 계좌를 활용하면 은행 예금이자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하는 건 주가 등락폭이 큰 일반적인 주식이 아니다. 수익이 거의 확정적이거나 비교적 안정적인 종목, 그래서 예상하는 차익을 예금과 비교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예를 들면 청산이 확정된 리츠(REITs), 곧 사라질 펀드 수익증권, 공개매수 이슈가 있는 주식 등이다.

청산 예정된 리츠, 예금과 다를 바 없어

최근 코람코더원리츠가 특별배당을 위한 배당락을 실시했다. 코람코더원리츠는 유일한 보유 자산이었던 여의도 하나증권빌딩을 매각한 후 리츠의 미래를 논의한 끝에 청산을 결정했다. 조달 금리나 투자할 만한 마땅한 자산을 적기에 찾기 어렵다는 현실이 작용했을 것이다.

리츠 운용사가 주주 서한을 통해 예고한 환급액은 1주당 1만 1,300원이다. 이 중 8,900원을 특별배당 방식으로 선지급한 후, 절차를 밟아 내년에 나머지를 지급하고 청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특별배당의 배당기준일이 8월 31일이었고 1영업일 전인 8월 28일 배당락이 실시됐다. 배당금이 많다 보니 배당락도 컸다. 27일 1만 930원이었던 주가가 이튿날 2,335원으로 급락했다. 가격제한폭을 초과한 하락이었지만 이상할 건 없다. 주당 8,900원의 배당에 상응하는 배당락을 하루에 반영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28일 시초가가 2,030~1만 930원 사이에서 정해지도록 단일가격에 의한 매매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날 코람코더원리츠의 시초가는 2,290원이었고 장중 소폭 올라 2,3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정대로라면 11월 말쯤 특별배당금이 지급된 후 잔여 대금 지급은 청산에 맞춰 대략 내년 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사가 예고한 1만 1,300원 중 8,900원 특별배당의 주인은 결정됐고, 이제 남은 2,400원에 대한 권리만 남아 주식 거래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게 예금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예금은 원리금이 확정된 상품이다. 맡긴 원금과 은행이 약속한 이자가 정해져 있다. 여기에 세율에 따른 세금을 떼고 원리금을 받을 것이다.

이와 달리 주식은 원금 회수가 보장되지 않고, 주식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 즉 배당도 불확실하지만, 지금의 코람코더원리츠처럼 돌려받을 금액이 거의 확정적인 주식도 있다. 이런 상태의 주식은 예금 성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반년에 4.8%

코람코더원리츠 주주들이 돌려받을 금액은 2,400원이다. 매각 대금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2,4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만약 배당락 당일 시초가인 2,290원에 이 주식을 매수했다면 내년 봄쯤엔 대략 주당 110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매수가 대비 수익률로 계산하면 4.80%다. 불과 반년 정도 걸려 회수하는 돈이라서 연환산 수익률로 따지면 월등히 더 높지만, 그냥 단순하게 4.8%라고 해도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농축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으로 넓혀도 이에 견줄 예금 상품이 없다. 이런 기회를 예금이 아닌 주식이라고 해서 외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여기에 굳이 ISA 얘기까지 꺼낸 것은 이 4.8%의 수익을 세금 한 푼 없이 비과세로 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90원에 매수해 나중에 2,400원을 돌려받고 청산된다면 매수가와 청산가의 차액인 110원에 15.4%의 세금이 부과될 텐데, ISA 계좌에서라면 이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물론 가입 기간 내 받은 이자와 배당을 더해 200만 원까지만 비과세를 적용받고 2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엔 9.9%의 세금이 부과되겠지만 그래도 15.4%를 다 내는 것보다 낫다.

게다가 9.9%의 세금마저 부과되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ISA 계좌에서 발생한 매매 손익을 통산해 손실이 발생한 경우 그만큼 비과세 한도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 ISA 계좌의 손실은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는 손실이다. 비과세 혜택까지 얹어주는 4.8% 차익과 15.4% 세금을 뗀 예금이자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만약 4.8% 금리를 주는 6개월 만기 예금을 판매했다면 금방 동나지 않았을까?

반년도 길다…보름새 3.6%

코람코더원리츠는 배당락 후 슬금슬금 주가가 올라 며칠 만에 예상 수익률이 2%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원리금 회수 기간을 감안하면 이걸로도 은행 예금보다는 조금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주가가 다시 2,300원 정도로 내려오지 않는 이상 매력적이란 말은 못 하겠다. 그렇다고 이것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상장 수익증권 시장이 있다. 펀드가 설정된 후 만기가 될 때까지는 중도환매나 추가 매수가 불가능한 폐쇄형 공모 펀드에 대해 최소한의 환금성을 확보해 주기 위해 펀드의 수익증권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시장이다. 엄연히 주식이나 채권처럼 HTS, MTS로 거래할 수 있다.

여기에 KCGI베트남증권투자란 종목이 있다. 베트남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10년 전에 설정된 주식혼합형 펀드의 수익증권이다. 이 펀드가 드디어 다음 주에 만기를 맞는다. 구체적으로 오는 11일에 10년 만기가 도래해 그동안 운용한 수익을 포함해 원금을 돌려주고 청산될 예정이다. 이 펀드는 보유 자산이 베트남의 주식과 채권이라서 청산 대금도 금방 나온다. 운용사가 예고한 환급일은 14일이다.

얼마를 돌려받느냐는 마지막 펀드 기준가가 결정할 텐데 8월 31일 기준가는 1,321.45였다. 만약 이 기준가가 마지막까지 유지된다면 약 1,321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8월 31일 수익증권 시세는 1,299원이다. 1.7% 정도 차익인데 사실 하루 전만 해도 3.6% 차익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건 내년 봄이나 올 11월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당장 9월 14일에 들어오는 돈이다. 2주 사이 3%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은 없다.

물론 KCGI베트남의 경우엔 얼마 남지 않은 펀드 만기일까지 펀드 운용 성과에 따라 기준가가 변할 수 있다는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다만 펀드 운용 막바지라서 운용사가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이고 현금 비중을 크게 높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주식 비중은 98%에 달했으나 운용사 홈페이지에 주식 비중이 5% 미만으로 나온다. 언제 기준인지를 밝히지 않아 운용사에 문의한 결과 대략 한 달 전쯤 자산구성이라고 하고, 지금은 자산 대부분을 현금화한 상태라고 하니까 기준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수익증권도 ISA 계좌로 매수해 놓으면 비과세 또는 9.9% 저율 과세로 세금을 확 줄일 수 있다.

KCGI베트남펀드의 기준가와 수익증권의 일일 가격 변동 및 가격 괴리, 즉 기대수익률 추이. 두 가격의 괴리는 예정된 펀드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공개매수 의제배당도 ISA로 회피

이뿐 아니다. 공개매수 이벤트에서도 ISA 계좌는 빛난다. 최근 골프존홀딩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두고 논란인데, 현재 주가가 공개매수가(6,700원)를 넘어선 상태라 이 경우는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보다는 지난달 공개매수를 발표한 삼천리자전거가 적당해 보인다. 삼천리자전거의 공개매수는 상장폐지 목적이 아니라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위해서다. 오는 10일까지 발행주식의 19.42%에 해당하는 240만 8,000주를 매입해 기존에 갖고 있던 39만 2,000주까지 더해 모두 280만 주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5,000원. 이 소식에 주가는 곧바로 급등, 4,6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공시 후에도 주가가 공개매수가와 꽤 벌어져 있다. 8월 31일 종가인 4,640원에 매수할 경우 수익률이 7.7%에 이른다. 이렇게 벌어진 것은 공개매수 주식 수에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삼천리자전거의 총 발행주식은 1,240만 주. 이 중 총 514만 주(41.4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 지엘앤코와 참좋은여행은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를 뺀 나머지 686만 8,000주가 참여할 수 있다. 이 중 3분의 1이 조금 넘는 240만 8,000주만 안분비례, 즉 신청 경쟁률대로 사들인다고 하니 공개매수 후 남을 주식이 걱정돼 주가가 5,000원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공개매수로 사들인 주식을 모두 소각한다면 주식 가치는 사라질 22.58%만큼 높아질 것이다.

앞의 두 사례보다 차익과 주가 변동성이 큰 이 이벤트 투자에도 ISA의 비과세 카드가 필수적이다. 공개매수에서 발생하는 차익, 다시 말해 공개매수가 5,000원에서 매수가를 차감한 금액엔 의제배당이 적용돼 15.4% 세금을 내야 한다. 주식 수가 많을 경우 차익이 2,000만 원을 초과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ISA 계좌라면 비과세 및 저율 과세 혜택은 물론 분리과세로 이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특별배당, ISA가 품기엔 너무 큰 떡

하나 더 추가하자면, 첫 번째 예로 든 코람코더원리츠의 특별배당은 ISA 계좌로도 감당이 안 되는 케이스였다. 1주당 8,900원의 특별배당을 받을 경우 얼마의 세금이 부과될까? 분명히 리츠에 투자한 원금과 수익의 일부를 돌려받는 것인데도, 8,900원 전액을 배당금으로 간주해 무려 8,900원의 15.4%인 1,371원이 배당소득세로 부과됐을 것이다. 일반 계좌로 보유 중인 투자자들은 물론 ISA 계좌에 보유 중이었더라도 웬만하면 비과세 한도를 훌쩍 넘어섰을 것이고, 9.9% 저율로 세금을 내도 주당 881원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빚어진다. 그 영향으로 보유 자산의 매각 가격과 예상 환급액의 윤곽이 잡힌 뒤에도 주가가 쉽게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경우엔 ISA 계좌보다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연금으로 받을 때까지 자금이 묶이는 것만 감수한다면 한도 없이 3.3~5.5% 저율 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청산 배당이나 공개매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익 떼기’ 투자 기회는 흔한 이벤트가 아니라서 눈여겨 살피지 않는 이상 눈에 잘 띄는 투자도 아니다. 하지만 관심의 크기만큼 보이는 법이다. 이벤트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이벤트 발생 초기에 예상 수익을 산출하고 매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SA는 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에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이라서 고배당주나 채권에 투자할 때 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정작 ISA 가입자 대부분은 일반 주식 계좌처럼 그냥 주식을 매매한다. 밥은 공기에, 국은 대접에, 수프는 접시에 담는 것처럼, 주식 투자도 맞는 그릇이 있다. 세제 혜택이 주어진 귀한 그릇에 엉뚱한 음식을 담지 말자. 주식 청산, 공개매수 등도 ISA 그릇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