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通] 연금에 ‘찰떡’ 연 5.9% 국채 투자 ‘열렸다’
25년간 기자로 일했고 그중 18년을 재테크만 취재한 재테크 전문기자 출신 편집자가 투자와 관련한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투자 아이디어까지 무겁지 않게, 때로는 까칠하게 짚는 글을 연재합니다. IT 버블과 9·11 사태, 펀드 붐,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을 온몸으로 겪어낸 28년 차 투자자의 시선으로 전합니다. ― 버핏클럽
이달부터 퇴직연금(DC형, IRP) 계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 편입이 가능해졌다. 모처럼 퇴직연금에 어울리는 금리형 자산이 나온 것 같아 반갑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지난 2024년 6월부터 매월 개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상품으로, 일반 국채 금리에 약간의 금리를 가산해주는 데다가 분리과세가 적용돼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서 절세용으로 주목받았다.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 계좌를 만들어야 투자할 수 있는데 미래에셋증권에서만 개설이 가능하다.
개인용 국채 인기 시들…연금 계좌라면 다를 것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2년인데, 이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들하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일반 채권과 다르게 중간에 자유롭게 매매할 수 없고 오로지 채권 만기일까지 보유해야 온전한 이자와 혜택이 주어진다는 걸림돌이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일반적인 채권은 보유하는 동안에 이자를 받다가 아무 때나 매도할 수 있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차익도 함께 얻을 수 있다. 반면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에 받는 이자가 전부다. 매입 1년 후부터는 중도환매를 신청할 수 있지만 그러면 처음 약속한 가산금리나 복리, 분리과세 혜택은 사라진다. 10년, 20년 만기 때까지 돈이 묶일 각오를 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이 수요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지난해 3월부터 5년만기 국채, 올해 4월부터는 3년만기 국채 등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국채를 추가했으나 시장의 관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반응이 조금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전용 계좌에서만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을 퇴직연금 계좌로 확대했는데, 이 연금 계좌가 국채 장기물과 궁합이 잘 맞는 바구니이기 때문이다.
연 4.92%가 8.06%로 ‘복리의 힘’
개인투자용 국채는 채권 매매 없이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만 받는다는 점에서 장기 예금과 비슷하다. 은행 예금은 5년만기가 최장이지만 이 국채는 그보다 긴 10년, 20년 만기 상품이다. (퇴직연금용엔 3년·5년만기 국채가 없다) 그런데 장기간 묶어둘 수만 있다면 만기가 긴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제일 중요한 금리부터 따져보자. 퇴직연금 계좌에 담을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는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적용된다. 매달 발행하므로 금리도 매달 바뀐다. 이번 9월에 나온 금리는 10년만기 국채가 표면금리 4.415%에 가산금리 0.350%가 붙어 연 4.765%다. 그런데 10년 후에 받게 되는 이자의 (만기)수익률은 59.28%, 연 5.928%꼴이다. 중간에 발생하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복리로 부리해 적용금리보다 높은 만기수익률이 나오는 것이다.
20년만기 국채는 연 4.570%에 연 0.350%를 더해 연 4.920%를 적용하는데 만기수익률은 무려 연 8.065%에 달한다. 워런 버핏이 강조한 복리의 힘은 주식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매력은 절세 효과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분리과세 혜택이 크다고 했지만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 15.4%의 이자소득세까지 면제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걸 퇴직연금 계좌에서 하면 달라진다. 퇴직연금 계좌의 매력 중 하나, 과세이연 효과다. 채권 만기가 도래해 계좌 내에서 이자가 발생해도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는 과세를 미룬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가 돼서야 수령액의 3.3~5.5%를 부과할 것이다.

고금리 혜택을 길게
전용 계좌에서 퇴직연금 계좌로 바구니 하나 바꿨다고 장점이 더해졌는데, 그래도 장기간 돈이 묶인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 찜찜할 것이다. 이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지난 2022년 11~12월쯤 국내 예적금 상품들의 금리가 뛴 적이 있다. 당시에도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해 (10년물이) 4% 위로 올라섰던 뒤끝이라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사실 이보다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로 위기감이 확대돼 시중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더 컸다. 이때 퇴직연금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은행 예금도 금리가 연 5%를 웃돌았다. 저축은행은 6%를 넘기도 했다.
2022년 12월 어느 날 IRP 계좌에 전용 예금을 몇 개 담았다. 이런 고금리 국면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아서 평소보다 만기를 길게 2년만기, 3년만기로 가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 하나가 한국증권금융 IRP 전용 예금이었다. 3년만기 상품 금리가 연 5.32%에 달했다. (한국증권금융도 IRP 계좌에서 전용 예금을 판다.) 2026년 9월 10일 현재 같은 상품이 연 3.50%를 적용 중이다.
그때 연 5.2%의 5년만기 우체국 예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지금도 IRP 전용 5년만기 우체국 예금이 있지만 금리는 연 3.65%에 그친다.
일반 예적금에 가입할 때는 자금 유연성을 감안해 만기를 굳이 길게 가져갈 이유가 없지만 연금 계좌는 다르다. 어차피 연금으로 수령할 때까지는 계좌를 유지해야 하니 자산을 긴 호흡으로 운용할 수 있다. 그런 계좌에서라면 고금리를 최대한 길게 보장받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4년 전처럼 다시 금리 상승 국면에 들어서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그 시절처럼 연 5%를 넘보는 상품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고금리 예금을 대신할 개인투자용 국채가 생겼다. 이번엔 5년이 아니라 10년을 묻어두면 연 5.928%, 20년이면 연 8.065%다.
한 가지, 가산금리는 조금 아쉽다. 올해 초만 해도 10년물의 가산금리가 100bp, 1.00%p였다. 3월에 판매한 20년물의 경우 1.28%p에 달했다. 물론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가 부진한 데 따른 수요 진작 차원이었지만, 이때가 아니라도 0.50%p 정도 가산한 경우는 많았고 지난달도 그랬다(20년물은 0.40%p).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 채널을 퇴직연금으로 넓힌 첫 달인데 0.35%p는 야박하다. 가산금리까지 얹어도 미 국채 10년물보다 낮으면….
금리 올랐어도 중도 환매 시 원금 그대로
또 하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징이 있는데 중도 환매 시 원금이 보장된다는 사실이다.
국채든 일반 채권이든, 채권 가격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시장 금리가 상승할 때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금리 상승기엔 채권 투자를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다르다. 채권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중도에 환매하는 경우에도 원금이 지켜진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개인투자용 국채는 보유 기간 중 매매가 금지되어 있지만 투자 13개월 차부터는 환매 신청이 가능하다. 대신 가산금리와 분리과세 혜택은 없고 표면금리대로 기본 이자만 지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원금. 만약 그 13개월 동안 시중금리가 급등해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해도 개인투자용 국채는 시세 하락분을 반영하지 않고 원금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물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오른 경우에도 평가이익 없이 원금만 준다. 금리 하락기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상당히 매력적인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중도환매를 신청했다고 해서 실시간으로 전액을 돌려주는 것은 아니다. 매달 재경부가 정하는 환매 총액이 있는데 그 범위 안에서만 받아주는 제한적인 환매 방식이다. 이 금액을 초과할 경우 그에 비례한 금액만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연금은 연금답게
퇴직연금, 특히 IRP 계좌는 국민들의 노후 자산 마련을 위해 정부가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혜택을 부여한 상품이다. 전 금융권의 세제 혜택 상품을 통틀어도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서 얻을 수 있는 만큼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은 없다. 비과세와 9.9% 분리과세로 인기를 얻고 있는 ISA 계좌도 실질 절세 규모에선 연금에 비할 바 못 된다.
이렇게 크게 지원하는 이유는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이 노후 준비 자산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각자 알아서들 나이 들어 쓸 돈을 미리미리 잘 불려서 먼 훗날 가난한 노인이 되지 않길 바라는, 그래서 국가가 짊어지게 될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의도가 이와 같은 세제 혜택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면 연금 가입자들도 노후 준비 자산이라는 고유의 특성에 맞게 계좌를 운용해야 할 텐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연 2~3%대 낮은 수익률로 빌빌대는 연금 계좌를 방치하다가 증시가 달아오른 덕분에 증권사 퇴직연금들이 승승장구한다는 얘길 듣고 부랴부랴 증권사로 계좌를 옮긴 가입자가 지난 1~2년 사이 급증했다. 그동안 연금시장을 꽉 잡고 있던 은행들이 자금 유출을 막느라 난리도 아니란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옮겨 와서는 본래 취지와는 먼 투자를 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집계된 것은 없으나 금융회사 연금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지난해와 올해 증권사에 연금 계좌를 개설한 가입자들이 일반 주식 종목 투자하듯 상장지수펀드(ETF)를 단기적으로 매매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연금저축 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레버리지 ETF나 인버스 ETF를 거래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단기간에 연금 자산을 반 토막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리스크가 큰 ETF 종목들이 즐비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ETF시장에서 운용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느라 온갖 섹터 ETF와 액티브 ETF를 쏟아낸 결과이다. 이들은 자사 신상품을 한껏 포장해 연금 가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개별 ETF 종목에 편입된 업종과 섹터, 종목 수가 줄어들수록, 또 소수 종목 집중도가 커질수록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도 크겠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 치솟기 마련이다. 노후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불린다는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낮은 수익률 좀 올려보자고 증권사로 계좌를 옮겼지만, 이게 잘한 결정이었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는 사람이 1~2년쯤 뒤에 몇이나 될지 매우 우려스럽다.
연금은 연금답게 운용해야 한다. 물론 은행 예금보다는 나아야 한다. 거기에 개인투자용 국채가 안성맞춤이다.
금리 흐름 보면서 분할 매입
이제는 매달 나올 상품이고(12월 제외) 금리도 천천히 오르는 국면인 만큼 당장 첫 달부터 가용할 연금 자산을 전액 몰아넣을 필요는 없다. 편입 시기를 적절하게 벌려 분할 매입하는 것이 좋겠다.
아쉽게도 나는 올해 초 IRP로 연금 수령을 개시해 이 국채의 복리 혜택을 맘껏 누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운용 기간이 한참 남아 10년만기 국채는 물론 20년물도 편입할 수 있는 젊은 가입자들이 부럽다. 그래도 현재 자산과 월 수령액을 감안했을 때 연금을 10년 정도는 수령할 것 같아서 일단 적은 금액이라도 10년물을 편입할 생각이다.
모처럼 연금 맞춤형 투자상품이 등장했다. 부디 투자 리스크가 큰 ETF에만 꽂혀 있는 시선을 돌려, 안전하면서도 수익률도 괜찮은 금리형 자산에 적절하게 자금을 배분하길 바란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에서 개설한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다. 물론 기존 미래에셋증권의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 계좌로도 가능하다. 청약 기간은 9일부터 오는 15일까지로, 청약금액이 발행금액을 초과할 경우 경쟁률에 따라 배정된다.
사족. 그래도 첫 시작인데 판매사들이 보너스 금리가 될 만한 이벤트를 벌이면 어땠을까? 요즘 증권사마다 연금, ISA 자금을 유치하는 데 적지 않은 현금(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던데, 이런 곳엔 통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