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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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인공지능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가 아니라 이미 다가온 현실입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그 변화를 쉽사리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 관련 주식들이 신뢰를 못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가 쉽사리 체감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다가온 미래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게 2016년이었죠. 챗GPT라는 챗봇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게 2022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제 인류가 기계에 정복당했다느니,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 소외 현상이 만연해질 것이라느니 등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지금, 노동시장은 생각보다 강하고, AI로 인해 인간이 갈 곳이 없어지는 현상은 ‘전 사회적으로는’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직업군에서 신규 채용이 급감하고, 일부 기업들이 AI를 빌미로 대량 해고를 하긴 했으나, 전체 실업률이나 임금 상승률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끝없이 늘리고 있고, 자체 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막대한 외부 자금을 끌어다가 투자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밸류체인의 핵심에 있는 엔비디아는 고객사에게 자금을 지원하거나, 고객사의 차입에 채무 보증을 서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관련 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막상 그로 인한 변화 - AI로 인한 새로운 제품, AI로 인한 내 생활의 변화 - 는 보이지 않으니 ‘이것은 거품이다’라는 판단에 쉽사리 마음이 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인해 높아진 물가가 더 피부에 와닿기도 하고요.

인공지능이 가진 힘은 막대합니다. 향후의 ‘잠재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인류가 가진 인공지능은 상당한 지식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그리고 주변에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분들의 평가를 빌리더라도 그렇습니다. 인공지능은 지식노동자가 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의 대부분의’ 인간 역량을 뛰어넘었고, 그 지능을 활용해서 일부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미래가 아니라 이미 다가온 현재입니다.

개인의 최적화, 조직의 최적화, 사회의 최적화

“생산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생산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그 단어가 지칭하는 바는 그때마다 미세하게 다릅니다.

생산성이 높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요? 사전적으로는 동일한 단위노동을 투입했을 때 산출량이 많아졌다는 걸 뜻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생산성이 높아졌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요? 소비자 단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 과거보다 더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났을 때가 될 것입니다. 회사 단에서는 그런 새로운 물건을 통해서 돈을 더 많이 벌거나, 내부의 효율화를 통해서 같은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더 싼 값에 많이 생산해서 팔 수 있을 때일 것입니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같은 업무 시간을 투입하고도 더 많은 일을 수행하거나, 같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수행하고 여가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을 때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쉽게 말해 1) 피처폰만 있던 세상에 아이폰이 등장하거나 2) 아이폰을 더 싸게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거나 3) 애플 직원의 주당 근무 시간이 절반이 되어도 회사가 잘 굴러갈 때, 우리는 생산성 향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치챘겠지만 생산성 향상을 느끼는 경로, 생산성 향상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이 각각의 경우에 미묘하게, 그러나 유의미하게 다릅니다. 누군가는 생산성 향상을 느낄 때 누군가는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이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 전체의 고용, 임금, 물가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도 있고 안 미칠 수도 있습니다. 철도, 자동차, 비행기, 통신 기술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바꿨습니다. 인공지능은 어떨까요?

(1) 아예 새로운 물건이 나왔는가

챗봇은 다들 써보셨을 테니 챗봇은 예외로 합시다. 챗봇을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건  “아, 챗GPT 덕분에 내 삶이 바뀌었어. 행복해.”라기보다는 “그래서 AI 킬러 앱은 왜 안 나오나요?”일 겁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 그렇죠. 챗GPT는 아직 적자 상태고, 소라(오픈AI의 동영상 생성 서비스)는 접었습니다. 프론트엔드, 즉 최종 소비자 단에서 파는 물건 중에 이익이 나는 물건이 없다는 겁니다.

제가 느끼기에 챗봇은, 뭐랄까,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티저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체험판도 아니고 음, 그보다 낮은 수준의, 상당히 원시적인 서비스라는 거죠. 현대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비교하면 초창기의 무성영화, 혹은 그 이전의, 축음기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진짜배기는 AI 에이전트에 있습니다.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는 겁니다. 챗봇은 인간이 던진 질문에 그럴싸하게 대답을 만들어낼 뿐, 실제 작업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응, 네가 원하면 ~~~한 작업을 해줄게.” “했어?” “아니, 아직 안 했어. 원하면 이번에 진짜로 해줄게.”의 무한 반복을 겪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챗봇도 실제 작업을 어느 정도 수행합니다. 이런 작업 수행 능력을 곁가지가 아니라 주요 능력으로 삼은 것이 AI 에이전트입니다. 에이전트의 범위도 꽤 모호하긴 한데, 여기서는 내 실제 업무 수행에서 챗봇의 답변을 참고해서 ‘내가’ 작업을 하느냐, 실제 내 작업의 일부를 프로그램이 ‘대신’ 수행해주느냐로 구분하겠습니다. 전자라면 에이전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후자여야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겁니다.

개발자들은 대부분 에이전트를 사용합니다. 이제 인간이 손으로 코드를 짜는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코드를 검토하고 책임지기 위해서 인간이 코드를 이해하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하지만(논외로 우리 뒤 세대가 이 능력을 어떻게 쌓을지 걱정이긴 합니다), 직접 코드를 짜는 업무는 이미 거의 사라졌습니다. 인쇄기가 등장하면서 필경사라는 직업이 사라졌듯이 말이죠. “아예 새로운 물건이 나왔는가?”라는 질문에 개발자들의 답은 당연히 “그렇다”입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입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한 물건들이 대단히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호합니다. 혹은 “아니다”에 가까울 겁니다. 팔란티어의 파운드리나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 등은 AI의 도입을 고객사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개발하며 뒷단에서 AI를 얼마나 썼건 간에, 고객사에 도달하는 제품에 AI의 흔적이 남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에이전트는 에이전트입니다. 인간이 하던 업무를 가져가서 대신 수행하고, 더 빠르게, 더 똑똑하게 수행할 뿐입니다. 아주 천재적인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객사가 느끼기에 제품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기능 도입, 요청 사항 처리 등이 좀 더 빨라졌다고 느낄 수는 있겠죠. 그 뒷단에 AI가 있든 없든 그건 고객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위 문단에서는 고객‘사’만을 언급했습니다. 즉 B2B에서 체험하는 변화라는 거죠. B2B에서도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데 B2C, 즉 최종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는 더욱 없습니다. 아마존이 인공지능으로 아무리 물류를 효율화한다고 한들, 고객은 어떤 변화를 느낄까요? 단지 배송이 더 빨라질 뿐이겠죠. 일주일 걸리던 배송이 하루가 될 수는 있겠지만, 물리적인 이동 속도를 뛰어넘어서 방금 결제한 물건이 3분 후에 내 집 앞에 와 있거나 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인공지능으로 공정을 효율화하고, 반도체 설계를 AI가 대신한다 한들, 소비자가 그걸 AI로 인한 변화라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은근히 무언가가 달라지긴 했지만, 고객이 ‘AI 뚝딱’ 해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경험과는 다릅니다.

(2) 회사의 생산성이 올라갔는가

AI 에이전트를 채택하는 회사 내부로 들어가봅시다. 변화에 민감한 회사들은 정책적으로 에이전트 사용을 장려했습니다. 그 결과 회사의 생산성이 올라갔을까요?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이전보다 수십 배, 수백 배 커졌습니다. 그 결과로 아예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아니다”에 가깝더라도), 소프트웨어 회사의 생산성은 올라갔습니다.

그 외의 회사들은 어떨까요? 에이전트라는 신기한 녀석이 나와서 이걸 최대한 많이 쓰라고 직원들에게 장려한 ‘토큰맥싱’ 정책의 결과, 수많은 회사들이 이 정책을 철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