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39] 국채 5% 시대, 금리란 무엇인가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오늘은 거시경제 중에서 핵심인 금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거시경제 리포트에 나오는 복잡한 개념이나 공식은 언급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어차피 저도 잘 모릅니다.)
요즘 거의 매일같이 금리 이야기가 헤드라인을 장식합니다. 대략 4~5년 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었죠. 2021년부터 금리를 인상하네 마네 하다가 장기금리가 먼저 상승했고, 이후 단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되면 (무려) 100% 확률로 경기 침체가 온다!’라는 주장도 흥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에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고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우려하던 경기 침체는 오지 않았고, 그해 11월에는 ChatGPT라는 물건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대 AI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현재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5%를 넘어가면서, 그 절대적인 수준에도 놀라고, 금리의 상승 속도에도 놀라는 등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높은 금리는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2023년 금리 인상 사이클 후반부나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나 볼 수 있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는 인터넷이 보급된 이래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던 것인데, 그것이 지금 눈앞에 닥쳐 있는 겁니다.
당장 고금리 하면 떠오르는 건 2022년의 주가 급락이었고, 그 이전으로 가면 금융위기 직전의 흥청망청 시기였으니(여기까지만 가더라도 이미 20년 가까이 옛날입니다) 고금리는 그 자체로 큰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금리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우리 삶에, 그리고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짚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금리 결정 요소
(1) 신용의 문제: 상대방이 돈을 얼마나 확실하게 갚을 것인가
금리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자금에 대한 이자를 의미합니다. 돈을 일정 기간 빌려주고,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수취하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받아 옵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가장 먼저 무엇을 고민할까요? ‘이 사람이 돈을 제대로 갚을까?’겠죠. 내가 여유 자금이 많아서 돈을 빌려줄 일이 자주 있다고 해봅시다. 신용이 높은, 다시 말해 돈을 잘 갚을 사람에게는 금리를 낮게 쳐주더라도 내 돈을 빌려가라고 하겠죠. 처음 보는, 혹은 신용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높은 금리를 부여할 것입니다. 돈을 떼일 리스크를 크게 짊어지고 빌려주는 거니까 거기에 대한 보상도 커야 되겠죠.
즉 금리가 높아진다는 건 ‘돈을 빌려가는 사람에 대한 신용이 떨어지고 있다, 못 믿겠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시간의 문제: 지금의 돈과 미래의 돈을 얼마나 다르게 평가하는가
신용의 문제는 명확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싸게 빌려준다. 쉽죠. 시간의 문제는 조금 어렵습니다. 돈을 빌려준다는 건 현재 내가 그 돈을 소비하는 걸 포기한다는 뜻이죠. 그 돈을 다른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나의 현재 만족을 포기하고 미래에 더 많은 만족을 누리겠다는 겁니다. 금리라는 건 빌려주는 사람에게 있어서 ‘현재의 만족을 포기하는 대가’입니다.
현재 돈을 쓰고 싶은 곳이 많아서 빌려줄 여력이 없다면 높은 금리를 요구하겠죠. 현재 돈 쓸 곳이 많지 않고 나중의 소비가 더 만족이 클 것 같다면 낮은 금리로도 돈을 빌려줄 것입니다.
한편, 얼마나 긴 기간 동안 만족을 포기하는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2년은 1년이 두 번 더해진 것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꼭 그렇게 2배가 되는 건 아닙니다. 1+1이 2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장기간 돈을 빌려줄 때에는 금리를 더 높게 받습니다. 지금 믿을 만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고, 지금 내가 돈 쓸 곳이 없다 하더라도 미래에는 어찌 될지 모르니까요. 돈을 1년 묶어두는 것에 연 4% 이자를 부과한다면, 2년 묶어둔다면 연 4%보다는 조금 더 높게 이자를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장기간 빌려주는 자금에 대해 단기자금보다 얼마나 더 높은 이자를 부여하느냐, 이게 장단기금리차입니다.
즉, 금리가 높아진다는 건 빌려주는 사람이 현재의 만족을 포기하는 대가를 점점 더 높게 부르고 있다는 뜻이고, 장단기금리차가 커진다는 것, 즉 돈을 길게 빌려줄수록 상대적인 금리가 더 높아진다는 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뜻입니다.
(3) 수요 공급의 문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이 빌려주려는 사람보다 얼마나 많은가
1, 2번은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의 이야기였습니다. 빌리는 사람 입장도 살펴봐야죠. 돈을 빌리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돈을 빌릴까요? 어딘가에 쓰려고 빌리겠죠. 당장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없어서 소득 대비 과하게 돈을 빌리는 경우는 논외로 합시다. 일반적으로 돈을 빌리는 상황은, 그 돈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해서 이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향후의 늘어난 소득으로 빌린 돈을 갚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돈을 빌립니다.
자금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건 이 돈을 활용해서 앞으로 벌 수 있는 돈이 많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다는 뜻이죠. 건조한 용어로 말하자면,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가 많다는 겁니다. 그 프로젝트가 단기 프로젝트면 단기로 자금을 빌릴 것이고 장기 프로젝트면 장기로 자금을 빌리겠죠.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해당 프로젝트와 차주의 신용을 검토해서 금리가 합의되면 대출이 일어납니다.
이 세 요소를 다 감안했을 때 금리가 높아진다는 건 돈을 빌려가고자 하는 사람이 빌려주고자 하는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겠죠.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졌거나,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미래를 더 불확실하게 보거나입니다. 전자로 인한 금리 상승, 즉 수요발 금리 상승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차주의 판단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는지 검토해야겠지요. 만약 모두가 미래를 과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돈을 빌리고 빌려주기를 반복하다 보면, 실상이 드러났을 때 한 번에 무너집니다. 그게 바로 ‘거품 붕괴’입니다.
후자로 인한 금리 상승은 나쁩니다. 경기가 불안하고 미래가 힘든 와중에 당장 쓸 돈이 없어서 급하게 돈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 많고, 반면에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떼일지 몰라 돈을 빌려주는 데에 소극적이게 되는 거죠. 앞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편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경제가 튼튼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로 돈이 부족해서 돈을 빌리러 다니고, 돈이 있는 쪽에서는 막연한 불안감에 멀쩡한 차주에게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과도한 낙관 편향이 거품을 만들었듯, 여기서 과도한 비관 편향은 경제를 실제 있어야 할 수준보다 한참 아래로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금리 조절 기관의 역할
현대 금융 시스템에는 금리를 조절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기관의 형태와 목표하는 금리의 종류, 사용하는 방법 등은 상이합니다만, 대부분의 국가는 그 기능을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경우 엄밀히 하나의 은행은 아니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 줄여서 ‘연준’이라고 부릅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다양한데, 여기서는 금리 조절 기능에 집중하여 ‘금리 조절 기관’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금리 조절 기관이 없더라도 시장이 작동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작동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미국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중앙은행을 두 번이나 폐쇄시키고, 수차례 공황을 겪으면서) 현재의 연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실보다 득이 크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금리 조절 기관이 할 수 있는 큰 역할 중 하나는 거품을 누르는 기능입니다. 앞서 빌려주는 쪽과 빌리는 쪽 모두 낙관적인 편향에 사로잡혀 있을 때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여기서 기관이 금리를 높임으로써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들어줍니다. 파티에서 흥청망청할 때 찬물을 끼얹는 거죠. 그러면 파티를 즐기던 모두가 기분이 나쁘겠지만, 장기적으로 그게 사람들이 덜 다치는 방향입니다. 욕을 먹어가면서도 할 일은 해야 하는 게 금리 조절 기관입니다. (그래서 항상 욕을 먹죠.)
반대로 사람들이 우울감에 싸여 있을 때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미래가 안 보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준다면 누군가는 돈을 빌려서 무언가를 할 테고, 그 무언가가 고용을 창출하고, 고용된 사람들이 소득을 만들고, 그 소득으로 어딘가에 소비를 하고, 소비가 활성화되니 또 누군가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등의 선순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금리 인상이 인플레를 누를 수 있다고 보통 이야기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수요발 인플레이션과 공급발 인플레이션입니다. 수요발 인플레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서 소비를 늘리면서 생기는 인플레이션입니다. 금리를 높여주면 어느 정도 누를 수 있습니다. 공급발 인플레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없어서 생기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말 그대로 물건이 희귀해서 물가가 상승하는 거죠. 전염병, 전쟁, 기후, 천재지변 등으로 공장이 돌지 않거나, 물류망이 막히거나, 원자재를 채굴할 수 없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금리를 낮추거나 높인다 한들 백신을 개발하거나 전쟁으로 막힌 해협을 열어줄 수는 없습니다. (아주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리고 역효과도 있습니다. 수요를 누르려고 금리를 높이면, 사업을 하는 차주의 부담이 커져서 공장 증설을 못 하고, 그러면 물건의 공급이 줄어들어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 낙관적인 심리를 부추기려고 금리를 낮추더라도, 실제 민간으로 자금이 돌려면 은행 등 돈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들이 여전히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해서 대출을 일으키지 않고 그냥 돈을 쌓아두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금융위기 때 보았던 ‘유동성 함정’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한계가 있어도, 앞서 말씀드렸듯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기 때문에 금리 조절 기관은 존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뭘 하든 시장으로부터 욕을 먹습니다.

현재의 금리 상승은 무엇 때문인가
금리 상승이라 함에는 두 가지 개념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시중금리의 상승과 정책금리의 상승입니다. 시중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실제 민간 주체들 사이에서 돈을 빌려줄 때의 금리입니다. 정책금리는 시중금리가 결정될 때 기준선이 되는 금리이고, 금리 조절 기관에서 금리 조절 행위를 하는 도구로 삼는 금리입니다. (연준은 ‘FFR(연방기금금리)’이라는 걸 사용하고, 한국은행은 말 그대로 ‘기준금리’를 사용합니다.)
연준은 이번 9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그 이전부터 시중금리 상승(30년물 국채가 5%를 넘기고 이어서 10년물도 5%를 넘겼습니다)이 이슈가 되어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현재의 금리 상승’이라는 건 시중금리와 정책금리 두 가지의 금리를 묻는 것이고, 각각에 대해서 따로 대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시중금리의 상승
미국 장기채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높은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앞서 1번의 논지를 가져와서 살펴봅시다. 미국 장기채는 미국 행정부가 빌려가는 돈입니다. 장기채는 장기적으로 빌려가는 돈이고요. 그럼 미국 장기채의 금리 상승은 미국에 대한 신용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건 그 원인입니다. 자금 공급자 입장(1, 2번)과 수요자 입장(3번)을 나눠서 생각했었죠. 수요자인 미국 행정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훼손된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수요자 대비 상대적인 매력이 부족해진 걸까요?
전자가 옳으려면 미국에 무언가 큰 문제가 있어야 합니다. 고용이 무너지거나, GDP가 망가지거나, (미국의 국운을 건)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등입니다. 근데 현재 그런 문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란전은 여전히 모호하긴 한데, 이란전에서 미국이 패배한다고 해서 미국의 경제에 대단히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전쟁을 지속하면서 고유가, 고물가가 유지되는 게 미국에 부담이겠죠.)
미국에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GDP 대비 연방부채의 비율은 역사상 본 적 없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는 당연합니다. 그러나 다른 강력한 요인도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에 버금가는 매력을 가진 ‘장기적인’ 경쟁자는 누구죠? 우리 모두 대답을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입니다.
2024년까지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금은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외부 자금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고, 2026년에는 설비투자 금액이 영업현금흐름의 100%에 육박하는 수준이 되어, 외부 자금이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올 초만 하더라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2026년 투자금 전망치 합계가 6,000억 달러가량이었는데 현재 7,000억 달러를 가뿐히 뛰어넘었고, 내년은 1조 달러가 된다고 합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1년간 순증하는 부채가 3조 달러가량입니다. 근데 하이퍼스케일러의 연간 투자금이 그 3분의 1에 육박합니다. 현재는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극도로 높아져 있고, 미래에 그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여유 자금이 많은 사람이라면, 미국 행정부에 돈을 빌려줄까요, 구글과 아마존에 돈을 빌려줄까요?
물론 여전히 미국 행정부를 많이 선택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채 금리가 하이퍼스케일러의 조달금리보다는 낮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경쟁 관계가 된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외부 자금 조달, 즉 차입으로 조달하는 금액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그 규모가 1조 달러에 육박하니, 미국채의 금리도 덩달아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 돈은 (열심히 찍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정되어 있고, 돈을 요구하는 쪽은 많아지고, 빌려주는 쪽에서 판단하기에도 매력적이니까요.
그러니 여기서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국채 금리 상승으로 미국이 망하냐 아니냐보다는, AI 데이터센터가 과연 수익성이 있는가, 수익성이 없다면 언제 어떤 경로로 우리가 그것을 알게 되는가입니다. 늘 하던 고민이죠. 달라질 게 없습니다.
(2) 정책금리의 상승
장기채 금리 상승이 매력적인 프로젝트 때문이라면 시장의 결정이라는 것이고, 연준에서는 그냥 그대로 놔두면 됩니다. 어차피 포워드 가이던스도 없애겠다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시장에서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게 현 의장 케빈 워시가 지향하는 바라면, 정책금리도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높은 금리를 원한다 한들, 이미 금리는 시장에서 높아져 있으니까요.
워시 의장은 금리 상승의 근거로 물가를 강력하게 언급했습니다. 고용은 매우 안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오로지 물가에만 집중하면 되는 게 연준의 현재 상황입니다. 근데 물가는 왜 올랐죠? 기본적으로 유가 때문이죠. 유가는 왜 올랐죠? 이란 전쟁 때문이죠. 앞서서 공급발 인플레이션에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가 까다롭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이란이 항복하고 호르무즈를 개방할 것 같지는 않단 말이죠.
그럼에도 금리를 올렸다면 무슨 이유일까요? 연준의 공식 성명서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있었는데요. 워시 의장은 직후 인터뷰에서 “상대가격의 변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고, 경제에 2차·3차 파급효과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했습니다.(“…ensure that any change in relative prices don’t broaden out, don’t have second- and third-order effects in the economy.”)
유가가 현재 고물가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거죠. 유가 이외에 수요 측 원인이 있을 수도 있고, 유가가 근원이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2차, 3차 파급효과로서 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이 있었을 겁니다. 금리는 거기에 개입해서 물가 상승을 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2026년 이란 전쟁 이전에도 물가는 계속 높았으니까요. 코로나는 2022년에 종식되었고, 때마침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긴 했지만, 그 여파로 4년간이나 고물가가 유지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연준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놓쳤다는 게 워시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금리는 무엇인가
높은 금리가 그 자체로 안 좋은 것도, 우리가 주식을 다 팔고 도망쳐야 할 이유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AI 산업이 멀쩡하기만 하면 금리가 이렇게 높아도 다 괜찮다는 뜻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금리는 분명히 무언가 우리의 활동을, 모두의 활동을 제약합니다.
이제는 완전히 은퇴하신 워런 버핏은 이런 짧은 말로 금리를 표현했습니다. “금리는 중력과 같습니다.” 멋진 표현입니다.
중력이 강하면 모든 게 바닥(정확히는 질량 중심점 방향이지만)으로 내려앉습니다. 활발하던 기분이 조금 숙연해지고,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됩니다. 그게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공격적으로 일을 진행하던 누군가는 크게 다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고지대에서, 무더위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평소보다 더 체력이 소진되기 때문에 ‘수분 보충 휴식’(hydration break)을 제도화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처럼 기민하게 행동하려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한 환경이겠지요. 우리는 적응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