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캠프 4] AI와 함께 ‘벽돌책’ 독파하기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만 보는 것은 증기기관을 물 끓이는 주전자 정도로 여긴 것과 같다. AI는 함께 생각하는 동료이자 나를 ‘학습 기계’로 만들어줄 스승이다. [AI 주식캠프]는 좀처럼 변치 않는 주식 투자의 올드패션과 가장 빠르게 진보하는 AI 혁신을 조합한다. 투자에 도움 되고, AI를 쉽게 쓰는 것이 목적이다. AI 시뮬레이션 연구자이자 직장인 투자자인 필자가 에이전트 AI를 활용해 체계적인 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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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독서광

주식 투자뿐 아니라 업무, 창작, 웹 개발까지. 이제 내 일상에 AI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AI는 계속해서 기존의 작업 과정을 대체해간다. 요즘은 일의 시작과 끝을 언제나 AI와 함께하고 있다. 오소리가 준 꽃신을 신고 다니다 끝내 맨발로 걷지 못하게 된 원숭이 우화처럼, 이제 AI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무료 AI 서비스는 사용량이 제한되어 있다. 덕분에 유료 구독한 AI 서비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현재 나는 4개의 AI 서비스를 유료 구독하여 사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디지털 월세’다. 한 달 용돈 20만 원이면 충분했던 내겐 엄청난 지출이자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아내를 설득하여 AI 서비스 4개의 1년 치 요금을 선결제하여 쓰고 있다. 무료로 사용하던 때와의 차이를 꼽자면 투자 정보를 더 많이 찾을 수 있고, 얻은 정보가 더 정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내돈내산’ 효과다. AI 서비스에 자본을 투자한 만큼, AI를 최대한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AI와 동고동락하면서 쌓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두 아들과 토요일 아침마다 방문하는 도서관에서는 AI 활용 강좌를 했고, 투자 소모임에서는 AI를 활용한 투자 리서치 방법 등을 소개했다. 두 곳에서 모두 받은 질문이 있다.

“4개 AI 중에서 어떤 AI가 좋아요?”
“주로 사용하는 AI가 뭔가요?”

모든 AI 서비스를 구독하여 사용할 수 없으니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서비스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나는 이 질문에 클로드(Claude)라고 답했다. 비록 월간 활성화사용자수(MAU)는 챗GPT나 제미나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내가 생각을 확장하거나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논리를 검증할 때는 언제나 클로드와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클로드는 나의 넘버원 AI다. 유일하게 클로드만 중간 단계 요금제(Pro)가 아닌 상위 단계 요금제(Max)를 사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분은 더 나아가 이렇게 물었다.

“왜 클로드가 좋은가요?”

AI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점수에서 클로드가 다른 AI를 압도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시험 점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 질문에는 결국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클로드가 나의 넘버원 AI가 된 이유를 스스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그림 1] 2026년 1월 기준, 주요 7개 AI의 월간 활성화사용자수(MAU)

그러던 중 클로드를 다룬 워싱턴포스트의 1월 27일자 단독 기사를 보고 그 궁금증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클로드의 비밀은 ‘Buy, Cut, Scan, Recycle’이었다. 구매하고, 자르고, 스캔하고, 재활용하여 폐기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일까? 바로 그런 방법으로 수백만 권의 책 내용을 클로드에 학습시킨 것이다. 클로드를 서비스하는 회사인 앤트로픽은 그 과정에서 매년 수천만 달러를 썼다고 했다. 해당 기사의 원문에 실린 사진에서 엄청난 규모의 창고에 세절을 기다리는 책이 수북이 쌓인 걸 볼 수 있다.

📰 워싱턴포스트 기사 원문

클로드가 가진 능력의 원천은 책 읽기였다. 앤트로픽은 클로드에 수백만 권의 책을 비밀리에 읽혔다. 프로젝트 파나마(Project Panama)라 알려진 대규모 책 읽히기 프로젝트가 지금의 클로드를 있게 한 것이다. 양이 많고 구하기도 쉽지만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온라인상의 데이터 대신, 번거로운 수작업이 따르더라도 논리 정연한 고품질 텍스트를 선택한 앤트로픽의 판단은 앞으로 우리가 클로드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가장 느리지만 가장 탁월한 방법  

앤트로픽의 AI 책 읽히기 프로젝트를 보고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투자책을 더 많이 읽고 투자 기록도 더 많이 남기겠다는 것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새로운 트렌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트렌드를 쫓아가기 위해 책을 읽는 건 그리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읽고 쓰기는 오래 걸리고, 불편하고, 의지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효율도 모자라 초효율을 추구하고 있는 AI 혁명 시대에 책은 고루한 매체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가 책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 투자 현장을 보면 유튜브의 영향력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인들에게 투자 상담을 하다 보니 특정 유튜버 두세 명의 의견을 참고하여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이들을 여럿 봤다. 그런 방식은 빠르고, 쉽고, 운이 좋으면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렇게 한번 돈을 벌게 되면 유튜버들의 의견이 참고 대상이 아니라 종교가 돼버린다. 하지만 그러면 투자 실력이 쌓일 수 없고 유튜버에게서 독립할 수도 없다. 클로드가 비록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내는 인공적인 지능일지라도, 우리는 투자 실력을 키우고 홀로 서기 위해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었을 클로드의 학습 방식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AI의 개발 방향을 보면 책을 통해 공부하는 클로드의 선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AI 학회나 콘퍼런스에는 검증 가능한 보상을 통한 강화학습을 의미하는 RLVR(Reinforcement Learning with Verifiable Rewards)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검증 가능하다는 표현은 AI가 추론을 통해 스스로 정답을 찾는다는 뜻이다. 입력에 맞는 답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정답을 직접 찾아내는 추론 능력이 AI에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클로드가 유튜브 스크립트나 SNS에 있는 저품질의 텍스트 대신 책에 있는 고품질의 텍스트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야말로 정답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논리적 추론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EBS에서 방영한 “AI 시대 읽기의 반격”을 보면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추론력과 의사결정 판단력을 키우는 방법은 책 읽기뿐이라는 것이다.

🎞️ ️EBS 특별기획 “AI 시대 읽기의 반격”

AI와 함께 ‘벽돌책’ 읽는 법

주식 투자는 의사결정 과정을 갈고닦아야 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더 깊이 사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책 읽기라면, 다른 방법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좋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투자책을 읽고, 기록하고, 머릿속에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쌓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가다듬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AI 주식캠프’에서 고민해야 할 점은 AI와 함께 책을 읽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

내 독서 방식도 앤트로픽이 클로드에 했던 단순 무식한 방식과 똑같다. 앞서 언급한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보며 놀란 점이 있다. 바로 내가 이미 하고 있던 방식과 근본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규모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책을 구매해서(Buy),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여 PDF로 얻고(Scan), 그 PDF를 클로드에 보여주는 방식에서 차이점은 없다. 한 가지 차이라면 AI를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본인이 학습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스캐너 앱

AI와 함께 책을 읽으려면 먼저 읽으려는 책을 디지털 자료로 바꿀 필요가 있다. 보통 스마트폰 스캐너 앱을 사용하는데, 나도 사용하고 있는 ‘vFlat’을 추천한다. 책의 구부러진 모양을 인식해 책을 절단하지 않고도 펼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또 자동 인식 기능이 있어서 펼친 두 면을 한꺼번에 인식하면 빠르게 책을 스캔할 수 있다. 스캔 처리된 모든 페이지는 자체 OCR(광학 문자 인식) 기능을 통해 이미지를 AI가 읽기 쉬운 PDF 텍스트 형태로 바꿀 수도 있다. 조금 익숙해지면 300페이지짜리 책 한 권을 PDF로 만드는 데도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림 2] vFlat 스마트폰 스캐너의 페이지 인식 기능

클로드 AI의 프로젝트 공간

PDF가 준비되면 클로드 우측 탭에서 ‘프로젝트’를 선택하여 클로드와 함께 책을 읽을 공간을 마련한다. 이곳에 PDF를 업로드하고 어떤 작업을 할지 정해주면 해당 작업의 지침에 따라 AI가 우리의 책 읽기를 도와준다.

[그림 3] 클로드의 프로젝트 선택 화면
해당 프로젝트에 첨부한 워런 버핏 바이블 1장을 함께 읽자.
[그림 4] 클로드의 프로젝트 선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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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뼈대: “주식은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사업의 소유권이다.”
이 장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명제가 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가장 사업처럼 하는 투자가 가장 현명한 투자다”라는 문장입니다. 버핏은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약 80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요청하니 추론 단계에서 저장된 PDF를 읽고 1장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전체 구조를 알려준다. 그중에서 내가 함께 읽고 싶은 부분은 2007년 주주 서한의 ‘위대한 기업, 좋은 기업, 끔찍한 기업’이다. 범위를 좁혀서 깊이 들어갈수록 클로드 또한 지식의 경계를 좁혀서 해당 문맥에 집중한다.

(a) 위대한 기업의 예로는 씨즈캔디(See’s Candies)를 들었고, (b) 좋은 기업의 예로는 플라이트세이프티(FlightSafety)를, (c) 끔찍한 기업의 예로는 항공사 분야를 말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씨즈캔디 투자는 워낙 유명해서 나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플라이트세이프티는 내 배경지식 속에 없었다. 이럴 때는 자신의 배경지식과 이해도에 맞춰 해당 부분을 AI에 질문하고 생성해준 답변을 참고하며 계속 읽어나가면 된다. 책의 내용을 눈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수동적인 읽기가 되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모르는 부분이나 이해가 어려운 내용을 AI와 함께 읽으면 능동적인 투자 공부를 할 수 있다.

좋은 기업의 예시인 플라이트세이프티에 관한 내용을 책의 본문에서 가져왔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1996년 우리가 플라이트세이프티를 인수했을 때, 세전 영업이익은 1억 1,100만 달러였고 고정자산 투자는 5억 7,000만 달러였습니다. 우리가 인수한 이후 감가상각비가 모두 9억 2,300만 달러였습니다. 그러나 자본적 지출은 모두 16억 3,500만 달러였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신형 항공기 모델에 맞춰 시뮬레이터를 들여오는 데 대부분 지출되었습니다. (시뮬레이터는 한 대에 1,200만 달러가 넘어가기도 하며, 273대를 보유 중입니다.)

현재 우리 고정자산은 감가상각 후 10억 7,900만 달러입니다. 2007년 세전이익은 2억 7,000만 달러로서, 1996년 이후 1억 5,900만 달러가 증가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실적이지만, 추가 투자된 5억 900만 달러에 대한 수익률을 따지면 씨즈캔디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워런 버핏 바이블》1장 중에서

이해가 한 번에 된다면 바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AI에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좋은 기업의 예시에서, 플라이트세이프티에 관해 숫자들이 많고 전문 용어가 많다.
표로 정리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
[그림 5] 클로드의 인포그래픽으로 본 플라이트세이프티 투자 사례
[그림 6] 클로드의 인포그래픽으로 씨즈캔디(위대한 기업)와 플라이트세이프티(좋은 기업) 비교

클로드가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인포그래픽을 보면 아름답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핵심은 이렇다. 위대한 기업이 번 돈은 거의 전부 주주의 이익으로 돌아갔고, 좋은 기업이 번 돈은 상당 부분이 다시 사업에 들어가야 했다는 의미다. 결국에는 1달러를 추가로 투자했을 때 얼마나 주주의 이익이 늘어나는가를 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식 공부를 책으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AI와 함께 읽는 것을 권한다. 배경지식 없이 좋은 투자책을 읽기에는 이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스캐너와 AI만 있으면 충분하다. 투자 성향을 막론하고 훌륭한 투자자들이 추천하는 투자책은 대개 두꺼운 양장본, 이른바 ‘벽돌책’이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그런 벽돌책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렇듯 AI와 함께하는 독서는 학습의 차원을 바꾸는 엄청난 혁신이다. 이제는 그 어떤 벽돌책도 두렵지 않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