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통신 6] 버핏은 보험도 가치투자한다
버크셔 해서웨이 그룹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인 필자가 바라본 워런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이기 이전에 탁월한 경영자다. 그의 철저한 경영 방식은 투자 원칙과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체계로 이어진다. 버핏의 가치평가 원칙이 현장 경영과 기업 문화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며, 그가 왜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성공적인 경영자인지 한국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 버핏클럽
가치투자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자산을 인수해 가격이 가치를 넘어설 때까지 보유하는 전략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건 상식이다. 이는 주식 투자뿐 아니라 대출 심사, 기업 간 인수합병, 나아가 보험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활용되는 모습은 다를지 모르지만, 모든 가치투자 전략이 공유하는 대원칙은 ‘가치평가’에서 출발한다. 내재가치를 계산해야만 저평가된 주식을 담을 수 있고, 안전한 보험을 계약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가치평가가 잘못되면 그 위에 쌓아 올려진 모든 금융 논리가 붕괴하고, 곧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렇다면 버크셔 해서웨이에서는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까? 먼저 버크셔의 비즈니스 모델은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는 공급으로, 자본을 공급하는 보험 인수다. 또 하나는 분배로, 보험으로 공급받은 자본을 분배하는 투자와 기업 인수다. 투자자산과 인수된 자회사는 수익을 창출해서, 보험료로 들어온 돈과 쌓인 이익이 선순환을 만든다. 지금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자본 분배의 과정을 통해, 지난 60년간 수백 개의 기업 포트폴리오를 축적해온 결과다.
이 자본 분배의 경영에서 가치투자는 언제 적용할 수 있을까? 첫째는 자본을 분배할 때다. 투자나 인수를 진행할 때 가치투자가 적용되며,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부문이다. 둘째는 자본을 공급받을 때다. 즉 보험계약을 인수할 때도 똑같이 가치투자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버크셔가 자본을 어떻게 ‘인수’하는지는 투자 부문에 비해 간과되고는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본을 투자할 때 가치투자의 원칙, 즉 안전마진을 설정하고 장기투자를 하는 등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버크셔는 자본을 인수할 때도 가치투자의 원칙을 응용할까? 당연하다. 버크셔의 보험 및 재보험사들의 인수심사 과정 곳곳에는 버핏의 가치투자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보험계약을 인수할 때도 가장 선행되는 것이 가치평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꽁돈' 플로트의 까다로운 자격 조건
가치평가를 할 때 버크셔는 리스크를 계산 가능한 ‘변동성’과, 예측과 계산이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나눈다. 예를 들어 화투에서 어떤 패가 나올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건 변동성의 영역이다. 반면에 상대방이 주머니에 어떤 화투패를 숨겼는지 모르는 건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보험과 도박은 모두 확률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그러나 도박이 자산 증가를 목적으로 새로운 모험에 돈을 거는 행위라면, 보험은 자산 감소를 방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중독성이나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도박과 보험의 차이가 하나 더 있다면, 보험은 도박판과 달리 사전에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도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카지노 업장 말고는 룰을 만들거나 확률을 제어할 수 없지만, 보험사는 계약을 맺기 전에 보험 시장이나 각종 환경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버크셔에서 가치평가는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이다. 보험은 원래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그 가치와 위험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숨겨놓은 화투패와 같다. 더구나 보험은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베일에 싸인 불확실성투성이의 보험계약을 하나하나 뜯고 분석해서, 변동성이 계산된 금융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바로 가치평가다. 불확실성 가운데 계산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드러내고, 남은 불확실성에는 충분한 안전마진을 두는 작업이다.
버핏의 가치투자 원칙은 보험 부문에서도 가치평가의 매뉴얼 및 언더라이팅(인수심사)의 가이드라인에 스며들어 있다. 버크셔가 먼저 받은 보험료로 무이자 투자 재원인 플로트(float), 즉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투자 자본금을 확보한 배경에도 같은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플로트는 보험료 수취와 보험금 지급 사이에 보험사가 운용하는 자금이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가 제공한 정보에는 누락이나 왜곡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자가 건네준 정보를 별도로 정확히 분석하지 않고 계약을 맺으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셈이 된다. 입력 데이터가 잘못되었기에 그 위에 올려진 금융 논리가 모두 틀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 보험의 변동성 예측은 휴지 조각이 돼버리고, 그 계약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불량 상품으로 변질된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떠오를 법하다. 그럼, 버핏의 가치투자 원칙을 경영이나 리스크 평가에 적용할 때, 어떠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버핏이 만든 언더라이팅의 가이드라인이나 버크셔 특유의 가치평가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빅테크처럼 엄청난 투자 인프라를 가동하고 있진 않을까? 다음 글에서는 이 비법이 실제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